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원대리 복주깨봉 백패킹

즐거운 인생
월간 마운틴 기사제휴·강성구 기자river@emountain.co.kr

서울에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지만, 이곳의 추위는 도시와는 많이 달랐다. 산의 추위가 적응되지 않은 채 시작된 백패킹. 깊은 계곡과 연달아 이어진 산에서 내리는 한기가 겨울 캠핑을 알린다. 이제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고생이 예고되는 백패킹의 계절이 돌아왔다.

▲ 복주깨봉 정상, 트인 하늘과 멀리 보이는 내린천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다양한 산길 많아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골이 깊어 해가 뜨고도 몇 시간이 지나야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겨울엔 인적이 드물지만, 여름엔 래프팅이며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내린천과 주변 상가는 시끌벅적하다. 숲이 황량하고 산불방지를 위해 통제가 된 이 시기에는 주변의 작은 산이나 둘레길도 걸어볼 만 하다.

강원도 인제군에는 소양강과 탁월한 산세를 가진 덕분에 산을 비롯해, 걷기 좋은 길이 많다. 잘 다듬어 놓은 둘레길과 등산로는 산행객의 마음을 붙잡는다. 하루 이상 머물기에도 적합한 장소다. 잠을 청한 자작나무 힐링캠핑장에서 원대리 자작나무 숲으로 진입할 수 있다.

자작나무 숲 옆에 있는 원대봉 역시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높이 1119m의 한석산은 내린천을 따라 이어진 고사리 마을과 피아시 계곡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하추리 계곡을 따라 이어진 국도를 20분 정도 달리면, 점봉산을 비롯한 설악산 자락도 만날 수 있다.

▲ 복주깨봉으로 올라가는 길의 이정표다. 나무계단을 따라 20분만 오르면 능선에 이른다.
▲ 에어매트리스도 추운 공기를 이기지 못하고 바람이 조금 빠졌다. 추위를 많이 탄다면, 발포매트리스를 여유로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린천 수변공원 앞에 놓인 원대교를 지나면 주변의 작은 연봉을 이은 등산로의 들머리를 만난다. 이곳은 내린천과 주변 산세를 보며 조용히 걷기 좋다. 이외에도 인제 대교 주변으로 소양강 둘레길이 있는데, 2개 코스가 개장되어 도보 여행객을 모으고 있다. 인제군청에서는 현재 3코스 정비까지 마친 상태라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3코스는 산 넘어 반대 마을인 갑둔리와 소치리 주민들이 오일장을 가기 위해 넘던 고갯길로 다듬어져 ‘소치길’이란 이름으로 탄생했다.

인제 모험스포츠연수원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을 빠져 나와 내린천 방향으로 이동하면 복주깨봉 초입을 만날 수 있다. 원대 1교를 건너기 전 ‘탐방로 1코스’라고 쓰인 안내판이 보이는데 이곳이 복주깨봉으로 향하는 길이다. 이곳은 2011년 인제군에서 실시한 생 태숲 탐방로 조성사업으로 완성된 길이다. 인공으로 다듬어진 숲이지만, 내린천과 주변의 산자락을 바라볼 수 있고 한적한 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트레킹 폴을 키에 맞추고 ‘탐방로 1코스 2.24km’라 쓰인 표지 판 옆 나무계단을 향해 발을 옮긴다. 시작부터 오르막이지만 짧은 거리기에 큰 부담은 없다. 폭우시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 해 심은 잣나무들이 질서있게 서 있다. ‘하, 후’ 숨소리를 쉴 새 없이 반복하며, 20분을 오르자 능선에 진입했다.

소담한 대화를 나누며 걷는 동안 솔잎이 밟힌다. 가끔 ‘아작’하며 밟히는 솔방울의 소리가 정겹다. 능선의 우측을 바라보면 인위적으로 심은 낙엽송과 자작나무가 눈에 띈다. 짙은 갈색 잎을 가진 낙엽송은 아직 자신의 일부를 버리지 않았다. 땀을 닦고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걸어본다. 곧이어 능선 밖으로 내린천이 얼굴을 내밀었다. 계곡은 몹시 말라있지만 돌고 돌아 소양강과 만 날 모습이 머리에 그려진다.

▲ 가지만 남은 앙상한 산 사이로 내린천이 내려다 보인다.

모험레포츠와 체험의 도시, 인제

지금 인제는 모험레포츠의 도시라 불린다. 내린천은 래프팅, 리버버깅 등의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어 여름 내내 많은 이들이 방문한다. 이곳은 다른 강보다 풍부한 수량과 계곡의 아름다움, 여러 난이도와 코스가 잘 갖추어져 있다. 그 외에도 짚 트랙, 번지점프, 비아 페라타, ATV를 즐길 수 있는 곳도 다양하게 있다. 이중 내린천을 사이에 두고 전율을 만끽할 수 있는 짚 트랙은 큰 즐길거리 중 하나다.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얼마 전 생긴 산악자전거 코스도 들러봐야 한다. 원대봉을 중심으로 바깥과 안쪽을 넘나드는 코스를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2014년 10월에는 처음으로 바퀴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바퀴축제는 산악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주제가 되는 행사였으나, 큰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또 일반인이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레포츠의 도시로 탈바꿈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이 돋보인다. 아무래도 설악산의 백담사나 오색지구의 관광객 유입에는 한계가 있기에 주변의 다른 환경을 이용하는 듯 하다.

산행을 마치고 하추리자연체험학교로 이동했다. 1995년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된 하추초등학교를 숙박시설로 바꾸고, 마을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농촌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체험휴양마을이다. 이곳은 목공예, 황토 염색, 얼음 썰매 타기 등의 체험활동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얼마 전 농식품부에서 선정한 체험휴양마을 전 부문에서 1등급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제모험레포츠연수원 자작나무힐링캠프

2009년 인제 원대리에 지어진 모험레포츠연수원은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도 있다. 내부에는 식당, 매점, 체육관, 인공암벽장, ATV 등의 깔끔한 시설을 이용 할 수 있다.

자작나무힐링캠핑장은 캐빈 텐트 20인용 1동, 10인용 2동, 5인용 4동이 운 영되고 있으며, 데크와 잔디사이트가 20개 이상 있다. 샤워장, 취사장, 야외 공연장, 화장실, 전기사용이 가능하다.
◆주소-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남로 1112
◆문의-홈페이지(www.healinje.com), 전화(033-461-3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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