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지난 11월 12일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광화문을 중심으로 가득 모인데 이어 11월 19일에는 100만 명에 이르는 시민이 각 지역에서 분산하여 집회를 가졌다. 주요 집회 구호는 ‘이게 나라냐’, ‘박근혜 퇴진(또는 하야)’, ‘새누리당 해체’였다. 재벌과 권력간의 유착, 검찰의 정치권 눈치보기와 늦장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11월 20일 검찰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피의자를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최씨 등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검찰의 늦장 수사로 많은 증거인멸이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염려 가운데서 발표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큼직한 사건이 발생할 때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조 패터노 (Joe Paterno, 1926~2012) 전 펜스테이트 미식축구팀 감독이다. 조 패터노 감독은 46년간 대학 미식축구 1부 리그 최다승 기록인 409승을 세웠다. 운동선수들에게 학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펜스테이트 선수들이 다른 대학 선수들보다 월등히 높은 졸업률을 보이도록 했다. 기부도 많이 했다. 그 결과 그는 존경과 사랑을 받았으며, 굵은 뿔테 안경에 바짓단을 접어 입은 노 감독의 이미지는 펜스테이트 역사의 일부가 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그를 기념하는 동상이 세워졌고, ‘조 패터노,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라는 그의 이름을 딴 강의도 개설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수석코치 샌더스키(Jerry Sandusky)가 10년 넘게 소년들을 성폭행했다는 추악한 사실이 드러나고, 자신이 이러한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학교 명예와 팀 명성에 금이 갈까 두려워 은폐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후, 패터노의 인생은 급반전 되었다. 코치가 상습적으로 성폭행하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재발을 막았어야 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84세 현역을 자랑하던 조 패터노는 해임됐고 얼마 안되어 2012년 1월 85세 나이로 사망했다. 미국대학체육협회는 그의 최다승 기록을 무효 처리했고, 그의 동상은 철거되었다. 펜실베니아 주의원들은 그에 대한 ‘자유의 메달’ 추천을 철회했고, 모교인 브라운대도 각종 기록에서 그의 이름을 지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떠한가. 먼저 조 패터노 감독의 대기록에 버금가는 실적은 고사하고 변변한 실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정의 대표 키워드 ‘창조경제’는 재벌과 권력간의 유착을 강화하고, 문화와 스포츠계는 비리로 얼룩졌으며, 특수목적 재정지원사업 중심의 고등교육정책은 대학의 본질을 훼손시켰다. 민생경제를 외치면서 민생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리고 조 패터노 감독은 자신이 아닌 수석코치 샌더스키의 범죄를 은폐한 것이지만, 검찰 수사결과에서 밝혔듯이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의 주요 공범이라는 것이다. 실제 역할과 위상을 고려하면 주범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조 패터노 감독은 수석코치의 개인 범죄를 은폐한 것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시스템 전반을 파괴시켰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조 패터노 감독과 공통점은 말과 행동을 달리했다는 것이다. 조 패터노 감독은 1973년에 “작은 일을 바르게 해라. 그러면 큰 일은 저절로 잘 굴러갈 것이다.”라고 연설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지만, 실제 자신의 연설과 같이 하지 못하였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 ‘적폐를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비정상과 적폐는 더 많아졌고, 마침내 국정 전반 시스템을 무너Em렸다.

조 패터노 감독은 해임되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10월 25일 처음 사과한 내용, 즉 최순실 씨에게 일부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 한정하여 일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거짓이고 장·차관급 인선관련 검토 자료 등 모두 180건이 넘는 자료가 최순실 씨에게 넘어갔다는 수사결과가 나오고 있음에도 말이다.

러시아 시인 네크라소프는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사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하였다. 조국을 사랑하는 대다수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현 정부의 무능함, 국가 시스템 파괴와 실정에 대한 무책임을 질타하는 거룩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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