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오원근 변호사

지난 토요일,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청주 성안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그 일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바깥에 나서면, 내복을 입었는데도 금세 다리가 싸늘해졌다. 현장에는 언제나처럼 충북비상국민행동 관계자들이 초를 끼운 종이컵 등을 갖춰놓고 발을 동동거리며 시민들을 기다렸다. 주최 측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라 무척 걱정을 했던 것 같은데, 다행히 사람들이 계속 꼬리를 물고 늘어났다.

이날 집회에서는 나도 지정발언을 했다. 트럭 화물칸에 만든 무대가 높게 느껴졌다. 전에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에 열심히 나가 가끔 사회도 보고 발언도 했지만, 이번에는 더 긴장되었다. 어둠이 깔린 후라, 사람들 눈을 볼 수 없어, 마치 촛불에게 말하는 기분이었다.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느냐”고 물으니, 청중 속에서 “박근혜”라고 하였다. 난 “아니다. 자업자득이다. 우리가 대통령을 잘못 뽑아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청중 속에서 “박근혜 안 찍었다”는 말이 나왔다. 난 “다른 사람이 박근혜 찍는 것을 막지 못했다. 우리가 민주사회를 만들지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이제 최순실 등에 대한 형사재판과 특검, 탄핵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민들 촛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검찰은 독일서 귀국한 최순실을 바로 체포하지 않고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었다. 박 대통령이 퇴진을 국회 합의에 맡기겠다고 꼼수를 부릴 때, 새누리당 비박 등은 탄핵을 향해 가던 길을 접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시민들의 촛불이 검찰과 국회의원들에게 대통령을 향해 칼을 들게 하였다.

수사기록이 헌재로 넘어오더라도, 박 대통령이 그 내용을 부인하면, 이것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은 사람들을 증인으로 신문해야 한다. 이 절차가 빨라도 4~5주 걸리고, 그 외 녹음파일 검증과 결정문 작성 시간을 고려하면 최종 결정은 2월말 또는 3월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촛불이 특검과 탄핵을 시작하게 하였던 것처럼, 사회개혁도 촛불시민이 하여야 한다. 지금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엄청난 촛불의 뜨거움에 놀라 마지못해 그 흐름을 따라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바로 안하무인 본성이 나올 것이다. 세월호 사건 때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 처음에 같이 울먹거리던 시늉을 하던 그들은 나중에는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유족들을 모욕했다.

그럼 우린 사회개혁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 나와 주변의 민주화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린 내 안에서 터져 나오는 생각이나 느낌들 가운데 좋은 것은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고 싫은 것은 억누르려고 한다. 그런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다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올라오는 생각이나 느낌을 그대로 인정하고 가만히 어루만져주면 스스로 알아서 정리가 된다. 이것이 내부민주화다. 사회도 소수의견이나 약자를 억누르지 않고 소통하고 배려하면 조화를 이룬다. 이것이 사회민주화다. 이 둘은 틀림없이 연결되어 있다. 내부민주화에 익숙한 사람은 가정이나 직장 등 사회생활에서도 민주적이다. 촛불집회 등 사회참여에도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내 주변을 한번 살펴본다. 많은 사람들이 평소 박근혜 정권에 대해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시간을 내어 촛불집회에 몸을 드러내는 사람은 극소수다. 시민단체나 정당에 회비를 내는 사람도 가뭄에 콩 나는 정도다. 난 이것이 평소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에 따라 스스로도 민주화가 덜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부민주화가 부족한 것이다.

우린 평소에도 촛불을 들어야 한다. 밖의 어둠과 독재를 향해서도 들어야 하지만, 내 안의 어둠과 독재를 향해서도 촛불을 들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일상화될 때, 스스로 밝아 자연스럽게 주변의 어둠을 물리칠 것이다. 현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능력 부족으로 매끄럽지 못했다. 청중들을 괜히 추위에 떨게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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