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의 화제꺼리는 여야의 대선 후보자 경선입니다. 전에없던 예비경선제를 도입해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발자국 진전된 모습으로 기대를 모았고 또 그렇게 시작하는 듯 했습니다. 민주당 경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이인제의 대세론이 노무현의 대안론에 밀리기 시작하자 관전의 묘미는 배가됐습니다. 미국식 대통령 선거제가 우리나라에도 성공적으로 이식되는가보다 가슴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판이 무르익어갈 무렵, 난데없는 ‘판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음모론이 제기됐고 선거철 단골메뉴였던 ‘사상검증론’이 터져나왔습니다. 청와대 박지원특보가 노후보를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미확인(제시된 증거는 없었습니다) 음모론으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언론들조차(특히 조·중·동) 사실확인 여부를 떠나 앞다퉈 음모론을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육하원칙의 기사요건도 무시된채 이후보 대변인의 말을 받아적기에 급급했습니다.
과연 민주당내 음모론의 발화점은 어디였습니까? 권노갑고문(동교동 구파)의 ‘보이지않는 손’이 특정후보를 밀고 있다는 개혁파 소장의원들의 반발이 불과 몇 달전 얘기아닙니까? 그 특정후보가 난데없이 음모론의 피해자로 돌변하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여기에 노후보 장인의 좌익전력을 들어 빨간물감을 뿌리는 사상검증이 시작됐습니다. 오늘 한반도의 시계는 몇시 몇분입니까? 한국전쟁 50년만에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남한 대통령이 북한 국방위원장을 평양공항에서 만나 서로를 껴안았습니다. 장인어른의 무시무시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그 ‘빨간남자’는 대한민국 판사, 국회의원, 장관자리를 두루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한 자리, 대통령만은 안된다는 논리인가요, 실로 점입가경입니다.
이젠 목불인견의 순서로 넘어갑니다. 최근 불거진 특정신문 폐간발언을 둘러싼 거짓말 논쟁입니다. 작년 8월 어느 날, 노무현의원이 국회출입기자 5명과 저녁 술자리에서 동아·조선일보에 대한 험담을 했다는 것입니다. ‘국채를 발행해 신문사를 사야한다’ ‘사주를 퇴진시키고 안되면 폐간시켜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이게 웬 말입니까, 아마도 노무현은 머릿속이 빨간남자가 아니라 텅빈 남자인 것 같습니다. 말그대로 술자리에서나 가능한 황당한 얘기고 동석했던 기자들도 대수롭지않게 흘려들은 상황이었습니다. 해당 기자들은 노후보의 발언이 8개월이 지난 시점에 선거판에서 불거지자 공식적인 확인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험담의 대상이 된 조선·동아는 분을 삭이지 못한 듯 연일 노후보 진영을 지면공격합니다. 후보자간의 경쟁이 언론과의 전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정책대결, 소신논쟁은 이미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듯 합니다.
과연 그 쓰레기통에서 다시 장미꽃을 피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장미꽃을 피우기 위해선 그 쓰레기통에 침을 뱉기 보단 물을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범속한 제겐 결코 쉽지않은 일입니다. 희망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그 ‘더러운 손’을 향해 차라리 계속 침을 뱉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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