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참여연대, "제안서와 다르게 시설 설치" 설계 증액 지적

▲ 지난 9월 22일 제천시 청전교차로에서 2017 제천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의 성공 개최를 염원하는 'D-365 카운트다운 전광판'이 개막 1년을 앞두고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대행업체 선정 과정에서 심사위원 정보가 사전 유출된 의혹이 제기됐던 2016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이하 한방박람회)가 제천시의 심사평가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애초 공모 지침에도 미달한 내용으로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행사 대행업체 A사는 각종 행사시설을 제안서나 실행계획보다 축소 집행한 의혹도 받고 있다. 1일 제천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같은 의혹과 함께 1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제천한방박람회 평가서를 발표하고 향후 대행사 선정과정의 의문점을 추가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제천시는 지난 5월 2016한방박람회 행사 대행업체 공모 입찰 과정에서 입찰 제안서 작성의 기본조건을 사전 제시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인 '기타사항'에 빨간색으로 표기해 강조한 부분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예산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은 일제 제안할 수 없음(제안할 경우 우선협상에서 제외됨)'이다. 제안서 내용을 '부풀리기'로 과장해 작성할 경우 심사위원들이 현혹돼 과대 평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두번째는 '본 제안 요청의 모든 사항이 제안서에 포함되어야 하며, 실현가능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점이다. 제천시가 제시한 제안 기본조건을 신청업체의 제안서에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는 규정이다. 원청업체가 제시하는 입찰 기본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민간부문 입찰에서도 기본 상식이다. 하지만 대행업체 A사는 두가지 조건을 모두 지키지 않았고 제천시는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거나 묵인한 의혹을 받고 있다.

▲ 행사장 주출입문. 제안서는 목구조물에 LED간판으로 화려했지만 최종적으로 합판 구조물로 완성했다.

제천시 '영업비밀' 정보 미공개

사례를 살펴보면 당초 제안서에는 행사장 주출입구를 목(木)구조물에 LED채널 간판을 사용하기로 했으나 실행계획에는 두가지가 모두 빠진 채 단순 합판구조물로 완성했다. 한방화장품관, 제천몰홍보관, 한방의료체험존 등에 비용부담이 큰 독립부스를 설치하는 것으로 제안서를 냈으나 실행하지 않았다.

이밖에 엑스포홍보관의 경우 중앙 독립부스를 설치하고 대형모니터의 주제영상, 글라스패널로 연출 등을 포함시켰으나 최종 실행단계에서는 모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애초 예산산출내역에 잡았다가 삭제하고 한방바이오관 예산으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거대한 약탕기 모양의 행사 조형물도 다른 형태와 재질로 변경됐다. 한중일 전통의학 거리는 나라별 특성을 살린 입체적 목공부스로 설치하기로 했으나 지붕합판에 실사를 붙여 평면으로 연출했다.

특히 제천시가 제시한 제안 기본조건을 지키지 못한 사례도 2건 발견됐다. 전시장의 경우 제안서는 대형텐트 2개동에 총면적 2400평방미터로 잡았으나 확인결과 공모 제안조건인 총면적 3200평방미터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재단측은 제안 지침 위반사항을 제재하지 않고 실행계획에서 3100평방미터로 다시 늘리도록 허용했다는 것. 심지어 화장실도 과업 지침에 2개로 명시했으나 A사는 제안서에 1개만을 포함시켰다가 역시 실행계획에서 2개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 제안조건 위반여부는 A사의 제안서 서류 검토만으로 사실관계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천시는 행사담당 부서는 물론 감사부서에서도 이같은 위반 사실을 적발해 내지 못했다. 대행업체 공모입찰에 탈락한 B업체는 지난 7월 충북도를 경유해 제천시에 '계약업체의 과업 및 지침 위반 행위' 여부에 대한 민원을 접수했다. 하지만 회신한 답변내용은 "서류상 계약업체의 과업 및 지침 위반행위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음"이었다. 서류 대조만으로 확인 가능한 사안을 '위반행위가 없다'도 판단한 근거는 무엇일까?

이에대해 제천시 감사 담당자는 "우리는 도에서 이관받은 민원내용대로 조사했는데 이상이 없었다. 지금 외부 교육중이라 자세한 민원내용은 사무실 서류를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B업체는 '계약업체의 과업 및 지침 위반 행위'로 포괄적으로 적시했고 결국 시 감사팀이 제안서와 내역서를 제대로 비교분석하지 않은 셈이다.

제천참여연대측은 "이번 행사의 입찰금액이 10억 6800만원인데 제안서의 콘텐츠 질과 실행결과를 보면 상당한 수준 차이가 난다. 따라서 예산이 많이 절감됐을 것 인데 오히려 설계 변경 을 통해서 12억원으로 1억 3200만원이 증액된 것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질은 낮아지고 돈은 더 주고‥시민의 혈세인 제천시의 돈은 눈 먼 돈인가? 하지만 불법입찰 의혹을 받고있는 제천시는 업체의 영업비밀 운운하며 계약내역서, 설계변경내역서, 실행보고서 등을 정보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행사 조형물은 거대한 약탕기 목공제작이었으나 엉뚱한 결과물로 바뀌었다.

3년전 불법업체 선정 '뒷말'
올해 한방박람회는 대행업체 선정 심사위원 정보가 사전 유출된 의혹도 제기됐었다. 제천시 한방바이오진흥재단은 지난 5월 한방박람회 제안서 심사결과 지난해 대행사로 선정됐던 A사를 다시 선정했다. 하지만 KBS 충주방송은 선정직후 A업체측이 심사위원 2명을 전화 접촉해 사전 청탁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제천한방바이오진흥재단은 과거와 달리 올해는 전국 공개 모집 방식으로 심사위원을 정했다. 대학교수 또는 전문분야에서 43명이 신청해 최종 7명의 심사위원이 선정됐다. 하지만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참여 업체들은 자기쪽 전문가들이 심사위원 공모에 응하도록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부 심사위원들이 A사로부터 도와 달라는 전화와 회유를 받았다는 사실이 다른 참여 업체가 접촉한 심사 위원들을 통해 드러나는 상황이 벌어진 것. 이게 사실이라면 최종 심사위원 명단이 외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재단측이 공모심사 1주일전에 심사위원 선정 사실을 통보했기 때문에 자체 노출 가능성도 있다.

당시 재단측은 "심사위원 선정에 따른 보안각서를 받았고 심사위원 명단과 점수도 결과 발표직후 모두 공개했다. 공모절차상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 탈락업체에서 보내온 팩스서류에는 A사와 접촉했다는 해당 심사위원 이름조차 없는데 자체 조사하기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결국 언론의 의혹보도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 사전접촉 여부를 밝혀지지 못했다.

특히 선정된 A사는 지난 2013년 제천평생학습박람회 행사 대행업체로 계약했으나 위조된 실적증명을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사법처리와 함께 계약해지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직접 발주하지 않고 조직위원회가 공모를 주관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행정제재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입찰범죄를 저지른 자치단체에서 3년만에 또다시 대규모 행사를 수주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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