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집 ‘살푸슴’ 발간, 고인의 작품과 추모글 담겨
동범 최병준 선생의 유고집 ‘살푸슴’이 세상에 나왔다. ‘동범 최병준선생 유고집 발간위원회(위원장 윤석위)’를 비롯한 지역인사들은 지난 5일 서원대 미래창조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동범을 추모했다. ‘살푸슴’이란 김정기 서원대 교수가 선생의 미소를 보고 ‘새 색시인양 살푸시 웃는다’는 의미에서 지은 것. 이 유고집에는 선생이 생전에 써온 시와 기행문, 수필, 칼럼 등과 동범을 다룬 신문기사 및 추모글, 사진 등이 들어있다.
그러던 동범은 지난 2001년 다시 엄청난 고통의 늪에 빠지고 만다. 김영세 전 교육감의 비리의혹과 관련해 주변 인물을 조사하던 검찰은 건설업자 이모씨가 89년부터 매달 100만원씩 선생에게 송금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씨는 동범에게 이 돈을 불우노인돕기에 써달라며 아무 조건없이 기탁했던 것이고, 선생은 일부를 불우이웃돕기에 쓰고 일부는 통장에 보관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교육감과 이씨의 관계를 추적하던 검찰은 김 전 교육감의 처남인 동범에게 로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가졌던 것으로 당시 알려졌다.
그래서 횡령혐의를 받고 불구속 기소되어 같은 해 3월부터 검찰에 불려가 재판을 받은 그는 불명예와 치욕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2001년 2월 충북참여연대 대표회장직을 사퇴하며 선생은 “비록 본의는 아니었지만 저로 인해 도덕적 순수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운동단체에 시민들이 의문을 품게 하고, 결과적으로 시민운동의 명예를 훼손한 점은 그 어떤 말로도 치유되기 어려운 아픔이자 고통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단체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검찰에서 발표한 7000만원 횡령혐의를 시인하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힙니다”며 “저는 불우노인을 위한 후원금을 기탁한 이사장의 순수한 뜻을 존중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고, 이 돈을 전달하지 않고 보관해온 것은 이사장과 충분한 사전협의를 통해 보다 의미 있는 노인복지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적립해 두었던 것입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후원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의 소지는 있으나 양심을 걸고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도 이 일로 인해 병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은 동범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판정 이후 1개월 정도 밖에 살지 못했다. 평생을 도덕성과 순수성으로 일관하며 무소유를 당연하게 알고 살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법정에 선 것을 무척 괴로워했다는 후문이다.
동범이 회장으로 있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투병중인 최병준 선생을 도웁시다’라는 유인물에서 당시 “선생이 갑작스레 불치병을 얻게 된 것은 법률위반 혐의로 수사당국에 불려 다니는 과정에서 큰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원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너무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어찌 그냥 바라만 보겠습니까. 어찌 선생을 그냥 떠나보낼 수 있겠습니까.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라며 모금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특히 동범 선생이 이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것은 일부 언론에서 후원금 횡령 혐의를 기정사실화 하고 ‘시민단체 대표 거액 횡령 의혹, 사정당국 후원금 1억 개인용도 사용 확인’ 등의 기사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유고집 출판기념회장에 모였던 사람들도 억울한 심정으로 황망히 세상을 등진 동범을 안타까워했다.
홍강희 기자
tankhong@cbinews.co.kr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이렇게 감동적인 글이 될수 있음을 까닫게 됩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