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강만길 교수의 <20세기 우리역사>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김상수 충북재활원장

▲ 20세기 우리역사 강만길 지음. (주)창작과비평사 펴냄.

인류역사에서 20세기는 문명의 비약적 성장과 동시에 인간, 나아가 생명에 대한 개념과 철학 또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문명의 이기를 앞세운 참담한 살육을 경험하게 됨으로써 인간의 맹목적성이 초래하는 위험성을 직시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성찰하고 성장합니다. 개인의 성장은 사회를 읽는 바로미터입니다. 역사, 그 기록은 개인과 집단화된 이름으로 무엇을 어떻게 선택했으며, 결과는 어땠는지 보여줍니다. 한반도의 20세기는 일본식민 지배를 시작으로, 패권을 가진 나라들의 각축장이 되었습니다. 이 불행했던 역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지하게 교육되고, 논의되고, 성찰되어야 함에도, 우리는 초라한 역사지식밖에 갖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요동치며 오늘까지 이어지는 사회·역사 과정에 대한 판단을 전적으로 언론과 일부 지식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 정치세력이 밀실에서 만든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밀어붙이게 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일방향성에서 역사를 판단하고, 이것을 정사(正史)로 기록 하려는 왜곡된 정치 행위를 바로 잡기 위해서 우리는 균형 잡힌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과거의 잘잘못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을 통해 공론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주저 없이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민족이 불행을 겪는 시기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족과 역사를 유린했던 집단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이루어내야 합니다. 이러한 역사평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없었기에 잘못된 권력에 빌붙어 양심을 파는 세력들이 영구히 기득권을 가지는 불행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단편적 역사인식에서 벗어나라

강만길 교수는 책 <20세기 우리역사>에서 ‘인류의 역사는 장구한 세월을 통해 결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민주주의의 바다로, 지구 전체가 하나의 평화공동체가 되는 한없이 크고 넓은 바다로 나아가게 마련입니다.’라는 사회·역사관을 피력합니다. 군부독재세력에 의해 불온세력으로 고문 받으며 연구를 이어온 이 책은 우리가 공교육 현장에서 배운 역사가 얼마나 단편적인 서술인지 놀라게 합니다. 초중고대학을 졸업하고도 제대로 된 역사를 모른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권력이 왜 이러한 역사를 은폐하려 했는지를 다소나마 드러내고 있습니다.

강만길 교수는 역사 연구의 단계가 식민지배로 인해 훼손된 민족적 주체성과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민족해방운동사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어 냉정하고 차분하게 식민지로 전락하게 된 문제를 규명해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역사학이 두 번째의 지점으로 접근해야하는 시기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녹록한 것은 아닙니다. 해방이후 곧장 역사바로잡기가 되지 않은 상태로 70년이 지나다보니, 역사를 유린했던 세력들이 이미 사회 전 분야의 기득권이 되어, 왜곡된 사관(史觀)을 공고히 한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통해 성찰하지 못하는 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미래로 이어지는 인간의 길을 낼 수 있을 까요?

이 글을 쓰는 시기에 핫뉴스로 ‘국정농단’ ‘탄핵’ ‘하야’라는 단어가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감춰져 있었던 금기어들도 지상파 매체에서 메인뉴스로 다뤄집니다. 역사란 특정세력의 유·불리에 의해 재단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의거한 기록이어야 합니다. 감추고, 은폐했던 인간의 이야기는 기이하게도, 사건 당사자가 죽어 없어졌다 해도, 오랜 시간을 거쳐 진실로 부활하는 것을 목도합니다. ‘~좌측으로 흐를 때도 있고, 우측으로 흐를 때도 있지만 결국 모든 강물은 바다로 흘러가게 마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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