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충북·충북人 결산
<사회>

끊이지 않는 노예 사건…장애인 학대 실상 입증
축사노예 만덕이
 

▲ 만덕이 사건을 계기로 도내 장애인 학대의 민낯이 드러났다. 사진은 청주 모 카센터 사장이 장애인을 학대하기 위해 사용했던 일명 정신봉.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올해 우리지역에서 일명 ‘축사노예’로 불린 만덕이 학대사건을 시작으로 ‘○○노예’사건이 연속으로 등장했다. 지난 7월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만덕이 축사노예’ 사건이 처음 알려졌다.

청주시 오창읍에서 축사를 운영하는 김모(68)씨 부부는 1997년 여름, 소 중개업자의 손에 이끌려 온 고 모(47·지적장애 2급)씨를 19년간 붙잡고 강제노역을 시켰다. 고 씨는 이곳에서 ‘만덕이’로 불리며 최대 100여 마리까지 기르던 축사 일을 도맡아 했다. 고 씨는 축사 옆 악취가 진동하는 3평 남짓한 쪽방에서 생활했으며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결국 축사에서 도망친 고 씨는 출동한 경찰의 도움을 받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9월, 한 카센터에서 지적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한 사례가 한 시민의 신고로 세상에 알려졌다. 청주청원경찰서는 지난 10년간 지적장애 3급 김모(42)씨에게 카센터 일을 시키며 임금을 주지 않고 학대한 북이면 모 자동차 타이어 수리점 주인 변모(64)부부를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변 씨 부부는 일명 ‘거짓말, 정신봉’으로 김 씨를 학대해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시민의 신고로 지옥과도 같은 카센터를 탈출한 김 씨는 현재 서울에 위치한 시설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카센터 노예 사건 한 달 뒤인 10월, 이번엔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17년간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에서 생활해온 한 청각장애인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졌다. 일명 ‘애호박 노예’ 사건이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 청각장애를 앓아 온 김모(57) 씨는 청주시 옥산면 신촌리 한 비닐하우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애호박농장 일을 하며 지내왔다.

해당 사건은 김 씨의 형이 지역 시민사회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농장주인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했고 김 씨의 누나에 대해서도 기초생활수급비를 대리 수령해 사용한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 씨는 현재 농아인협회의 도움을 받아 자립생활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해당 사건들은 지자체의 장애인 실태 전수조사 이후에 알려진 사건이여서 지자체의 안일한 대책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을 받았다.
 

▲ 올 3월 유성기업 영동공장에 재직하던 한광호 씨가 사측의 노조 탄압에 괴로워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여전한 산업재해
유성기업 노동자 故한광호씨

산업재해 사고 중 이렇게 비극적인 사고가 있었을까? 지난 12일 청주시 옥산면 한 공장의 외벽 보수공사를 위해 크레인 바스켓에 탑승했던 노동자 4명이 추락했다. 이 사고로 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고를 당한 이들 중 3명은 친형제였고 2명이 죽었다.

사고 당시 크레인은 불법 개조된 상태였고 노동자 4명은 안전루프와 헬멧 등 기본적인 안전 장비조차 착용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다. 충북지역의 후진국형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이미 지난해부터 적색 경고를 보냈었다. 내수에 있는 화장품제조회사 (주)에버코스의 지게차 사망사고, 증평산업단지 덤프트럭 전복 사망사고 등 많은 경고메시지가 전해졌지만 2016년 사고는 계속됐다.

수년째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주)유성기업은 산업재해와 관련해 산재율 1위라는 오명을 썼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5년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유성기업 영동공장 노동자 262명 가운데 39명의 재해자가 발생해 산재율이 무려 14.89%나 됐다.

유성기업에 이어 팜한농 울산공장 11.19%, 아이엔티원 인천사업장이 10.17%, 현대제철 보수공사를 맡은 한국내화가 9.18%로 뒤를 이었다. 유성기업 영동공장은 2014년에도 15.53%로 공표 사업장 중에 가장 높았다. 2년 연속 산재율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유성기업은 2011년 용역업체의 노조파괴 컨설팅을 바탕으로 공격적 직장폐쇄와 경비용역 투입, 복수노조 설립으로 5년 넘도록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유성기업 영동공장의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었다. 한광호 씨는 숨지기 직전 동료에게 전화해 “미안하다, 사랑한다. 집에 못 갈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한 씨의 죽음에 대해 노조는 “회사의 노조탄압으로 인해 발생한 간접 살인”으로 규정했다.

노조는 한 씨가 숨지기 전 회사로부터 징계위원회 출석 통보를 받아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씨가 속해있던 금속노조는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지만 회사는 요지부동이다. 한 씨가 숨진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지게차 사망사고로 공분을 일으켰던 (주)에버코스도 좋지 않은 오명을 썼다. 화장품 제조업체인 이 회사는 무려 29건의 산재 사고를 신고하지 않아 산재 은폐 회사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편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청주지청 관내(청주·진천·보은·증평·영동·괴산·옥천)에서 발생한 산업현장 재해자 수는 2013년 2299명, 2014년 2224명, 지난해 2233명으로 나타났다. 2016년 10월 현재 1858명이 산업재해를 당했다. 최근 2년간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무려 88명에 달했다.

 

이주여성 성폭력 무고사건 변론 등 알토란 활약
충북1호 공익인권변호사 오진숙 씨
 

만덕이 축사노예 등 사회적 약자들이 속절없이 고통을 당하고 있을 즈음 반가운 인물이 등장했다. 충북지역에 처음으로 장애인과 여성,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무료로 변론해주는 공익인권 변호사가 탄생 한 것.

주인공은 공군사관학교 출신의 오진숙 변호사(35·로스쿨2기)다. 그는 8월 둘째 주부터 청주노동인권센터(이하 인권센터)에 터를 잡고 상근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자녀가 전 남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무고죄로 거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주여성 사건,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을 맡아 변론했다. 결과도 좋았다. 그가 변론한 이주여성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법원으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았다. 또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1인당50만원의 배상 판결을 끌어냈다.

충북 최초로 공익사건 전담 변론 활동을 시작한 오 변호사의 인생역정도 이채롭다. 오 변호사는 공군사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공군 소위로 임관해 2009년 대위로 전역했다. 전역한 오 변호사는 2010년 로스쿨2기로 충북대학교 법학대학원에 입학했다. 2013년에는 1년동안 독일로 떠났다.

오 변호사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로스쿨에 입학한 것이 아니라 ‘공익인권변호사’가 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우연히 한겨레 신문에서 무료로 사회적 약자들을 변호하는 공익 변호사 기사를 봤다. 옆에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겠구나 싶었다”며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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