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실정에 ‘여성혐오’ 덧씌우는 건 경계해야 한다”
김영란법 무시에 여성비하도 포함, 이양섭 충북도의원 발언 분개

충북여성계는 지금
박근혜·김영란·여성재단 대표‘관심’

2016년,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한 두 명의 여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영란 전 대법관이다. 한 명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고, 또 한 명은 대법관을 지낸 인물이다. 우리사회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지도자들이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에는 이들을 여성으로 한정해 보는 시각들이 많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박근혜가 대한민국 발전을 퇴보시켜 앞으로 여성대통령 나오기는 틀렸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돈다.

또 김영란 전 대법관이 김영란법을 만들자 이해 당사자들은 ‘대한민국 경제 말아먹은 나쁜 여자’라고 한다. 박·김을 합쳐 ‘재수없는 X’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통치를 잘못한 게 아니고, 법 제정에 나선 게 아니다. 충북의 여성들에게 박·김과 그들의 활동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아울러 12월 현재 충북여성계가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도 취재했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여성혐오 발언이 많이 나왔다. 이 때문에 페미니즘 열풍이 많이 꺾였다. 그러나 대통령은 여성보다 대통령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 뉴시스

올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예상을 뒤엎고 패배했다. 수많은 패배 이유 중 “흑인 오바마에게 8년을 내줬는데 다시 여자에게 뺏길 수 없다”며 백인 남자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아도 힐러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트럼프를 찍었다는 것이다.

미국사회에서 흑인과 여성은 비주류, 백인 남성은 주류다. 주류들이 더 이상 비주류에게 대통령직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반발표가 나왔다는 것. 힐러리가 아무리 트럼프보다 훌륭한 정책을 내놓았다 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여성후보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남성들이 주류, 여성들은 비주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이다. 박 대통령과 김영란 전 대법관은 여성이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드러난 사실외에 여성혐오가 덧씌워져 있다는 게 여성계 시각이다.

충북의 한 여성계 인사는 “이 사회는 여성에게 여성성을 요구한다. 우리에게는 육아, 가사, 외모가꾸기 등이 요구된다. 박 대통령이 몇 시간씩 걸려 완성했다는 올림머리를 하지 않더라도 남성보다 외출준비 시간이 길다. 이는 인정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지도자를 할 수 없다고 하는 여성혐오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불기 시작한 페미니즘 열풍

박 대통령은 최순실 등 소위 비선실세가 각종 국가정책 및 고위 공직인사에 관여하거나 좌지우지하도록 했고, 사기업에 금품 출연을 강요해 뇌물을 수수하거나 최 씨 등에게 특혜를 주도록 강요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 제대로 위기상황을 관리하지 못했고 그 행적을 아직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들어있는 내용들이다. 이런 이유들로 지난 9일 국회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 김영란법을 만든 김영란 전 대법관도 여성이다. 그래서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더 많은 욕을 먹었다. / 뉴시스

그리고 김영란 전 대법관은 2011년 당시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공정사회 구현의 일환으로 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법에서 정한 한도 이상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공무원과 공직 유관기관 임직원뿐 아니라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이 포함돼 국내 4만여개 기관 약 400만명이 법 적용을 받는다. 배우자도 포함된다.

이는 현재까지 나온 사실이다. 그러나 하숙자 청주여성의전화 대표나 김수정 여성주의 교육공동체 젠더사회문화연구소 ‘이음’ 소장, 김미숙 청주대 사회학과 교수와 익명을 요구한 다수의 여성들은 특히 박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여성혐오를 덧씌우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김영란법을 만든 것은 우리사회에서 부정과 부패, 청탁, 뇌물 등을 몰아내고 투명한 사회로 가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휘청대고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는 식의 비본절적인 시각에 여성비하가 겹쳐 법 자체를 무시하는 여론이 거세다고 분석했다.

여성신문은 “지난해 메갈리아에서 촉발된 페미니즘 열풍은 올해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을 기점으로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여성들은 일상에서의 차별과 폭력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했다. 성폭력 고발 목소리는 ‘해시태그 문화예술계 성폭력 말하기 운동’으로 일어나 문화예술계 전분야에서 폭력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시대착오적인 충북도의원들

이런 판국에 충북여성계는 얼마전 충북도의회 이양섭 의원(새누리·진천2)의 여성비하 발언에 분개했다. 이 의원은 충북여성발전센터 행정사무감사 중 “여자가 돈을 많이 벌어오면 남자와 더 싸운다. 돈을 많이 벌어오면 콧대가 세진다고 그러지 않냐”며 “여자가 돈까지 많이 벌어오면 그 집안은 아마 풍비박산 날 정도로 힘들어 질 것이다.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하다 보니 가정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해 충격을 던져 주었다. 그는 또 “남자가 집에 들어가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밥 준비가 안됐다, 반찬 준비가 안됐다, 그러면 화부터 난다.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하다 보니까 가정을 등한시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김학철 행정문화위원장(새누리·충주1)은 충북문화재단 행정사무감사 때 “동성애라는 것이 도의적으로 도덕적으로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소수의 것이라고 다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것, 버려야 될 것은 과감히 버리라”고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자 이런 사람들이 도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느냐며 비판 의견들이 쏟아졌다.

