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 인페르노>

애매한 팝콘
김규원 충북학연구소장
 

▲ 인페르노 Inferno, 2016년 제작 감독 론 하워드 출연 톰 행크스, 펠리시티 존스

인페르노(inferno)의 사전적 의미는 지옥, 큰 불이라고 한다. 단테의 <신곡>은 지옥, 연옥, 천국 등 세 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각 장은 다시 아홉 개의 단계로 나뉜다고 한다. <신곡>은 사람이 갖는 다양한 감정 즉 슬픔, 사랑, 희망 등을 중심으로 단테가 자신이 살던 플로렌스(피렌체)에서 정치가들의 시기와 질투로 추방된 후 작성한 책이다.

한편 영화<인페르노>는 댄 브라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였으며 댄 브라운의 소설들인 <다빈치코드>와 <천사와 악마>처럼 음모론을 다룬다. 물론 직접적으로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와 같은 은밀하게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집단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영화는 한 강좌로부터 시작한다. 演士는 지구상의 인구가 10억명이 되는데 10만년이 걸렸으며 20억명이 되는데는 100년이 더 걸렸고 1970년 쯤 그 두배 즉 40억명이 되는데는 겨우 50년이 걸렸고 지금은 80억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진화생물학자들이 말하는 인류의 탄생 즉 호모 사피엔스는 대략 2,300만년전 아프리카 사바나 기후 지역으로 올라가는데 아마도 모르긴 해도 당시에는 상당히 작은 종이었을터, 이 종이 아프리카를 탈출한 것이 대략 20만년 전에서 8만년전 그리고 빙하기를 거치면서 기원후 10세기 경 유럽의 인구가 3천만명, 그리고 요즘 유럽의 인구가 대략 5억천만명...멜더스가 <인구론>에서 한계생산체감의 법칙 즉 식량생산은 산술적으로 증가하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에 장기적으로 보면 인류는 멸망한다는 것인데...요즘 저출산고령화대책과는 맞지 않는다.

물론 저출산 현상은 일부 국가에 국한한 현상이니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엘리뇨현상 등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이 환경파괴라고 하고 또한 인간의 끊임없는 이기심은 GMO와 같은 기술도 개발했으니 아무튼 영화 속에서 초반에 나와 강연을 하는 억만장자 과학자 조브리스트(벤 포스터 분)의 주장 즉 지구상의 모든 질병은 인구과밀이 그 원인이라 것 역시 과장은 되었지만 틀린말은 아닌 듯 싶다.

19세기 말 이후 1회용품을 발명한 인류는 물건을 버리고 새로 구입하는 것에 특별한 감정이 없듯이 죄의식없이 사람들은 자연을 자르고 버리고 소비하고 파괴하면서 지구를 망치고 있다는 말은 사실인 듯 싶다. 그런데 이 연사는 인간이 환경파괴를 통해 지난 40년간 지구상의 동물의 반을 멸종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 이 남자는 몇몇의 신체 건장한 남성들에게 쫓기고 있고 그러다가 교회당의 종탑 망루로 까지 쫓기다가 앞서 얘기한 자신의 신념을 내뱉고는 몸을 수십미터 아래로 던지면서 삶을 마감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건만, 아무튼 다음 장면은 하버드 대학의 기호학자 랭던교수(톰 행크스 분)가 단기기억상실로 병원에서 깨어나는데, 급작스럽게 승마복장 스타일의 경찰관이 병원을 급습해서 랭던교수를 살해하려고 한다.

근사한 외모의 여의사 시에나의 도움(펠리시티 존스 분, 영국 출신 1883년 생)으로 위기를 모면하는데, 시에나의 집에서 랭던은 자신의 소지품으로 간주되는 작은 실린더 용기를 발견하는데 흐릿한 기억속에는 자신을 강제로 차에다가 구겨넣는 남자들의 험상궂은 표정도 떠오른다.

그 실린더는 작은 빔프로젝터였는데(옛날 말로 환등기)거기서 나온 장면은 단테의 신곡의 지도였다. 그리고 그 지도가 변형된 것을 귀신같이 알아채는 랭던, 마침내 숨겨진 코드를 해석하니 질병을 통해서 인류의 숫자를 획기적으로 줄여서(멀쩡한 사람들을 다 죽여서라는 말과 뜻이 같음)또다른 지구를 만들고자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추격과 도망 그리고 또 다른 약간의 음모와 배신 등이 있으니 직접 보시는 것이 좋을듯하다.

결국 사람에게 최대의 문제는 사람

이렇듯이 댄 브라운은 인구감소를 통해 쾌적한 지구환경 혹은 다른 말로 인류멸망의 시나리오를 자주 들고 오는 것일까. 혹시 지구멸망이나 인류멸족 같은 주제를 가져오게끔 만드는 특별한 사회문화적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가 말한 세상은 유럽과 미국 이른바 歐美洲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미모의 여성들은 007시리즈처럼 늘 조연의 역할만을 할까 등등 시비와 궁금증이 꼬리를 잇는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랭던이 평소 戀情을 품고 있던 WHO의 수장에게 악의 세력은 늘 자신들이 세상을 구한다고 믿었다고 말한다. 그렇다. 지금 헬조선의 상황도 그들은 자신들이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든다고 시작한 것 같다. 다만 그 방법이 합리적이고 공개적이며 공정한 방법이 아닌, 이론과 실제가 다르듯이 내세운 말과 실제로 한 사업들이 다를 뿐이었다. 따라서 헬조선의 문제는 비교적 간단하다. 이기심에 근거한 연결고리들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일이다.

그러면 다일까? 만약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윗사람이 나의 인사평점을 매기는데 공정하지 못하게 그런다면? 혹은 교묘하게 장난을 친다면? 이렇게 본다면 결국 사람에게 최대의 문제는 사람인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분명한 것은 역사상 큰 죄악은 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다고 하는 랭던교수의 말이다.

그렇다. 늘 행복한 나라, 살기좋은 지역을 말하지만 언제 그것이 이뤄진다는 말은 없다. 그래서 비 선실세, 비선진료 등등 주로 비선에 의한, 비선을 위한 비선공화국에서는 늘 음모론은 환영 받는다. 다만 이 영화처럼 이미 전작에서 보여준 음모론을 다시 반복적으로 보여준다면 평단은 물론 관객으로부터도 외면을 받을 것은 뻔한 일, 그런데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부패와 관련한 일들이 식상하지도 않고 신선하게 반복되는 건 왜일까.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