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 의전차량, 오송KTX역 시내버스 승강장에 주차
경찰, 대기하던 시내버스 내쫓아…시민, 30분간 추위에 떨어

▲ 28일 오후 8시 30분경, 청주 KTX오송역 버스 정류장을 황교안 국무총리 의전차량이 시내버스를 내몰고 30분 가량 불법 주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버스승강장에 주차한 의전차량
▲ 시내버스를 내몰고 무단 주차한 국무총리실 의전 차량때문에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채 30여분간 추위에 떨며 시내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 청주 KTX 오송역 버스 승강장 모습. 이곳에는 시내버스가 주차할수 있도록 시내버스 주차구역이 표기돼 있다.
▲ 29일 오전, 황교안 총리가 정부 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황교안 국무총리 의전 차량이 총리를 기다리는 동안 청주 오송 KTX 시내버스 정류장을 점령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황교안 총리 의전차량의 주차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승객을 태우기 위해 기다리던 시내버스 차량을 정류장에서 다른 곳으로 강제 이동 시켰기 때문.
시내버스 외에는 시내버스 정류장에 잠시 정차도 허용되지 않는 구역이지만 총리실 의전차량은 30여분간 불법 주차를 했다. 이 과정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30분간 추위에 떨어야 했다.

지난 28일 오후 8시 20분, 청주 KTX오송역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버스정류장에 느닷없이 시내버스 대신 검은색 세단 승용차 4대가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경찰은 정상대기중인 버스를 정류장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당시 현장에 있던 A(24•남)씨는 “버스를 타기위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경찰들이 버스정류장에 들어오는 버스를 돌려보냈다”며 “검은색 고급세단이 버스정류장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시민 A씨는 이날 세종시에서 버스를 타고 오송역에 오후8시20여분 경 도착했다. 오송역 시내버스 정류장에는 청주시내를 경유해 청주공항으로 가는 노선번호 ‘747’버스가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2~3분 뒤 경찰이 와서 버스기사에게 무언가를 지시했고 이내 버스는 정류장을 벗어나 유턴해 맞은편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버스가 이동하자 바로 검은색 세단 승용차 4대가 버스가 있던 정류장 자리로 들어왔다.

이후 버스는 8시 49분경 원래 있던 버스정류장으로 들어와 승객을 태운 뒤 운행을 개시했다.

 

“총리가 앞장서 법 안 지켜”

시내버스를 내몰고 승강장을 점령한 검은색 세단의 주인은 바로 국무총리실. 본보 확인 결과 해당 차량은 황교안 국무총리 의전용 차량으로 확인됐다. 당시 현장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한 버스기사 B씨는 “8시 20분경 정류장에서 출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이 와서 ‘8시 30분에 총리가 이곳에 도착한다’며 ‘차량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라’고 해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곳을 관할하는 청주 흥덕경찰서 관계자도 당시 상황에 대해 “주요 인사에 대한 경호를 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을 지켜야 할 국무총리실이 앞장서 법을 어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민들의 발이 되는 시내버스 승강장은 오직 시내버스 만이 정차 할 수 있다. 시내버스가 아닌 일반 차량이 잠시라도 정차하면 즉시 단속대상으로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된다.

현장 상황을 목격한 시민들에 의하면 국무총리실 의전 차량은 8시 30분경부터 시내버스정류장에 주차했다. 이런 상황은 취재진이 도착한 뒤 8시 50분 경까지 이어졌다. 25분 정도 국무총리실 의전차량이 시내버스를 내몰고 불법 주차를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30분 가까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통상적으로 오송역에서는 시내버스가 출발 20분에서 10분 전부터 히터를 가동하고 승객들을 기다린다. 승객들은 출발전에 미리 난방이 된 차량에 탑승해 추위를 피한다.

하지만 이날 경찰의 통제로 인해 시내버스는 정류장 인근으로 이동해 있다 출발시간이 되어야 나타났다.

추위에 떤 시민들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시민 A씨는 “장•차관들도 여럿 출퇴근을 하고 국회의원들도 자주 찾는 오송역이기에 관용차가 낯설지는 않다”면서도 “보통 버스정류장근처에서 대기했지 이번처럼 시내버스를 내몰고 자리를 차지한 경우는 없었다. 황당하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기사 B씨도 “한번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경찰이 요구해서 이동하긴 했지만 이래도 되나 싶어 불쾌했다”고 말했다.

당시 택시 승강장에서 대기 중이던 택시기사 C씨는 “시국이 어떤 시국인데 국무총리가 온다고 버스정류장에 있는 버스를 치우냐”며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D씨도 “경찰들이 일반차량들도 정류장 근처에 주정차 할 수 없도록 모두 통제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모두 사라졌다. 순찰차 4대가 오송역 앞에 정차돼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는 오늘 오전 10시 국무회의를 세종청사에서 진행한다. 또 오후4시경 읍면동 복지 허브화 선도지역인 청주시 봉명1동 주민센터를 방문할 예정이다.

본보는 국무총리실의 입장을 듣기 위해 관계자들에게 문의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박명원(jmw20210@naver.com)‧김남균(nk0954@daum.net) 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