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와 행동 필요성 역설하는 <고장난 거대기업>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권은숙 온갖문제연구실 연구노동자

▲ 고장난 거대기업 이영면·정란아 지음. 양철북 펴냄.

<고장난 거대기업>은 거대기업이 부의 축적에 대한 윤리를 갖지 못할 때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가를 국내외 생생한 사례를 통해 고발하고 있다. 인도의 플라치마다 마을은 지하수가 풍부한 한적한 시골이었다. 그러나 코카콜라 공장이 들어 선 후 물이 부족하고 공장의 기계음이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 곳으로 변했다. 공장 주변의 토양에서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이 검출되어 주민들은 농사를 작파하고 공장을 멈추라며 시위를 벌였다. 가동을 멈춘 지 일 년이 지났지만, 아직 공장 옆 마을 우물에서는 악취가 나고 물이 끈적해져서 식수로 사용할 수가 없다. 이제 플라치마다에서는 물을 구하기 위해 하루에 2km를 걸어 다녀야 한다.

네슬레가 아프리카로 진출하면서 전쟁도 아닌 마케팅으로 수천 명의 아기들이 죽어 나갔다. 네슬레는 분유를 팔기 위해 모유수유는 구시대적이고 불편하니 간편하고 골고루 영양소가 든 분유를 먹이라며 공짜로 샘플분유를 나눠주었다. 아기에게 공짜 분유를 먹이는 동안 엄마의 모유 양은 줄어들고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비싸게 분유를 사서 먹여야 했다. 분유 깡통에 먹이는 방법이 영어로 써 있었지만 아프리카 엄마들은 아무도 영어를 몰랐다. 우물물을 끓이지 않고 분유를 타 먹인 아이들이 수천 명 죽었다.

파키스탄 시알콧 지방은 전 세계 수제 축구공의 70퍼센트가 생산되는 곳이다. 축구공이 완벽한 구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른 두 개의 축구공 조각을 100페센트 손으로 바느질해야 하는데, 축구공 하나에 1,620번의 손바느질이 필요하다. 허름한 집안에 웅크리고 앉아 하루 종일 축구공을 꿰매는 아이들이 있다. 학교에도 못가고 고사리 손으로 바느질해 받는 일당은 고작 60센트이다.

현대자동차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이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엔진, 핸들, 계기판, 타이어 등 다양한 부품과 장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중소기업에서 부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를 사내 공장에서 일하도록 하거나 파견하기도 한다. 파견은 일정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본청의 노동자를 보내는 것이다. 이 경우 파견 노동자는 현대자동차의 지휘와 명령을 받는다. 사내 하청 노동은 중소기업 노동자가 직업 현대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하청 업체에 속해 있지만 정규직 직원처럼 현대자동차의 지휘와 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현대 자동차는 하청 노동자를 자기 회사 직원이 아니라고 한다. 하청 노동자는 정규직과 똑같은 조건에서 일하고 때로는 야근을 더 많이 하지만 정규직 임금의 70~80퍼센트를 받는다. 그들의 수는 40만 명에 육박한다. 해고가 쉽고 정규직으로 채용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하청노동자를 선호하면서도 부당한 차별을 일삼고 있다.

유무상자(有無相資) 정신이 필요한 시점

마지막으로 삼성. 삼성은 철학서도 아니면서 ‘반듯한 삶이 무엇일까’를 자주 고민하게 한다. 노조를 설립하려는 노동자들을 휴대폰으로 위치 추적해 감시하고, 광주공장 ‘아르네 삼성’이 구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러 갔을 때, 신고서류를 탈취하는 형편없는 짓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럴 줄 알고 품에 숨겨 간 또 하나의 신고서로 노조를 설립했지만, 공장 안에 철제 담장을 쳐 노조원들을 구분 짓고 구내식당과 통근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삼성전자가 19%의 지분을 회수하면서 아르네 삼성 노조는 와해되었다.

‘그냥 그러고 싶었는데 마침 그럴 수 있어서’가 악의 의지라고 누군가 말한다. 악의 활동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시간은 짧지만, 그 악의 이유를 묻게 되는 순간 영원히 피해자가 된다고. 그러나 나는 여전히 묻고 싶다. 왜 삼성은 2007년 태안 바다에 1만톤 이상의 기름유출 사고를 내고도 그리 당당했었나? 기상 악화 예보와 당국의 충돌 위험 경고까지 무시하며 무리하게 운행한 인재임이 분명했다.

피해를 입은 가구가 42,863가구에 달하고, 총 피해면적이 347㎢였으며, 해안선 375km가 기름에 오염되었다. 기름제거에 동원 된 선박만 무려 19,860여 척으로 58%가 어선이었다. 사고 뒤 한 달 동안 5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겨울 바닷바람 속에서 기름덩이를 제거 했다. 삼성중공업은 사고 난 지 일 년 후 보험금 50억에 자부담 6억으로 책임을 면했다. 단지 6억으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위험하다. 특정 재벌에 집중된 경제가 실패할 경우 국가가 감수할 어려움은 핀란드의 노키아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지면부족으로 설명생략) 우리나라에는 유무상자(有無相資) 정신이 있다. 가진 자와 없는 자가 서로 돕고, 권력이나 이윤의 관점이 아닌 사람과 생명의 관점에서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는 멋진 사상이다.

120여 년 전 동학군에 갈망했던 유무상자 정신이 실현 되었다면 어땠을까. 돌아오는 12월 프랑스-영국-벨기에-네델란드-독일-룩셈부르크 유럽 6개 나라로 <무노조 삼성을 규탄하는 순회투쟁>을 갈 예정이다. 생계를 꾸리느라 시간도 없고 돈도 없을, 그러나 마음은 굴뚝같을 시민 누군가를 대신해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재벌개혁 없이 경제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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