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직언직썰/ 이병관 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 이병관 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2016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연말이 되면 올 한해를 차분히 되돌아보고 또 내년에 무얼 할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데, 올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어하다 보니 벌써 한해를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국민들이 촛불집회에 너무 많은 열정을 쏟아서 그런지 예년처럼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요 몇 달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큰 산 하나를 넘었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박근혜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든, 즉 우리들이 초래하고 만든 여러 문제점을 뿌리째 뽑아내어 좀 더 괜찮은 사회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품 자체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지도자 한 명 잘못 뽑으면 경제가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깨달은 국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촛불집회 덕택에 죽어가던 양초 산업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촛불 대용으로 사용하는 LED 전등이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였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광화문으로 집결한 그 시각, 나머지 지역은 상대적으로 한산할 수밖에 없었다. 관광버스가 전국 곳곳의 관광지가 아닌 광화문 한곳을 왔다 갔다 하느라 바빴는데 관광산업이 살아날 리가 있겠는가. ‘이런 시국에 회식은 무슨…’이란 말을 듣는 식당 주인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것이다.

운전을 할 때 안개가 끼어 앞이 잘 안보이면 일단 속도를 줄이게 된다. 소비도 앞날이 불확실하면 일단 멈추거나 나중으로 미루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 끼인 안개를 걷어내기는커녕 오히려 안개 그 자체가 되었다.

정치는 정치대로 움직이고 경제는 경제대로 움직이면, 사실 일반 국민들이 정치에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치적 혼란은 필연적으로 경제적 혼란으로 이어지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정치적 혼란이 경제적 혼란으로 이어진 사례는 주로 남미 국가들에서 많이 나타났다. ‘이러다 남미꼴 난다’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면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이러다 한국꼴 난다’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경제가 리더십 부재와 혼란, 성장둔화라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여러 외신들이 정치·경제·안보 분야에서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시기에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종전의 3.0%에서 2.6%로 크게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3.0% 아래로 낮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모두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지적하며 경제성장률 전망 수치를 낮춘 것이다.

사람은 극단적 상황에 처해봐야 변화할 수 있다고 했던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했지만, 또 그만큼 경제를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크게 바꿔놓기도 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통령의 어리석은 행동 덕택(?)에 국민들은 여러 경험을 하게 되었고 또 많은 걸 깨닫게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 인해 겪었던 고통들은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해지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판결을 내리든 그전에 하야를 하든,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 마음속에서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그렇다고 권한대행을 하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국가 지도자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박근혜 같은 대통령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지만, 그렇다고 국가적 리더십이 실종된 상황 자체를 좋다고 볼 순 없다.

이제 우리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좋은 지도자를 만들고 뽑을 수 있느냐로 옮겨져야 한다. 조심해야 할 점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곧 ‘올바른 사람’을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명박을 싫어하던 사람들이 박근혜를 지지했듯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분노는 또 다른 나쁜 사람을 지지하는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극단적 감정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다. 내 살림살이를 위해서라도 내년에 새로운 대통령은 잘 뽑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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