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치는 남성, 중앙이라는 코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제까지 정치가 남성의 전유물이며 지역을 배제한 채 중앙에서 ‘뚝딱뚝딱’ 치러내는 일이 될 것인가.
충북지역 여성계는 올해 초부터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했지만 현재 진행상황은 별로 쾌청하지 않다. 우선 당장 부딪치는 문제가 진흙탕에 발을 담그고 싸워야 하는 선거판에 나서려는 여성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조직·자금·뻔뻔스러움(?) 이라는 세가지 요건을 갖춘 여성이 드물기 때문이다.
자기 명의로 된 통장 한 개 갖지 못한 여성들이 많고, 혹 있다하더라도 떨어질 것을 각오하고 몇 천만원에서 많게는 몇 억원을 쓸 사람이 실제 몇이나 되겠는가. 조직 또한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대체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누구 밑에 줄을 설까’ 하는 식의 처세술에 약하고 조직을 만드는 일에도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서투르다. 거기에 선거판에 한 번 나가면 상대 후보와 유권자들이 ‘홀딱’ 벗길텐데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재간이 없다. ‘사생활이 복잡하다’ ‘인간성이 안좋다’ ‘남자관계가 어떻다’ 하는 식의 악의성 루머를 ‘뻔뻔하게’ 웃어 넘겨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선거판의 단골메뉴인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래서 충북지역에서 올해 지방선거 선출직에 나설 여성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밖에 안되고, 도의원 비례대표를 희망하는 여성들이 몇 명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충북지역 26개 여성단체는 지난 17일 비례대표 50% 할당에 있어 1, 3, 5, 7…등 홀수번호를 여성에게 배정할 것과 당내 경선 및 여성후보신청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침을 세울 것을 각 당에 요구했다.
‘비례대표 할당 1순위를 여성에게!’ 이것이 최근 여성계의 주장이다. 아무리 중앙에서 1순위를 여성에게 주라는 지침을 내려보내도 지역에서 뒤집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4년전에 충북지역 여성들은 민주당이 ‘배신’ 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한나라당충북도지부에 도의원 공천 신청을 냈던 여성후보 2명이 탈락, 여성할당제가 강제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임을 증명했다.
이 당에서는 여성후보가 나오는 지역구에서 경선을 하게 되면 여성을 먼저 배려하라는 지침을 지역구에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또한 ‘말뿐인 지침’이 됐다. 신청자가 거의 없는데다 민주적 경선을 명분으로 정당에서는 여성에게 공천권을 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들이 당에 들어가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도 선거철에 공천을 따내는 것은 남성들이다. 중앙은 말할 것도 없고 충북에서도 도지부장을 비롯해 당의 주요 실세들이 남성인지라 여성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럴 때 남성들이 대는 핑계가 있다. 여성이 여성후보를 안찍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선가능한 남성에게 공천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로 검증된 바도 없고, 여성들은 여성후보를 싫어하지도 않는다. 이 땅의 여성으로 살다보면 부조리하고 부당하고 불합리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어떻게 여성후보를 외면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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