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도청앞 1만여 시민 대통령 퇴진 요구 …역대 최대
2006년 한미FTA반대 1만명 참석…이번엔 중고생도 참여

“87년 6월 항쟁때 보다 뜨겁다.” 촛불의 열기는 뜨거웠다.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교 학생부터 유모차를 끌고나온 젊은 부부에서 흰머리 희끗희끗한 노년층 까지 전 세대에 걸쳐 촛불을 들었다. 집회에 참석한 규모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동안 충북에서 가장 많은 시민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2006년 한‧미FTA 반대 집회보다 더 많은 1만 여명의 시민이 이번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의 시민들이 참여했고 집회는 평화롭지만 단호했다. 참석자들은 '하야송'과 파도타기, 퇴진 구호 등을 함께 외치며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 지난 19일 충북도청 서문앞에서 시민 1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박근혜 퇴진 충북범도민시국대회’가 열렸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지난 19일 충북도청 서문 앞에는 오후 4시가 넘어서자 시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4시 40분경이 되자 이미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충북범도민시국대회’(이하 범도민시국대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범도민시국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더민주당충북도당도 약식 집회를 열었다. 도종환, 변재일, 오제세 의원과 이숙애 충북도의회 의원 등 더민주당충북도당 관계자들은 본집회가 시작되기 전인 4시3~40분경부터 충북도청 서문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더민주당이 집회를 시작하자 주변은 중‧고생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집회를 지켜봤다.

5시가 되자 어둠이 밀려왔다. 하지만 어둠이 짙어 질수록 도청 앞 도로는 환해졌다. 참석한 이들은 촛불을 켜기 시작했고 상당지구대부터 시작한 집회참가 대열은 도청 서문을 순식간에 넘어섰다.

범도민시국대회에는 유난히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많았다. 깃발을 들고 참여한 단체 참가자 보다 삼삼오오 모여든 시민들이 많았다. 특히 청소년 참가자들이 많았다.

 

“엄마 미안 그런데 화나”

 

청소년 참가자들은 무대위에 올라 자신들의 생각을 밝혔다. 청주 상당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나도 이대 보내줘라”, “이게 나라냐”, “승마해서 이대가자”, “엄마 미안. 그런데 화나”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무대에 섰다.

학생들은 무대위에 올라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국 선언문에서 “더는 지켜볼 수가 없었다. 서울교육청의 정유라, 최순실 감사 결과는 충격이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에 분노를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이 주인이 아닌 최순실, 박근혜가 주인이 된 대한민국이 참담하다”며 “더 이상 참고 기다리는 것이 무책임하다. 이제 우리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당고 2학년에 재학중인 임예성군은 “참을 수 없는 현실이다. 대통령 하야는 대박이다”고 말해 청중의 환호를 받았다.

저녁 6시가 넘어서자 참가자들은 더 늘었다. 도청 서문을 지나 정문 사거리 중간 지점까지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시종 지사도 참모들과 범도민시국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5시 40분경에 모습을 드러낸 이 지사는 집회 참가 대열 후미 인도에서 집회 장면을 지켜봤다. 그는 자신을 알아본 시민들과 간간이 악수를 하고 사진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지켜보는 내내 인도에 머물렀고 아스팔트 도로에는 내려오지 않았다. 보좌관 A씨는 “이 지사가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나온 것은 아니다. 시민들의 안전이 염려 돼 살펴보러 나왔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지사님도 집회에 합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지사는 저녁 6시 40분경 도청 옥상에서 범도민시국대회를 지켜보는 장면이 본보 취재진에 의해 목격되기도 했다.

범도민 시국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정우택 의원 사무실로 향했다. 시내 육거리 시장앞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한 시간 정도 자유발언을 이어가며 정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 이시종 도지사가 충북도청 옥상에서 시민들이 든 촛불을 지켜보고 있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이시종 지사, 집회장에 모습 드러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19일 범도민시국대회가 충북지역 역사상 가장 많은 시민이 참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번 범도민시국대회는 주최측 추산 1만1000여명, 경찰 추산 5000여명이 참석했다. 지금까지 최대 시민이 참여한 집회로는 2006년 11월 청주체육관 앞에서 열린 ‘한미FTA저지 범도민 결의대회’로 1만명 가까운 노동자와 농민이 참여했다.

이 집회는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가 중심이 돼 진행했다. 충북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도 함께 했지만 농민과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당시 전농충북도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7000명에 가까운 농민들이 참여했다.

이번 집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 집회와 2008년 광우병 반대 촛불 집회 인원도 능가했다. 2008년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 당시 최대 6000여명이 참여했다.

한편, 촛불집회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미선‧효순 두 여중생을 추모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집시법이 야간 집회를 금지하고 있어 야간에는 문화제나 추모제만 가능했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단체는 문화제와 촛불을 결합해 촛불집회라는 새로운 형식의 집회를 진행했다. 이어 2004년 노무현 탄핵, 2008년 광우병 반대 집회로 이어지며 새로운 저항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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