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대통령의 글쓰기>, 윤태영의 <대통령의 말하기>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이연호 꿈꾸는책방 대표
 

연일 상식을 뛰어 넘는 대통령의 말과 글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통치 방식은 설마 그렇게까지?를 넘어 대중의 분노를 키우고 확장시키는 진원지가 되고 있습니다. 급기야는 초등학생까지도 국격을 걱정하며 대통령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대통령의 말과 글이 있습니다. 2016년 대한민국의 황당한 상황은 국민 전체가 집단적 심리치료가 필요할 만큼 큰 혼란의 가운데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대중의 대응 방식입니다.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190만 촛불집회는 단 한 건의 물리적 충돌도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국민이 보여 준 나라의 품격은 광장에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대응방식은 어른스럽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치졸했습니다. 촛불을 들고 등장한 국민의 ‘하야’ 요구만이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가며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유일한 정치적 대응 방식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의 말하기와 글쓰기에 관한 근원적 성찰을 담은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들의 대부분은 현재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인식과 해독 불가능한 어법에 관한 질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대중은 대통령이 말과 글을 통해서라도 최소한의 이해와 설득을 구할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촛불 정국을 맞아 대통령이 쏟아 낸 말과 글은 대중의 분노를 키울 뿐, 대중의 상식과 이해의 수준을 넘거나(?) 무시한(?) 뜻 모를 주술에 가까웠습니다.

먼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8년 동안 대통령의 말과 글을 받아쓰고 다듬었던 강원국이 내 놓은 <대통령의 글쓰기>가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늘 사색하고 공부하고 책 읽기를 즐겨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과 상대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단호하고 합리적인 실천력을 보여주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말하기의 노하우 23가지

대통령의 말과 글을 다듬는 일을 8년이나 했던 저자의 솔직한 고백은 배웠다는 것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배운 글쓰기 비법을 40여 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독자와 교감하라’, ‘메모하라’, ‘제목을 붙여라’, ‘애드리브도 방법이다’, 등이 구체적인 글쓰기의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지금 대통령의 메모가 자주 구설수에 올라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의 메모는 상대에 대한 이해의 지점을 기록해두고 소통의 통로를 마련하기 위한 단초가 아니라 자신의 처지를 곤란한 지경으로 몰아 간 정치적 상대에 대한 보복과 지탄의 험악한 말들이 빼꼭하게 채워져 있지는 않았을까 합니다. 심각한 소통 부재의 태도를 보여 준 대통령의 말과 글을 볼 때 이런 혐의는 일면 타당해 보인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대통령의 말하기>도 대중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하기 원칙과 노하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책은 총과 칼이 아닌 말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노무현 대통령의 말하기 노하우를 23가지 원칙으로 정리해 대화의 목적, 대상, 장소, 상황에 맞는 대화법을 알려주고, 말재주 없이도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말하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얄팍한 재주와 위트로는 상대의 마음에 닿지 않습니다. 나와 상대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성찰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숨겨진 자신의 욕망을 강제로 주입하는 윽박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존의 방식일 때 평화로운 관계가 이루어집니다. 말이 가르침을 넘어 윽박지름이 될 때 그것은 폭력이 됩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강원국의 다른 저작 <회장님의 글쓰기>는 직장인들의 관계, 즉 심리를 파악하는 방법부터 기획안 설득, 품격있는 아부까지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90가지 계책을 담고 세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청소년들의 글쓰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차오름의 <지적인 삶을 위한 글쓰기>와 동화작가 고정욱의 <고정욱의 글쓰기 수업>도 좋은 글쓰기 지침서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연설비서관이었던 저자 강원국에게 부탁한 글쓰기 지침 중에는 “자네 글이 아닌 내 글을 써주게”가 맨 앞줄에 있었다고 합니다. 기교적 수사 보다는 지도자의 진심어린 마음과 생각이 담겨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대통령의 말과 글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품격을 보여주는 잣대로 남게 됩니다. 2016년의 대한민국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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