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집행위원

▲ 선지현 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집행위원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결정이 났지만 민심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습니다. 12월에도 충북지역 주요 시군단위에서는 매주 박근혜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청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날도 청주 성안길에서는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범국민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허름한 차림의 여성이 오셔서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인데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며 화를 내고 서명운동을 방해했습니다. 서명운동을 함께 하던 주변 사람들이 나서서 박근혜 대통령이 저지른 잘못을 쉼 없이 얘기하는데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대통령이 바뀌면 뭐 달라지나요. 정치하는 놈들이 다 똑같잖아요. 기업들에게 돈 받아먹고, 죄를 지어도 감옥 안가고, 국민들은 변하는 게 없어요. 왜 박근혜 대통령한테만 이렇게 난리를 치는 거예요”라고요. 생각해보니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뀐다고, 헬조선이 되어버린 한국사회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국회의 탄핵 결의에도 여전히 수십만 명의 국민들이 거리로 나오는 이유는 어쩌면 박근혜 퇴진 이후 ‘달라진 한국 사회’를 열망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망쳐놓은 민주주의 정치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문제도 함께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근혜대통령이 재벌들에게 800억을 받고 민원창구 노릇을 하며 밀어붙이던 정책들은 특히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것들이었습니다. 재벌들이 민원을 넣었던 노동정책들은 청년들에게 저임금·불안정노동을 강요하는 것이었습니다.

각종 규제 완화 정책들은 골목상권까지 재벌대기업들이 장악하는 재벌특혜였습니다. 창조경제 정책들은 세금만 낭비되고 소수 정치관료들과 대통령의 측근들이 이권을 챙기는 수단에 불과한데 이 규모가 4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이 정부에서 복지정책이 모두 파괴된 것은 창조경제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치솟는 전세 값과 투기정책으로 전락해버린 부동산 정책, 1,200조에 달하는 가계 부채와 지속되는 불안한 경제는 국민들에게 가슴을 조여 오는 공포였고 두려움이었습니다. 또한 이번 촛불집회에 눈에 띄게 청소년 참여가 많았던 것 역시 흙수저·금수저가 존재하는 신계급사회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는 주장에 이의를 다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청소년들의 미래는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오죽하면 ‘헬조선’이라고 했겠습니까.

한국 사회 정치 역시 국민들에게는 분노의 대상이었습니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다 똑같아’라는 분노에 반론을 제기할 수도 없습니다. 수십년동안 반복되어온 정경유착과 권력형 비리, 한국사회를 뒤흔들어놓을 정도로 헌법을 파괴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권력자들이었습니다.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민낯이 모두 드러나 버린 작금의 사태가 박근혜 정부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별로 없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절차가 남겨진 지금, 우리는 좀 더 한국 사회를 깊숙하게 들여다보고 함께 해법을 만들어나갈 때가 됐습니다. 이제부터는 ‘달라진 한국사회’에 대해 정치적 상상력을 펼쳐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청산해야 할 문제들이 있습니다.

우선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제대로 된 책임 추궁과 처벌이 이뤄져야 합니다. 친일세력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군부독재 시절에 부와 권력을 누렸던 세력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결과가 지금의 사태를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로 유신체제의 잔재를 청산해야 합니다. 더불어 1997년 이후 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하고 한국사회를 ‘헬조선’으로, 흙수저·금수저로 나뉘는 신계급사회로 만든 정책과 체제들을 청산해야 합니다. 바로 신자유주의 체제입니다.

나아가 위임민주주의의 허점을 극복할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가능한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선거제도 개혁이나 정부정책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은 한국 사회 민주주의를 좀 더 진전시킬 것입니다. 바로 87체제의 혁신과 변화입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삶을 바꿔내는 것, 지금 촛불은 이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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