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없는 마을에서 최정규씨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준다. 벌써 석 달째다. “요것들 내가 6년 동안 먹여 살린 것들인데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어? 이사 가도 요맘때쯤 사료라도 주러 와야지.”

그는 재개발로 폐허가 된 청주시 모충동 대성주택에서 40년 손때 묻은 집 대문 앞에 앉아 말을 이어간다.

“밥시간 때면 어떻게들 알고 찾아와 울어대. 요즘은 사람들이 다 떠나 먹을 게 없어서 그런지 사료를 금세 비워.”

40년 세월을 이어온 대성주택은 이제 곧 허물어져 아파트가 들어선다. 마을은 대문이며 수도꼭지며 우체통까지 고철이 될 만 한 것은 다 떼어간 상황이지만 최씨의 집 우체통과 대문만큼은 ‘철거 하지 말라’는 그가 써놓은 글귀 때문인지 그대로다.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내 집이고 길고양이들을 먹여 살릴 거야. 추우면 이것들 다 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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