옛 집터엔 동상·마네킹만 6개…부모·동생 동상까지
제막식 참여한 ‘반’, 본인 마네킹 앞에서 기념 촬영

▲ 충주시 문화동에 설치된 반선재 전경. 이곳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년시절에 살았던 집터로 알려져 있다.
▲ 반선재전경
▲ 반선재에 설치된 반기문 전 사무총장 동상

반선재,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이 살던 선한 집’이라는 뜻으로 반 전 총장이 세 살 때부터 20여년간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집이다. 2012년 음성군과 반기문 브랜드 경쟁을 벌이는 충주시가 시비를 들여 과거의 모습을 복원해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충주시는 이곳에서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낸 반 전 총장 본가를 통해 지역 자긍심을 높인 다는 취지로 반선재를 건립했다.

하지만 반선재는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동상이 설치되고 성장과정에 대한 과도한 표현이 사용되면서 ‘반기문 우상화’ 논란의 주요 소재거리로 등장한다.

현재 반선재에는 반기문 조형물 6개가 설치돼 있다. 반선재 마당에는 유엔상징 조형물과 함께 양복을 입은 반 총장의 동상이 설치돼 있다. 마당 우물가 옆에는 유년시절의 반 총장이 등목을 하는 모습과 살구나무에 걸터앉아 살구를 따는 모습을 제작한 황금색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주택 안에는 반 총장이 공부하는 모습, 아버지와 친구를 바라보는 모습, 교복을 입은 반 전 총장의 조형물이 실물과 비슷한 크기로 설치돼 있다.

반선재에는 반 전 총장의 조형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선재 부엌에는 정화수를 올려놓고 기도하는 반 총장의 어머니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방에는 영어경시대회에 입상한 반 전 총장과 그를 대견하게 바라보는 어머니 조형물이 같이 설치돼 있다. 어머니외에도 반 전 총장의 아버지 조형물도 있다.

마당에는 등목을 하는 반 전 총장에 물을 뿌려주고 살구나무 밑에서 반 총장을 바라보는 동생들의 조형물도 있다.

 

선함을 실천해온 삶의 철학적 시초가 된 장면?

 

▲ 반선재에 설치된 반 전 총장 아버지와 친구 조형물

살아있는 반 전 총장의 조형물 의미를 설명한 표지판의 묘사 글귀도 만만치 않다.

양복을 입고 있는 반 총장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앞에서 송구스런 표정을 하고 있는 한 성인 남자. 이를 바라보는 어린 유년의 반 총장의 조형물이 있는 방 표지판의 제목은 ‘선 함을 배우다’이다.

이곳에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아버지가 불우한 친구를 데리고 와 머무르게 한 장면으로 평생 선함을 강조해 온 삶의 철학의 시초가 되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반선재 안에는 막상 반 총장이 어떤 선함을 실천했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없다.

▲ 반선재에 설피된 반 총장 유년시절 공부하는 모습

‘학문을 익히다’란 표지판에는 “동생들이 다투거나 잠들어도 이불을 덮어주면서 밤늦게 까지 공부했던 학창시절 공부벌레 반기문 총장의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표기됐다.
 

▲ 반 전 총장이 살구나무 위에 올라간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


등목하면 인간미가 넘친다?

충주시는 반 전 총장이 등목을 하고 살구를 따는 장면도 인간미가 넘치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우물에서 등목하기’ 표지판에는 “집안 마당 우물 옆에서 동생들과 등목을 즐기기도 했던 인간미 가득한 학창시절 반기문 총장의 모습”이라고 적었다.
 

‘살구나무와 형제애’에는 “집안 마당 살구나무에 올라 동생들에게 살구를 따 주던 유년 시절 반기문 총장의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기술했다. 해당 표지판 설명글은 한글뿐만 아니라 영문으로도 작성됐다.

 

‘반기문 꿈자람길’‧반선재엽서도 제작

 

▲ 엽서로 제작된 반선재

반선재에는 조형물 뿐만 아니라 학창시절 반 전 총장이 사용했던 가방과 유년시절 모습이 담긴 사진이 전시돼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더 많은 시설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충주시는 반선재 주변에 24여억원을 들여 반기문 전시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충주시는 지난 해 2월 총 공사비 24억원의 ‘반선재 전시관’ 건축설계 및 전시물 제작․설치 제안 공모를 하고 2017년 7월에 완공계획이다.

또 반선재 주변으로 반 총장이 다닌 교현초와 충주고 등에 이른 곳에 ‘반기문 꿈자람길’도 조성했다.

반선재 엽서도 제작됐다. 지난 해 5월 충주시 문화동 주민자치위원회는 11일 ‘반선재’ 사진이 들어간 엽서를 제작해 무료로 배포했다.

충주시 용산동에서는 아기가 출생할 경우 “(용산동은) 반기문 총장께서 미래의 꿈을 키우며 다니셨던 학교가 집중된 교육 일번지”라며 “교육과 문화가 살아있는 용산동에서 아기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는 축하 서한문을 보낸다.

 

▲ 2013년 반 전 총장이 반선재를 방문할 당시 촬영된 사진

반기문, 자신 조형물앞에서 기념 촬영

 

충주시는 그동안 수천억원을 들여 UN평화공연을 조성하고 들녘에는 반 총장의 모습을 담은 유색벼 그림을 제작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반기문 전 총장의 생각은 어땠을까? 반 전 총장은 자신에 대한 충주시의 각종 기념 사업에 대해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충주시의 각종 행사에 참여해 덕담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화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8월 25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충주시 문화동에 있는 본가를 직접 방문했다. 그는 이날 반선재 대문 앞에 설치된 ‘반선재’ 현판을 직접 제막했다.

충주시에 따르면 이날 반 전총장은 마당터에 설치된 우물가를 둘러보고 두레박을 내려 우물 한 바가지를 길러 보기도 했다.

또 어머니와 부인 등 가족들과 함께 마루에 걸터앉아 보고 방안에 들어가 사진과 생활집기 등을 살펴보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심지어 반 전 총장은 어머니와 함께 조형물 앞에서 기념촬영까지 했다.

반 총장은 당시 충주 반선재 뿐만 아니라 음성 생가터도 방문했다. 반 총장 방문 당시 이곳에는 2개의 반 전 총장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일부 언론은 음성군 원남면 생가터에 조성돼 있는 반기문 기념관과 충주에 조송되는 전시관에 반 전 총장 자신이 사용하던 물품을 기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반 전 총장은 충주시와 음성군이 자신의 동상과 조형물을 세우고 과도한 표현으로 기념하는 것에 대해서 불편해하기 보다는 내심 반겼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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