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충주·음성 분위기 차분, 팬클럽 ‘반딧불이’도 조용한 편

반기문 총장이 이달 말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귀국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의 고향이자 텃밭인 충주와 음성은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다. 특히 반기문 브랜드 사업을 추진한 충주시와 음성군은 최근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등 현 시국을 의식한 태도를 보였다.
 

▲ 반기문 총장이 이달 말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귀국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의 고향이자 텃밭인 충주와 음성은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다.

‘반딧불이(반기문 팬클럽 모임)’ 충주지회는 이달 중 창립보고회를 열 계획이지만 기대만큼 분위기가 뜨지 않아 고민 중이다. 아직 대회 일정도 확정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SNS를 통해 모집한 충주지역 반딧불이 회원은 70여명으로, 실제 활동하는 인원은 30~4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 총장이 초·중·고교를 다니고 어머니와 여동생 등이 사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 이하의 성적표다. 이런 현상은 충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달 25일 반 총장 고향인 음성에서 반딧불이 충북본부 창립대회가 열렸는데, 현 시국을 의식해 지역 정치인 등을 초청하지 않았지만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고 대부분 나이든 노인들만 참석했다.

충북 전체적으로도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괴산지회는 13일 괴산여성회관에서 창립대회를 열었으나 이날 분위기도 음성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괴산지회는 나용찬 강동대 교수가 지회장을 맡고, 현재 회원 200명 가량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청주는 상당, 흥덕, 서원, 청원 4개 구별 지회와 이 지회를 총괄하는 청주본부지회로 출범했다. 나머지 10개 시·군에도 지회를 만들어 운영할 예정이다. 이중 단양과 옥천, 영동 3개 지역에는 지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반 총장 관련 신규 기념사업 중단

반 총장 모교인 충주고 동문회도 최근 시국을 의식한 듯 ‘신중모드’에 들어갔다. 올 상반기만 해도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동문회장 출마자가 몰리면서 사상 처음 경선을 치렀다. 그동안은 기수를 예우해 합의 추대로 동문회장을 세웠다.

우여곡절 끝에 최종 입후보자는 2명으로 압축됐지만 선거가 과열되면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이 난무하는 등 혼탁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지역 재력가와 정치인까지 관여한다는 설도 나왔다. 추석 무렵에는 모 정당의 중앙당 인사가 충주를 방문해 충주고 동문을 접촉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반 총장이 유력 대선 후보로 계속 거론되면서 모교인 충주고도 덩달아 유명세를 치른 것.

여기에 충주시는 올 가을 충주의 관문인 모시래 들 9917㎡에 여러 색깔의 벼로 반 총장 이미지를 새긴 논 그림을 조성하기도 했다. 당시 시 공무원들 중 일부는 반 총장이 고향은 물론 한국을 위해 다시 한 번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충주고 동문회는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반딧불이와 선을 긋는 모양새다. 수년 째 반기문 기념사업을 해온 충주시와 음성군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존 사업은 계속하되 신규 사업 추진을 전면 중단했다.

충주시는 반기문 꿈자람 해외연수, 반기문 비전스쿨, 반기문 해외봉사, 세계 속 반기문 알리기 국제협력사업 등을 내년부터 모두 보류하기로 했다. 음성군은 우상화 논란을 빚은 생가에 마련된 포토존 동상을 철거했다. 아울러 음성군 입구에 설치됐던 반 총장 모형물, 모형물 옆에 설치됐던 비둘기, 유엔마크, 지구본 등도 치웠다.

군 관계자는 “세계적 지도자를 배출한 것을 기념해 동상을 세웠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아 철거했다. 사전에 선거관리위원회 요청은 없었고 수거된 동상 등은 보관하고 있다”며 “기념사업은 선관위 문의를 거쳐 문제가 없는 것만 계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음성군에서 원남면 상당리에 짓고 있는 유엔평화관은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가림막을 치고 공사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반 총장 생가인 음성과 본가인 충주 반선재를 찾는 관람객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생가에는 평일 150명 안팎, 주말에는 200~300여명이 방문하고 있으며, 반선재는 하루 50명 가량이 찾고 있다.

국내 여건 요동, 선택에 관심 집중

지난 1일 발생한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화를 계기로 반 총장 관련 시설에 대한 경비도 강화됐다. 반선재에는 야간 비상 상황을 대비해 가로등 여러 개가 추가 설치됐다.

조직이 정비되지 않았지만 반딧불이 충북본부는 중앙조직과 관계없이 충주에서 별도의 귀국 환영 행사를 열기로 했다. 최근 정국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반 총장이 귀국 후 대권 행보에 나서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동구 충북 반딧불이 회장은 “우리는 방법이 무엇이든 반 총장이 국가를 위해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정치적 해석이 없을 순 없겠지만 반 총장이 귀국 후 조국에 헌신할 길을 찾을 것이라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반 총장 역시 그동안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반 총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 대부분의 가족들은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 가족과 가까운 한 인사는 “가족 가운데 상당수는 반 총장이 세계 대통령으로 남아 끝까지 좋은 이미지를 이어가길 바라는 입장”이라며 “만약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네거티브 캠페인이 난무하는 선거 과정과 반 총장 이름을 팔고 다니는 인사들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앞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정국, 신당 창당 등 요동치는 국내 정치 상황에서 반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