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짧은 길이 아름답다
상태바
때로는 짧은 길이 아름답다
  • 충청리뷰
  • 승인 2016.12.21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안고원길 11-1구간 감동벼룻길

즐거운 인생
월간 마운틴 기사제휴·강성구 기자river@emountain.co.kr

어느 것이든 번외가 있다. 영화나 만화책, 소설 따위는 물론이고 스포츠나 인생에서도 말이다. 계획에 들어 있지 않는 것을 말하는 ‘번외’는 일상에 소소한 재미를 가져다준다. 둘레길에도 번외가 있다. 예를 들면 제주 올레의 우도나 추자도 같은 곳이다. 감동벼룻길은 진안고원길의 색다른 재미를 더하는 번외편이었다. 진안 시내에서 진안고원길 11-1구간의 시작점인 감동마을까지 차로 꼬박 30분이 걸렸다. 하지만 그 길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용담호와 가을날의 정취가 듬뿍 담긴 멋진 산세를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고불고불한 산길을 넘어 감동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앞으로는 유유히 흐르는 금강의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감동마을이라는 이름은 ‘감나무가 많다’해서 불리게 된 지명이다. 감동마을은 진안군에 있는 마을 중 금강의 가장 마지막 마을이기도 하다. 감동마을 뒤편으로는 해발 774미터의 지장산이 있다. 감동마을에서도 지장산을 오르는 산길이 있다.

감동마을, 앞으로는 근심마저 유유히 흘려보낼 강이 흐르고, 뒤로는 넉넉한 산이 버티고 있다. 이 풍경에 빠져 원래 길과는 반대편으로 걷고 있는 일행에게 한 마을 주민은 “총각들 그쪽이 아니야, 저 뒤쪽으로 가야 고원길이야”라고 소리쳤다. 10분 남짓이었지만 괜찮다.

감동마을에서 용담체련공원까지

다시 제대로 된 길로 향한다. 강변에는 가끔 키 큰 버드나무들이 보였고, 농민들이 밭을 일구러 나갈 때 쓰는 농기구, 자전거 등도 눈에 띄었다. 원래 이 길은 마을 주민들이 용담, 안천, 진안을 오고갈 때 실제 걷던 길이다. 그래서 길에는 주민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산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둘레길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산이 세상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이었다면, 길은 세상을 수평으로 바라보는 눈이다. 누군가는 둘레길에서 지루함을 느낀다. 하지만 둘레길에서는 소소한 자연 풍경, 마을의 정취와 삶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둘레길에서는 세상을 더 천천히 더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감동벼룻길의 전체 길이는 4km가 채 되지 않는다. 빠른 걸음이라면 1시간이면 충분하다. 짧지만 금강을 마주하고 걷다 강변 숲길에 들어서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강변 숲길은 햇볕이 들지 않아 마치 원시림에 온 기분이다. 지리산 자락과 같은 깊은 계곡에서나 가질 수 있는 느낌. 조금은 습한 기운이 맴도는 이곳에 고사리와 같은 양치식물이 많이 자라기도 한단다. 이런 숲길을 따라 슬렁슬렁 30~40분쯤 걸으니 섬바위가 얼핏 보인다. 섬바위가 보인다는 것은 길이 곧 끝난다는 신호다.

섬바위는 강 중간에 10m 정도 솟은 바위다. 위로는 바위를 버팀돌 삼아 자라는 소나무와 잡목들이 자라고 있다. 그리고 주변에는 철새들이 떼 지어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섬바위 옆으로는 모래와 자갈이 켜켜이 쌓인 백사장도 있다. 이 모래톱을 고장사람들은 ‘어둔이’라고도 불렀다.
 

▲ 진안고원길 11-1구간, 신용담교에서 바라 본 금강의 모습.
▲ 감동벼룻길의 시작지점이자 끝지점, 전면에서 유유히 흐르는 금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진안고원길 총 14개 구간 조성 완료

어둔이에 닿았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풍경이 아쉬워서일까. 주변을 맴돌다 신용담교라 불리는 다리를 건넜다. 다리 위에서 바라 본 풍경이 새롭다. 아직은 푸른빛을 도는 갈대 줄기가 엉켜 섬처럼 떠있고, 그 뒤로는 아담한 산자락이 보인다. 체련공원에 도착해 신발에서 흙을 털어 낸다. 계절의 풍경도 함께 벗겨졌다.

전북 진안군. 북쪽으로는 금산, 북동쪽으로는 무주, 서쪽으로는 완주가 자리 잡은 곳이다. 행정인구는 2만6천명에 달하지만, 실제 거주하는 인구는 2만 명에도 못 미친다고 이고장 사람들은 말한다. 때론 진안을 신안으로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진안은 ‘땅이 곧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농민이 대부분이다. 이곳에 낯설 만큼 어색한 하이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작은 진안고원 마실길이었다. 긴 글을 쓰기 위해 조금씩 써내려가는 짧은 문장처럼 진안고원길은 그렇게 천천히 만들어졌다. 퇴고의 과정을 거쳐 길도 조금씩 변했고, 이름도 바뀌었다. 그렇게 2016년 봄, 진안 고원길이 완성됐다. 총 14개 구간, 200km가 넘는 길로 진안 구석구석을 잇고 있다. 지난해는 5000~6000명 정도 다녀갔다. 다른 유명 걷기길에 비해 방문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방문 비율이 높다. 이는 걷기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진안고원길 11-1구간, 신용담교에서 바라 본 금강의 모습.


■교통

진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진안 안천방향 농어촌버스 이용, 안천버스정류소 하차하여 송풍방향 농어촌버스로 갈아탄 뒤 송풍에서 감동마을 방면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진안고원길 8, 9, 10, 11구간의 경우 금산군이나 무주군에서 가까운 편이다. 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주천면, 운일암 방향을 경유하는 진안행 버스(08:00, 10:20, 13:25, 14:40, 16:30, 17:55)를 이용하는 것이 가깝다. 요금은 주천 2,600원, 운인암 3,000원, 정천 4,300원, 진안 5,100원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통영대전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금산 IC에서 13번 국도를 이용한다. 네비게이션은 ‘진안 감동마을’ 또는 전라북도 진안군 용담면 감동길 51-9 감동마을회관으로 검색하면 된다.

■진안고원길 문의

진원고원길 사무국 홈페이지(jinangowongil.kr), 카페(cafe.daum.net/jinanmasil), 전화(063-433-519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