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소액주주 3805명, 공매도 금지법 통과 촉구 광고 눈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2013년 공매도 세력에 전쟁 선포하기도

▲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공매도 폐지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소액주주 3805명은 공매도 금지를 주요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한편, 사비로 신문 등에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폐지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최근 ‘공매도 금지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태흠 의원(새누리당·충남보령·서천) 사무실에는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탄원서가 쌓이고 있다. 특히 공매도 최대 피해기업으로 평가받는 셀트리온 소액주주 3805명은 신문광고까지 게재하며 적극 나서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태흠의원은 지난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는 폐지하고, 유가증권시장(코스피)만 제한적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더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방식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허위 정보나 특정세력에 의한 시세조종, 금융시장 교란 등의 문제를 유발해 논란이 돼 왔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상장돼 있는 코스닥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장 안정성이 낮아 공매도로 피해를 보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개미투자자로 불리는 소액주주들에게 손해가 집중된다는 점이다.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만 가능하고 개인은 할 수 없다는 불평등성과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 유독 피해가 많다는 점이 문제다.

공매도 폐지, 이제는 되려나

20대 국회 들어서 공매도를 손보려는 움직임이 자주 감지됐다. 홍문표 의원, 박용진 의원은 공매도 기간을 제한하는 법안을 내기도 했고,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 11월 공매도 거래자의 유상증자 참여를 제한하는 등 제도 정비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공매도의 폐단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다. 김 의원은 “공매도의 문제점을 수차례 지적했고, 금융위가 보완조치를 취하겠다고 해 기다렸다. 결과적으로 금융위의 보완조치만으로는 문제가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금지법이 기폭제가 된 사건은 한미약품 주가폭락사태다. 9월 30일 오전 9시, 한미약품의 주식은 65만 400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오후 3시 30분, 종가는 50만 8000원이었다. 하루사이에 18.1%가 폭락했고, 1조 1687억원이 증발했다.

이날 공매도 수량은 10만 4327주였다. 한미약품이 상장된 2010년 7월 이후 일일 최고치다. 한미약품의 평균 공매도 수량은 4850주다. 평상시보다 21배나 많은 양이다.

현재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엄 모씨를 상대로 한미약품 미공개 정보 입수 경로와 공매도에 대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엄씨가 한 증권사 주식브로커를 통해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를 입수한 후 이를 공매도에 활용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다시 돌아가 9월 30일 오전 9시 29분, 한미약품은 독일 제약회사 베링거인겔하임 맺은 85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악재를 공시했다. 그때부터 주가는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하지만 엄 씨는 공시가 발표되기 전 50억원어치의 주식을 공매수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엄씨의 공매수를 통해 10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현행법상 공매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공매도는 엄연한 불법이다.

한미약품이 악재성 공시를 내기 직전인 9월30일 오전 9시부터 9시28분 사이 거래된 공매도 수량은 5만 471주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320억원이다. 이날 한미약품 전체 공매도 거래(10만4327주)의 절반이 악재성 공시 전 28분동안 이뤄진 것이다.

이날 기관은 2037억원을 팔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2101억원을 매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울분을 터트렸다. 이날 하루 많게는 1억원가량 손해를 입었다. 기관과 외국인은 도망가고 개인만 당한 꼴이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모임이 자비를 들여 공매도 금지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신문광고를 게재한 이유는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12월 21일 현재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는 1조 357억원에 달한다. 국내 증시 전체 공매도 잔고는 10조원이다. 전체의 10%가 셀트리온에 몰려 있는 것이다. 공매도 잔고가 의미하는 것은 그만큼의 돈이 증시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에 대한 공매도 세력의 견제가 가장 심하다는 방증이다. 공매도 주문이 많을수록 주가 하락 압력은 커진다.

서정진 회장, 수차례 검찰 조사

▲ 서정진 회장

셀트리온은 공매도와 악연이 깊다. 충북출신으로 충북도민회장을 맡고 있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12년 공매도 세력에 맞서 자사주를 매입했다가 ‘시세조종 의혹’으로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2014년 무혐의 처분). 또한 공매도 세력때문에 지분을 해외에 매각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광고를 게재한 셀트리온 소액주주 3805명은 셀트리온에 대형 호재가 생길 때마다 공매도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주주는 “지난 4월 5일 셀트리온이 드디어 FDA승인과 미국 판매허가 승인을 받았다는 호재가 떴지만 4월 6일 7.3%가 폭락했다. 호재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공매도 폭탄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지난 4월 6일, 셀트리온 공매도 수량이 16만 2000주로 치솟았다. 셀트리온의 평균 공매도 수량은 1만주 수준이다. 다음날인 4월 7일에도 6만 9000주가 공매도 됐다. 2013년 램시드가 유럽 판매 허가를 취득했을 때도 공매도 수량이 17만 7000주로 급증했다. 그때마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다.

셀트리온 측은 자사 주주들의 공매도 금지법 촉구 움직임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셀트리온 홍보팀 관계자는 “조심스러운 문제다. 주주들과 별도의 연락을 취하지 않거니와 회사가 답변 하기에는 부적절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금지법이 통과될 경우 공매도로 인한 개인의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 비율이 30%를 초과하는 국제적인 곳”라며 “공매도 제도는 어느 시장이나 통용되고 있는데 이를 없애거나 위축시켜 매력을 떨어뜨릴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김 의원은 “공매도를 이용한 투기자본의 불공정 거래행태가 이미 도를 넘었다”며 “외국인 투자 위축 등을 우려하고 있지만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공매도가 폐지되면 코스닥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여 투자 매력은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