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사제단, 비상총회 열고 성명발표
“박근혜 퇴진 넘어 반부패 시민혁명 돼야”

▲ 사진. 지난 21일 정의구현사제단의 비상총회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대표 김인국 신부, 이하 정의구현사제단)은 21일 청주 성모성심성당에서 사제단 비상총회를 열고 “박근혜 퇴진 촛불에 담긴 염원이 반부패 시민혁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성명을 발표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성명에서 “새로운 시대를 목말라하던 모든 계층의 시민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대적으로 일어나 (촛불)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면서 “박근혜 일인을 끌어내리는 것을 넘어, 일제가 물러갔어도 70년 넘도록 여전히 우리를 옥죄고 있는 압제의 사슬을 끊어버리라는 역사의 부름에 응답하자면 오늘의 촛불은 반부패 시민혁명으로 거듭”나야 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974년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 구속을 계기로 태동했다. 1974년 9월 26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순교자 찬미 기도회’에서 “우리는 인간의 위대한 존엄성과 소명을 믿는다.” 로 시작하는 제1시국선언의 발표와 함께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청주성모성심성당 주임신부를 맡고 있는 김인국 신부가 대표를 맡고 있다.

아래는 정의구현 사제단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전국사제단 비상총회를 마치며

1. 반부패 시민혁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감추인 것은 드러나게 마련,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루카 12,2)이라더니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 박근혜의 일탈과 타락, 측근들의 농단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상상 해본 적도 없고 아직 믿기도 힘든 숱한 범죄들이 우리 영혼을 고단하고 슬프게 만든다. 한편 가톨릭교회가 정한 ‘자비의 희년’이 끝나가는 무렵 벌어진 이 사태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섭리와 함께 자비로운 세상을 위한 역사적 책임을 무겁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잖아도 새로운 시대를 목말라하던 시민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계층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나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 집권층의 기대와는 달리 좀처럼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다. 촛불에 담긴 염원은 다름 아닌 “새로운 삶”이다. 하야든 탄핵이든 우리 귀에는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살 수 없다!”는 신음으로 들린다.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공정의 원칙을 짓뭉개며 전체 시민을 ‘개돼지’로 취급해 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미련 없이 탈출해야 할 악의 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삶을 가로막은 채 낡은 시스템을 지속시키려는 세력 앞에서 촛불의 힘은 너무나 미약하다. 박근혜 일인을 끌어내리는 것을 넘어, 일제가 물러갔어도 70년 넘도록 여전히 우리를 옥죄고 있는 압제의 사슬을 끊어버리라는 역사의 부름에 응답하자면 무엇보다 우리 서로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박근혜의 실질적 공범 혹은 부역자인 재벌과 정치검찰, 부패한 수구기득권언론, 새누리당의 커넥션을 해체하고 약자들을 착취해온 고질적인 동맹을 무너뜨리고 참된 민주주의, 국민에게 봉사하는 권력을 탄생시킬 호기이다. 단호하게 선을 행하고 투신하려는 마음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고 뜨거워진다면 오늘의 촛불은 반부패 시민혁명으로 거듭날 수 있다.

 

2. 남 좋은 일은 그만해야 한다

우리 역사는 미완의 해방(1945), 미완의 혁명(1960), 미완의 항쟁(1987) 등 미완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그때마다 “죽 쑤어 남 좋은 일만 했다”고 탄식하며 가슴을 쳤다. 두 번 다시 그래서는 안 된다. 그

러므로 광장에 모이는 촛불들의 요구는 하야, 정권교체를 넘어서서 ‘새로운 삶’을 겨냥해야 한다. 거짓과 권모술수, 불의는 절대로 성공하지 못하며, 악에게는 미래가 없음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나라.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중받고 품위 있게 살아가는 공생공락의 나라가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삶의 바탕이다.

그러기 위해서 구체적인 정치개혁을 이뤄야한다. 현재의 선거제도로는 독재자 이승만을 끌어내린 자리에 또 다른 이승만이, 부패와 타락의 자유당이 무너진 자리에 또 다른 자유당이 들어서는 참변과 1987년 시민들의 투쟁으로 전두환을 굴복시키고도 결국 전두환 정권을 연장시킨 어이없는 과오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민주도의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위원회의 수립을 제창한다. 여당, 야당할 것없이 근본적으로 시민사회와 공동선을 위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선거제도를 그냥 놔둔 채 대통령만 바꾸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대의제의 취지를 살리면서 특정세력의 독점과 독주를 견제하는 모델들을 참조하여 우리 형편에 맞는 제도를 어서 찾아내야 한다.

 

3. 새로운 집권세력의 자격

박근혜 권력을 탄생시킨 공범이며 국정문란의 부역자인 새누리당은 당장 해체되어야 마땅하다. 아울러 야당들에게도 경고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촛불민심에 기대어 정권을 탈환하겠다는 생각일랑 아예 접기 바란다.

지금 이대로라면 아무도 새로운 집권세력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우리는 그 누구든 인간다운 삶을 염원하는 민의를 오롯이 받들어 기득권세력과 완전히 결별하는 세력에게 국가를 경영할 기회를 맡길 것이다.

조만간 탄생할 특검은 과연 누가 새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집단인지 검증할 시험장이다. 야당들은 특검 자격을 판검사 경력 15년으로 제한함으로써 능력과 자질, 수사 의지를 갖춘 인재보다 조직의 생리에 순치된 인사들 가운데 후보자를 고르도록 만드는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거기다가 야당이 추천하려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고 있노라면 절망스럽기 짝이 없다. 도대체 고질적인 부패 고리를 끊고 모처럼 민족정기를 새롭게 세워야 할 역사적 사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부디 ‘삼성특검’(2008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우려를 무시하고 공안통 조준웅 특검을 탄생시킴으로써 재벌개혁의 호기를 스스로 무산시켜 버린 통한은 아직도 우리 가슴에 그대로 남아있다.

만일 이번에도 재벌이라는 한국사회의 영속적 권력이 정치권력과의 더러운 거래로 국가경제를 타락시킨 명백한 범죄를 밝히는 데 머뭇거리거나 시늉에 그치는 특검을 만든다면 그 책임은 실로 가볍지 않을 것이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앞으로 특검의 선정과 진행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며, 시시각각으로 많은 시민들이 그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4. 여기서 물러서면 더 큰 불행이 몰려온다

절대로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으려는 박근혜 씨의 사생결단 그 이상의 시민적 선의가 뭉쳐지지 않으면 지금까지 겪은 것보다 더 큰 불행이 몰려올 것이다. 우리 앞에 과거의 악을 청산하고 선의 미래를 창조해낼 시민혁명의 기회가 찾아왔다.

한편으로는 번번이 쓴 잔을 마시고 말았던 역사의 실패를 아프게 각성하면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를 위한 뜻이 물러지지 않도록 서로서로 다독거리며 광장에 모이자.

2016년 11월 21일

비상총회를 마치며 청주 성모성심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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