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현장에서 더 많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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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현장에서 더 많이 배운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6.12.14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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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의 同床異夢
▲ 홍강희 편집국장

세상에는 놀랄 일이 참으로 많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 만큼 국민들을 놀라게 한 사람은 없다. 지난 10월 24일 JTBC 방송이 청와대 대외비 문서가 저장된 최순실의 태블릿PC를 공개한 날부터 지난 9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까지는 놀라움과 충격의 연속이었다.

10월 25일 박 대통령 1차 대국민사과에서 최 씨에게 연설문·홍보물 표현 도움 인정, 10월 29일 서울에서 첫 촛불집회 3만여명 참석, 10월 31일 최순실 서울중앙지검 출석, 11월 4일 박 대통령 2차 대국민사과 검찰조사·특검수용 발표, 11월 5일 2차 촛불집회 20만명 참석, 11월 12일 3차 촛불집회에 100만여명이 참석했다.

그리고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 때는 눈과 비가 섞여 왔는데 전국에서 190만여명이 모였고, 같은 달 29일에는 박 대통령이 3차 대국민사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진퇴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는 졸속안을 내놨다. 12월 3일 6차 촛불집회 때는 전국에서 232만여명이 동시다발적으로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이 기간이 한 달하고 보름인데 몇 개월이 휙 지난 듯 하다.

나는 청주 성안길 입구와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촛불집회를 할 때마다 나가 보았다. 과거 반정부 시위를 할 때와는 풍경 자체가 달랐다. 참석자들은 아이들 손을 잡고 온 부부, 연인사이로 보이는 젊은 남녀, 친구, 회사동료 등 아주 다양했다. 참석자들은 모금함에 1000원, 1만원짜리를 자발적으로 넣었다. LED 조명으로 만든 촛불을 사들고 오거나 본인이 직접 만든 반영구적인 촛불을 가져와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사람도 있었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끼리는 인상 쓰고 싸울 일이 없었다.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무척 반가웠다. 사회자는 집회 끝날 때쯤 꼭 한 마디 했다.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은 매우 소중한 분들이다. 옆 사람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시라”고.

촛불집회에 참석한 경험은 소중했다. 여기서 시민들은 집단의 힘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탄핵안을 가결시킨 사람들은 국회의원이지만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행한 것이다. 촛불집회 무대에 정치인을 배제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발언기회를 준 것은 잘한 일이다.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집회에 온 사람들은 말했다.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기 위해서, 대통령을 잘 못 뽑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숨막혀 버릴 것 같아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발견하고 싶어서 왔다고. 이것을 다 얻어 갈 수는 없지만 2~3시간 앉아 있다 보면 뭔가 느껴지는 게 있다.

민주주의는 책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다. 오히려 현장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국정농단’ ‘탄핵소추안’ ‘대통령의 권한’ 같은 개념을 무조건 외우려고 해봐라. 잘 안된다. 하지만 집회에 참석해 듣다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자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왔다. 딱 맞는 표현이다. 국민들이 탄핵과 퇴진을 외치는 것은 대통령이 잘못 했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새누리당이 아니라 더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아니면 그 어떤 정당 소속이라해도 이 정도 잘못을 저질렀으면 퇴진하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일련의 사태를 진보 대 보수의 문제로 끌고가려 하고 있다. 무슨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나오는 진영논리는 우리사회 고질적인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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