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8년 방치하다 헐값에 넘겨···시민들 혈세 낭비 비난

충주시가 수십억 원을 들여 만든 탄금호 음악분수대를 고철로 매각하면서 혈세낭비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시는 분수대 사업을 추진할 당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사업을 강행, 예산낭비는 물론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충주시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탄금호에 설치한 음악분수대를 최근 3600만 원에 매각했다. 시는 감정평가액 1억 4200만 원에 지난 8월 음악분수대 매각에 들어갔지만 6차례에 걸쳐 유찰되자 방침을 바꿔 고철로 처분했다.
 

▲ 충주시가 수십억 원을 들여 만든 탄금호 음악분수대를 고철로 매각하자 혈세낭비 지적이 일고 있다.

시는 2005년 9월 20억 원(국비 12억 원, 도비 1억 5000만 원, 시비 6억 5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탄금호 음악분수대(수경분수)를 만들었고, 같은 해 10월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분수대는 가로 50m, 세로 8m 규모의 부양식 시설로 조성됐다. 주요시설은 고사분수(60m) 1개, 변화분수(1~5m) 314개, 레이저 1개소, 운영실 1개소, 수전실 1개소로 구성됐다.

조성 당시 시는 최대 500가지 이상의 분수연출이 가능하다고 소개함은 물론 수경분수를 통해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시너지 창출,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크게 기대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막대한 투자비용에 반해 파급효과는 극히 미약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수경분수의 특성상 계절과 날씨, 기후 등에 따라 가동이 극히 제한되는데다 이와 연계한 구체적인 관광활성화 프로그램이나 운영계획 등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공유재산 관리 허술한 충주시

탄금호 음악분수대는 유지비용으로 연간 1000만 원 이상이 지속적으로 소요되는데 반해 가동시기는 봄, 여름철 주말 1~2시간과 충주호수축제 기간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이렇게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음악분수대는 가동 수개월 만인 2006년 7월 집중호우로 일부 시설이 유실돼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2007년 9월 7억 74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보수공사를 마무리했다. 이후 탄금호국제조정경기장에서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개최가 결정되면서 조정경기에 지장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2009년 3월 2300여만 원의 추가예산을 들여 경기장 밖인 나루터가든 인근으로 옮겨져 보관됐다.

7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다시 가동을 재개했지만 1년도 안 돼 아예 자취를 감춘 것. 이후 시는 이동설치 방안 등을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막대한 예산에 걸려 무산됐고, 지금까지 방치되며 미관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여기에 지난 2012년 시의회에서 분수대를 보수해 다시 사용하자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보수에만 1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나타나 결국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시의회 임시회에서도 이 문제는 제기됐다. 공유재산을 매입·관리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것. 최용수 의원은 시정질문을 통해 “전임 시장 시절이지만 탄금호 음악분수대에 27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2년여 밖에 운영하지 못하고 중단됐다”며 “공유재산 관리가 허술하다”고 질타했다. 시민들도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고철로 처리되는 것보다 시에서 활용방안을 잘 모색해 또 다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강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시민의 피와 땀으로 걷은 세금으로 만든 분수대가 저렇게 쓸모없이 방치됐다가 결국 고철로 처리되는 것을 지켜보니 충주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다”고 시의 근시안적 행정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재활용 방안을 찾았다. 하지만 분수 재가동에 최소한 15억~18억 원이 들어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었다”며 “부력재 구조물을 수변무대로 재활용하려 해도 마땅한 장소가 없어 매각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재활용 업체에 매각된 음악분수대는 이달 중 시와 계약을 맺고 해체·인양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 가동됐을 당시 탄금호 음악분수대.

전국적으로 천덕꾸러기 된 음악분수대

홍보목적 설치→운영비 과다·잦은 고장→방치→고철 매각
예산낭비 주범, 수십억 예산 고철 매각되자 비난 목소리

음악분수대를 둘러싼 방치 및 고철 매각, 혈세낭비 논란은 충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남 아산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조성한 호수공원 음악분수대는 수년째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아산신도시 중심부에 자리 잡은 호수공원 음악분수대는 2009년 23억 7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설치됐다. 아산시는 호수공원 음악분수대를 LH로부터 2011년 12월 인수받았다.

이후 2012년 5~9월까지 5개월, 2013년 4~6월까지 3개월 운영했다. 하지만 토사와 부유물질로 인한 노즐 막힘 등 잦은 고장으로 가동을 멈췄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이 음악분수대는 방치돼 시설물이 하나 둘 망가지고, 바닥을 드러낸 호수에는 부유물이 부패하면서 악취가 발생했다. 음악분수는 2013년 하루 3회 30분씩 3개월 간 운영한 결과 전기요금 3230만원, 안전관리비 1000만원 등 4230만원이 소요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산시는 2013년 7월 이후 호수공원 음악분수대 운영을 중단하고 LH에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 달라며 보완을 요청했다. 차일피일 미루던 LH는 당초 아산신도시 호수공원 음악분수대의 설계가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지난 4월 음악분수대를 철거하고 13억 4200만원짜리 고사분수대를 다시 설치할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아산시민이나 입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 비난을 샀다.

제주시 역시 건입동 동문로터리에 설치한 산지천 음악분수시설을 철거할 방침이다. 산지천 음악분수는 2002년 6월 조성됐다. 하지만 잦은 고장과 높은 유지관리비(매년 1억 원 가량)로 제주시는 철거를 결정했다. 철거결정으로 혈세낭비 논란이 일었다. 더욱이 28억원이 투입된 이 분수대 옆에 70억원을 투입해 또 다른 분수대를 설치할 계획을 세우면서 시민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전북 진안군은 40억원을 들여 설치한 상전면 고사분수대를 충주처럼 고철로 매각했다. 군은 2005년 설립 당시 동양 최대 규모로 제작돼 170m 높이까지 물줄기를 뿜어낸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석 달만 가동하고 수년간 방치되다 고철로 매각돼 주민의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또 단양군이 도담삼봉에 설치한 음악분수대는 이용객이 부르는 노래의 높낮이에 따라 다양한 물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이용객 대부분이 음주상태에서 노래를 부르고 고성을 질러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에 군은 관광객들의 지적에 따라 상설 공연장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는 등 철거의사를 내비쳐 앞으로 진행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외에도 경기도 포천, 과천 등에서 음악분수대와 관련해 철거 및 예산낭비 논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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