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오리·닭 초토화···살처분 매몰비용 떠안은 농가 큰 부담

충주시와 음성군이 AI(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비상이 걸렸다. 특히 AI확산이 꺾이지 않는 가운데 농가들은 가금류 살처분 매몰 부지 확보와 매몰 비용 부담의 이중고를, 식당들은 매출액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가 음성과 진천, 청주, 괴산을 거쳐 충주까지 확산됐다.

충주시에 따르면 이달 들어 대소원면의 한 토종닭 사육농장에서 닭 10마리가 폐사해 축산위생연구소 간이검사에서 AI 양성 반응이 나와 고병원성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다. 충주시는 이 농장과 반경 500m 이내 다른 농장의 닭 114마리를 예방적 살처분하고 통제초소 설치와 방역 소독을 마쳤다.

▲ 충주시와 음성군이 AI 확산으로 비상이다. 특히 AI확산이 꺾이지 않는 가운데 농가들은 가금류 살처분 매몰 부지 확보와 매몰 비용 부담의 이중고를, 식당들은 매출액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주시는 AI 발생 농장주에 대해서는 이동제한 조처했고, 다른 산란계 농장 4곳에도 통제초소를 설치했다. 충주시에서는 구제역이 두 차례 발생했지만, AI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주지역에는 닭 사육농가 960가구에서 250만 마리, 오리 사육농가 27가구(전업농 5가구 포함)에서 4만 마리를 기르고 있다.

앞서 지난달 16일 음성군 오리사육 농가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12일 현재 닭, 오리, 메추리 128만 마리를 살처분 매몰했다. 아직 살처분해야 할 닭 45만 6000마리가 남아있다. 충북지역은 음성을 비롯해 47곳의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최종 확진되는 등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초에도 음성에서 21만 마리의 닭을 사육하는 농장에서 150마리가 폐사했다는 AI 의심 신고가 접수돼 긴급 살처분 작업을 했다.

AI 확산이 계속되면서 매몰할 부지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부지를 계속 마련해야 하는데 토지주와 주민이 반대할 경우 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음성에서 AI 첫 의심 신고가 접수된 농장을 비롯해 주변 농가에서 사육하는 오리를 설처분하고 이를 땅에 묻을 매몰지를 확보하는데 이틀이나 걸렸다.

매몰지 확보·비용부담…이중고

보통 매몰지는 AI 발생 농장 부지 내 땅을 파 마련하는데 농가 1곳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인근 논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해 실패했다. 결국 농장 인근 농경지 주변에 매몰지를 마련하고 살처분한 오리를 매몰했다.

살처분 매몰 비용도 농가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는 농가의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 매몰 비용을 농장주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법적으로 살처분 매몰 비용은 자치단체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명확한 지원체계는 명시돼 있지 않다. 과거 지자체에서 모든 비용을 지원해 줬지만 2년 전부터는 AI가 발생한 농가에서 매몰비용을 떠안고 있다.

이에 따라 음성군 맹동면의 경우 축산농가가 밀집해 있어 매몰 부지를 조성하기에 농가의 비용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맹동면은 AI 양성 판정을 받은 농가들이 합동으로 매몰지를 조성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음성군은 AI가 종식되거나 확산세가 잠잠해지면 그동안 소요된 비용을 산출해 각각의 비용부담에 대한 기준을 정할 계획이다. 다만 일반 축산농가가 아닌 법인회사 등 기업형 농장의 경우 살처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후관리 비용 정도로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님 끊긴 식당들 ‘울상’

기업형 농장은 살처분 매몰에 소요되는 중장비 업자 선정과 인력, 비용 등을 직접 해결하고 있다. 오리 사육 농가 대부분은 대형 축산물가공업체 등의 위탁을 받아 사육했기 때문에 보상금 가운데 위탁수수료만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살처분 보상금 대부분이 축산 대기업에 돌아간다. 농가들이 손에 쥐는 보상금은 사실상 거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AI 감염이 재발한 농가의 보상금은 20%가 감액된다. 또 소독상태 등의 기준에 따라 최대 80%까지 감액한다. 살처분한 한 농장주는 “살처분 보상금이 많이 깎인 상황에서 매몰 비용마저 부담해 어려움이 많다”며 “매몰 작업이 끝나 모든 비용이 산출되고 그것이 농가에 비용 부담으로 전가된다면 농장주들의 불만은 커질 것”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소규모 농가는 군에서 지방비로 매몰비용을 지원해준다. 하지만 기업형 농장은 농장주가 매몰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식당들도 울상이다. AI가 발생한 뒤 손님이 뚝 끊겨서다. 평소 매출액도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오리고기 식당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대대적인 살처분으로 물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오리 가격이 껑충 오르기 때문이다.

음성에서 오리고기 식당을 하는 한 주인은 “AI 발생 뒤 손님이 급감했다. 매출도 많이 떨어졌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출하량이 줄어들면 오리고기 공급가격이 올라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식당을 계속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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