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 “학교당직, 근무시간 짧아 산재적용 안돼”
실제는 일주일 168시간 중 100시간에서 125시간 일해

▲ 지난 9월 13일 학교 당직기사들이 가혹한 노동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신동근 의원실)
▲ 2015년 10월 28일 충주의 한 중학교에서 일하고 있던 당직기사가 학교 화장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그는 평일의 경우 하루 15시간 30분을 일 했지만 급여를 받는 시간은 4시간 30분에 불과했다. 휴일의 경우 더 심해 24시간 중 6시간 30분만 급여를 받는 시간이었다. 나머지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분류됐지만 그는 학교를 떠나면 안됐다


2015년 10월 28일 충주 모 중학교 당직 기사의 죽음이 보고 됐다. 그는 일주일 168시간 중 최소 101시간 30분에서 125시간 30분을 학교에서 일했다. 선생님보다도 학생 보다도 가장 많이 학교에 머물러 여러 일을 했지만 그는 학교의 식구가 될수 없었다.
그의 죽음에 대해 학교가 교육청에 보고된 문서명 ‘당직 용역자 사망사고 결과 보고’ 였다. 여전히 학교에선 한 식구가 아니라 ‘용역자’라는 외부인에 불과했다. 학교에서 외부인 취급을 받았던 그의 죽음에 대해 노동법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근로복지공단은 학교당직기사의 노동강도는 만성과로시간(기준 1주 평균 60시간)에 해당하지 않는 다는 이유로 산재보상에서 제외했다. 근로복지공단은 학교당직 기사들을 노동법의 또 다른 외부인으로 취급한 것이다. 산재조차 적용받지 못하며 학교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그림자 취급을 받고 있는 학교 당직기사들의 실태를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 해 10월 28일 충주의 모 중학교 당직 기사로 일했던 A(당시 59세) 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7시 40분경. 이 학교에 다니던 학생이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했다. 발견 후 충주의료원으로 이송했지만 이미 그는 사망한 상태였다. 외상도 없었고 범죄 혐의점도 없었다. 사인은 고혈압에 의한 심근 경색으로 추정됐다.

교육청 조사 결과 그의 출근시간은 오후 4시30분. 경찰은 그가 출근한지 5시간이 지난 저녁 9시경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출근을 하면 그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꼬박 학교에 있어야 했다. 평일 24시간중 15시간 30분 동안 학교에 머물며 순찰과 문단속을 해야 했다. 물론 이 시간동안 학교를 떠나면 안됐다.

 

근로복지공단, “학교당직 주당 60시간도 일 안해”

지난 1월 17일 새벽, 청주 모 중학교에서 당직기사 B씨(67세)는 아내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이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B씨 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이 숙직실 창살을 뜯고 들어가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 하지만 뇌경색 후휴장애로 현재까지 우측 편마비, 삼킴장애 등으로 힘겹게 재활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당시 B씨는 금요일 오후에 출근을 해 사고 당일인 일요일까지 연속 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연속근무 3일째 되던 새벽에 보안장치를 해제하려고 기상하던 중 급성뇌경색이 발병했던 것이다.

그의 가족들은 B씨를 대신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보험 승인 신청 서류를 접수했다. B씨가 평소 혈압관리에 이상이 없고, 퇴근 후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던 터라 가족들은 당연히 산재가 인정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가족의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지난 5월 4일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는 A씨의 최초요양신청을 승인하지 않았다. 불승인 사유는 “학교당직기사의 노동강도는 만성과로시간(기준 1주 평균 60시간)에 해당하지 않고,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초래할만한 급성·단기·만성적인 업무상의 가중 부담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B씨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 사망한 A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확인결과 근로복지공단은 실제 근로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산재 신청을 승인하지 않았다. 확인결과 A 씨는 일주일 168시간 중 최소 101시간 30분에서 125시간 30분을 학교에서 머물렀다. A씨는 하루 24시간중 15시간 30분 동안 학교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은 4시간 30분에 불과했다. 나머지 11시간은 휴게시간으로 처리됐다.

A씨의 근무표에 정해진 편성표에는 순찰과 휴게시간이 명토박아 표시돼 있었다. 이유는 휴게시간을 분명히 해야 임금을 적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휴게시간 동안 CCTV를 통한 감시활동, 긴급전화 수발 등 사실 상 온전한 휴게와 취침 시간이라고 볼 수 없는 현실에도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설날, 학교로 세배를 갔어요”

학교당직기사를 파견하는 용역업체는 근로 계약에 ‘근무지 이탈 금지’라는 조항을 넣었다. 이로인해 학교 당직 기사들은 식사조차 당직실에서 해결하고, ‘1인 단독 전일 근로’ 일 경우는 노동시간이 1주 평균 64시간까지 되기도 한다.

B씨의 경우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가 있던 기간인 2015년 12월 24일 부터 28일까지 무려 88시간을 연속으로 근무 했다. 설 연휴기간인 2015년 12월 31일부터 2016년 1월 4일 동안에는 5일 동안 연속으로 근무했다. B씨의 아들 C씨는 “명절 때 가 되면 아버지가 학교에서 나올 수 가 없어 차례 음식을 준비해 학교 당직실에서 세배를 받고 식사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B씨의 가족들은 현재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처리에 불복하고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B씨의 아들 C씨는 “근로복지공단 관계자가 한 번만이라도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당직 기사들의 실태를 확인하다면 이런 결과는 나올수가 없다. 한주에 5일 연속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두고 일주일에 60시간도 일하지 않는 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분개했다.

학교와 노동법에서 학교당직기사들의 노동을 그림자 취급을 하고 있는 동안 소리없는 원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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