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떠난 선수 언제까지…1999년 예천군청 복귀에 싸늘해진 여론
단양 출신 송종국 여론 악화되자, 기념관 폐쇄 등 이름 지우기 나서

지난달 청주시는 13억원을 들여 용정동 소재 김수녕 양궁장 시설을 보수했다. 내년에 열릴 제 98회 전국체전을 치르기 위해서다. 10억원 대 지자체 예산을 투입하자, 김수녕양궁장이라는 이름이 또다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1994년 건립 당시 국비와 도비, 시비 등 총 47억 2400만원을 들인 양궁장은 이후로도 해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유지관리비용이 들어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양궁 2관왕·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양궁 2관왕에 빛나는 충북 출신 양궁선수 김수녕의 성적을 기념하고, 충북도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그가 은퇴한 이듬해 김수녕 양궁장을 건설했다.

▲ 청주시는 지난달까지 13억원을 들여 김수녕 양궁장에 대한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해마다 적지 않은 돈이 추가로 투입되며 김수녕양궁장 이름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충청리뷰 육성준 기자

이후 지난 20여년간 김수녕 양궁장은 시민들 곁에서 휴식공간으로 이용됐다. 이 밖에도 각종 국내·국제대회 경기장으로 심심찮게 사용되면서 신궁(神弓) 김수녕이 충북 출신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역할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1999년 충북 버리고 예천행 ‘발단’

충북을 대표하는 양궁장에 충북 대표 선수인 김수녕 선수의 이름이 쓰인 것에 대해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문제는 후에 발생했다. 1993년 화려하게 은퇴한 김수녕 선수가 1999년 다시 현역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당시 청원군청이 양궁팀을 운영하고 있었고, 김 선수에게 영입제한을 했지만 김수녕 선수는 청원군의 러브콜을 거부했다. 당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수녕 선수가 청원군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금전적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녕 선수는 예천군청 양궁팀에 입단했고, 신궁의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전성기 못지않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예천군청 소속으로 낸 그의 성적은 더 이상 충북도민이 함께 기뻐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급기야 김수녕양궁장이라는 간판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수녕 선수는 예천군청 소속으로 2003년 최종 은퇴했고, 은퇴한 후에도 충북과는 어떤 교류도 없었다. 어쩌면 김수녕 선수에게 충북은 덕성초등학교와 중앙여중, 청주여고를 다니던 그 시절이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그와 관련한 가장 최근 소식(2014년)은 그가 연봉 20만달러의 대우를 받고, 사우디아라비아 공주 2명의 양궁전담교사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생존인물 평가 언제 변할지…

행자부는 도로명주소 명칭과 관련해 생존인물 이름을 딴 도로명은 각종 공적장부에 기재되는 주소로 사용할 수 없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경기도 화성시 ‘박지성로’는 ‘동탄지성로’로 변경됐다. 이같이 도로명은 물론 공공시설물 이름을 생존인물의 이름에서 따는 것은 가급적 피한다. 바로 생존인물이 가지고 있는 가변성 때문이다. 인물에 대한 평가의 유동성이 그나마 가장 적은 분야가 체육이다 보니, 체육시설에는 생존 인물의 이름을 딴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도내에서는 김수녕 양궁장과, 김형탁 양궁훈련원(괴산군), 송종국 기념관(단양)이 있다. 전국적으로는 서향순 올림픽제패기념 양궁장(광주시), 문학박태환 수영장(인천시), 박주영 체육관(대구시) 진호(김진호)국제양궁장(예천군), 김민호 야구장(양산시)이 있다.

괴산군이 5억 400만원을 지원한 김형탁 양궁훈련원은 국내 양궁 1세대인 김형탁(63·중원대) 교수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 김 교수는 2012년 군민대상을 받는 등 괴산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전 송종국 기념관 내부.

반면 송종국 기념관과 송종국 도로는 계륵과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 단양군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송종국 선수가 단양군 출신임을 강조해 관광객 유치 등 지역경제활성화에 활용할 계획으로 송종국 마케팅을 벌였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했다.

광주 서향순양궁장, 축구장으로

단양시외버스터미널 옆 요지에 위치한 송종국 기념관은 지난해 결국 문을 닫았다. 송종국기념관 자리는 단양 문화마루라는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단양군 관계자는 “송종국 선수 관련 전시용품도 낡았고, 낮은 수심때문에 선착장을 찾는 관광객도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꾀하게 됐다”며 송종국 선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정사)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다고 말하면서도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단양군은 송종국 기념관 폐쇄와 함께 송종국 도로 안내 아치 제거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양군은 2002년 7월 5일 지명위원회를 열고 송종국 선수의 고향인 단양군 적성면 상원곡리부터 매포읍 평동 삼거리까지 10.2km 구간을 ‘송종국 도로’로 명명했다. 도로명 주소가 아닌 명예도로명이다.

단양군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도로명 주소는 적성로로 행정적으로는 송종국 도로라는 이름이 사용되지 않는다”며 “따로 이름을 바꾸는 절차 등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사회여론 등을 반영해 도로에 설치돼 있는 아치 제거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수녕 양궁장과 함께 선수 이름을 단 대표적인 양궁장인 서향순 올림픽제패기념 양궁장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광주시는 지난 8일 서향순 양궁장을 광주FC가 사용할 축구전용구장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예산확보에 나섰다.

이상설안길·의암로·단재로·원명로
충북, 독립운동가 이름 딴 도로명 5곳 뿐

국가보훈기본법에는 독립운동가의 이름이나 호를 공항이나 항만, 도로, 광장, 공원 등의 명칭으로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딴 공공시설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명주소 전환으로 전국에는 16만 4236곳의 도로이름이 생겼지만 독립운동가의 이름이나 호를 사용한 도로는 46개에 불과했으며, 충북에서는 5곳 뿐이었다. 지난 9월 국가보훈처가 국회 정무위 소속 정태옥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도내 도로명 주소 가운데 독립운동가의 이름이나 호를 사용한 곳은 이상설안길(진천)·의암로 2곳(청주시·손병희 선생)·단재로(청주시·신채호 선생)·원명로(연병호 선생) 뿐이다.

국가보훈처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항과 항만, 철도역, 지하철역에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사용한 것은 전무했다. 거리명에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쓴 것은 전국에 4곳 뿐이었고, 다리명은 충남 백야교(김좌진)와 대전 단재교 두곳 뿐이었다.

도로명 등에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쓰느 것은 별도의 예산 수반없이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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