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옛 조선식산은행 건물 처리놓고 의견 팽팽히 맞서
복원 찬성자 “역사적 자산, 등록문화재 지정 충분한 가치”

충주시 성내동 243(관아1길 13) 옛 조선식산은행 건물의 복원과 철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최근 옛 조선식산은행 건물에서 복원 관련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1933년 12월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의 복원과 철거를 주장하는 측이 팽팽히 맞섰다.

▲ 식산은행 과거 모습. 2층처럼 보이지만 목재 단층이다.
▲ 충주시 옛 조선식산은행 건물의 복원과 철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현재 모습)

복원 찬성론자들은 건축·역사학적으로 등록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손태진 한국교통대 건축학과 교수는 “일제의 경제수탈 현장으로서 은행의 평면 구성, 좌우대칭의 정면성을 가지는 입면, 돌출 현관의 형식, 수직 창호와 코니스 등 세부수법 등의 형식, 구조적으로 목조와 조적조를 혼합한 벽체와 모듈에 의한 간살 등에서 건축적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충주지역을 배경으로 역사·사회·경제 등의 상징적인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근대건축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등록문화재로도 지정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대학 강혁진 건축학과 교수도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에서 원도심의 역사적 자산 활용은 도시재생의 중요한 성공 유형”이라며 “실증적 증거인 식산은행은 역사적 자산이며 원형 보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원 찬성론자는 식산은행이 있는 곳은 충청감영(충주읍성)의 청녕헌(충북도 유형문화재 66호)의 허용 기준에 따라라 문화재보호구역 2구역에 해당돼 최고 높이 5m 이하(경사지붕 3:10일 때 7m 이하)로 신·증축할 수 있어 현재 건물의 절반 정도 높이 밖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점도 철거 후 신축의 한계로 지적했다.

이들은 “역사문화 자산에 대한 전문가의 조사가 부재한 상태에서 졸속하게 해체가 이뤄졌다”며 “시가 보존 불량으로 자체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 충주시는 옛 조선식산은행 건물에서 복원 관련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1933년 12월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의 복원과 철거를 주장하는 측이 팽팽히 맞섰다.

복원 반대자 “일제 미화 우려”

반면 철거론자들은 역사적 관점에서 식민수탈기관으로 건물을 보존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전홍식 교통대 한국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제강점기 식민수탈론의 관점에서 철거가 마땅하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는 근대 시기가 아니라 ‘식민근대’라며 식산은행 건물 자체를 근대문화유산으로 볼 수 없다는 것.

그는 “복원을 반면교사로 삼자는 주장은 일본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칫 일제를 미화할 우려가 있어 민족 감정에 맞지 않는다”며 “충주읍성 복원사업도 버거운데 식민통치 기관 건물을 보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철거를 강력히 주장했다.

전 연구원은 “이 건물 하나를 복원한다고 관광자원이 되는 것도 아니고, 미륵사지나 청룡사지 등 우리 고유의 유적 복원조차 미흡한 마당에 20억 원이란 큰돈을 투자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영상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행정학과 교수 역시 “충주는 항일도시이고 일제에 의해 도청이 청주로 이전되면서 피폐해졌다”며 “식산은행 건물 보존은 읍성 복원에 걸림돌이 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2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복원해도 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없다”며 “그 예산으로 항몽유적지를 개발하는 게 더 옳고, 우리 고유 문화재가 먼저”라고 했다.

아울러 충주시가 당초 계획했던 근대문화전시관 활용과 관련해서도 “전시관 활용 공간이 부족하고 항일투사의 자료를 일제 건물에 전시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조선식산은행은 우리의 근대 역사가 아닌 일본의 식민역사”라며 “자칫 일제 강점기 역사를 미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충주시 “의견 종합해 결정”

조선식산은행은 1918년 10월 조선식산은행령에 따라 설립한 특수은행으로, 우리 민족 자본을 수탈한 일제의 대표적인 식민지 침탈기관이다. 특히 일제의 식민지 경영에 있어 특수한 사명을 지니고 특별법에 의해 설립됐기 때문에 조선총독부의 감독을 받았음은 물론이고 조선총독부의 경제정책의 자금조달 역할을 수행했다.

성내동에 남아 있는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은 1933년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가구점으로 활용되던 것을 충주시가 근대문화전시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작년 11월 7억 원을 들여 매입했다.하지만 원형의 2/3 가량이 훼손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업이 보류된 상태다.

건물 복원과 전시물품 확보에는 23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올해 말까지 이 건물을 복원 또는 철거할지, 아니면 그대로 두고 다른 용도로 활용할지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복원에 찬성하는 분들의 의견과 반대하는 분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정책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며 “아직까지는 어떤 방향으로 갈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충주의 옛 조선식산은행이 원형 복원될지, 아니면 철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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