이 의원은 ‘곰 같은 마누라보다 여우같은 마누라가 낫다’는 등 여성비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져 여성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충북여성살림연대는 이 의원과 김양희 의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양섭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여성을 비하할 마음은 없었다. 다만 표현이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말했다. 지방의원들은 현재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지 않고 있다. 이 교육을 받아도 효과가 있을지 말지인데 지방의원들에게는 법적 의무사항이 없어 받지 않고 있다. 이 또한 문제이다.

하숙자 청주여성의전화 대표는 “올해 충북지역 학교, 공직사회 등에서는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많이 드러났다. 감춰졌던 사건들이 나와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전국적으로는 페미니즘 열풍이 불어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커밍아웃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그런데 충북도의원 중에 이렇게 시대착오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여성들이 항의해 공식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분개했다.

“전세계적으로 정치 잘하는 여성리더들 많다”
하숙자 청주여성의전화 대표
 

박근혜 대통령은 정신적인 문제가 심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장애, 우울증, 편집증이 있지 않나 싶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힘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최순실 일당들에게 휘둘렸다. 우리 국민들이 잘 못 뽑은 것이다. 그러나 그가 여성이기 때문에 통치를 잘 못 한 것은 아니다. 바로 박근혜이기 때문에 잘 못 한 것이다. 박근혜 개인의 문제라고 본다. 전세계적으로 정치를 잘하는 여성 리더들이 얼마나 많은가.

대한민국에 김영란법은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1차 밥, 2차 술, 3차 성접대 식의 향응과 접대문화는 없어져야 한다. 그런데도 교수한테 캔 커피 하나 선물 못해 사제간 정이 없어졌다거나 접대가 사라져 식당이 안 된다는 식의 보도는 우습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청탁과 향응, 부패를 뿌리뽑기 위해 옳은 일을 한 사람이나 여성이기 때문에 문제삼는 시각들이 있다. 특히 보수언론들이 그렇다.

“박근혜·김영란은 ‘직책’으로 평가 받아야”
김수정 젠더사회문화연구소 ‘이음’ 소장
 

나는 박근혜·김영란을 ‘여성’이라는 범주로 묶어버리는 게 일단 불편하다. ‘김기춘과 우병우’라는 ‘남성’에게는 붙지 않는 성별 범주가 왜 유독 여성에게는 붙는가? 아마도 여성은 별종이거나 종이 아닌 모양이다. 200만의 탄핵인파가 광화문으로 몰려나갈 때도 어쩌면 공적 신분을 망각한 대통령에 대한 분노에 더해 국정을 농단한 장본인이 ‘일개 아녀자’라는 지점이 감정을 증폭시킨 측면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행태 뒤에서 정치적 야심을, 자본의 배불리기를 즐겼을 거대한 집단의 또 다른 무리들이 피해자 흉내를 내며 면죄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나는 박근혜와 김영란을 ‘직책’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그들의 철학적 가치가 정치의 결과물로 우리 앞에 던져졌기 때문이다. 김영란은 부패를 불식시키고자 했던 의인으로 기억된다면, 박근혜는 부패를 발효시켜 대한민국을 썩은 내로 진동시킨 장본인으로 우리의 삶에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박근혜 혼이 비정상…개인의 자질 문제라고 생각”
김미숙 청주대 사회학과 교수
 

혼이 비정상인 박근혜 대통령한테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맡겼다는 데 대해 경악했다. 어처구니가 없고 나중에는 슬퍼지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에 관한 얘기가 이제까지 10% 밖에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너무 혼란스럽다. 국민들은 대통령 그만하고 내려오라고 하는데 본인은 정작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남녀의 문제는 아니고 개인의 자질에 관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만든 법의 취지는 매우 훌륭하다. 우리사회는 김영란법 전과 후로 나뉠 수 있다. 그렇지만 초기라서 시행착오도 있고 다소 불편한 것도 있다. 군대가는 학생에게 밥을 사주려고 해도 더치페이를 해야 한다. 5만원이면 둘이 2만5000원씩 내야 하는 것이다. 또 사립학교는 바른 말 하는 교원에게 이 법을 빌미로 잡아 해코지 하거나 불이익을 줄 가능성도 있다. 법의 취지를 잘 살리는 게 관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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