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하며 입시지옥 견디는데…편법 정유라에 분노
금수저 계급사회에 대한 반발…미선·효순 때 등장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집회에 중·고생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헬조선’ 시대의 절망을 상징하는 ‘삼포세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대학가에 대자보가 다시 등장하고 교복입은 청소년들이 거리에 나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항의하는 촛불집회장에는 청년·청소년들이 30~40%를 차지했다. 이들 세대는 소셜미디어 세대답게 SNS를 통해서 의견과 집회 정보를 공유하며 박근혜 퇴진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젊은 층이 집회에 참여하면서 집회 분위기도 변화됐다. 풍자와 조롱, 위트로 집회장의 경직된 분위기를 놀이와 축제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지난 3일, 청주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규탄’ 촛불 집회에서 생소한 장면이 연출됐다. 청소년들이 교복을 입고 앳돼 보이는 얼굴로 “박근혜 대통령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것. 당시 1500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했는데 이중 청소년들은 200여명 가량 됐다. 지난 세월호 참사 추모관련 집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충북여중 학생이라 밝힌 A양은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촛불 집회에 나왔다”며 “세월호 참사, 최순실 게이트 등 우리의 미래가 너무 어둡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B군은 “박근혜 대통령이 도대체 한 일이 무엇이냐”며 “어리다고 학생들이라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들이 시국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집회 현장뿐만 아니라 SNS속에서도 현 시국에 대한 비판 여론들이 들끓고 있다.청주페이스북 그룹, 청주페북 그룹 등 청주를 중심으로 청소년•청년 들이 주로 활동하는 SNS 그룹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1만 청소년 서명운동’등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또 많은 청소년들이 촛불집회 사진•동영상 등 홍보물을 올리며 다 함께 촛불집회에 동참하자고 나서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충북청소년청년학생시국선언단 ‘하야모임’이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위한 1만명 서명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충북도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청소년들의 여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3일에는 충북도내 고등학교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충주여고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는 대자보 6장이 부착됐다.

대자보에는 ‘꼭두朴씨 탄핵하자. 강남 아줌마 없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공주마마’, ‘위안부 역사는 헐값으로 팔아넘기고, 독재의 역사는 국정화로 감추려 드는’ 등의 문구가 담겼다. 대자보를 작성한 학생들은 이 학교 한 동아리 회원들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7일 이후 해당 대자보는 제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된 서울 집회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단위 참가자들도 많았지만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참여했다. 심지어 이들 청소년들은 경찰 차벽 앞 대치점에서 스크럼을 짜고 시위대들의 행진을 제지했다.

청소년들이 짠 스크럼은 경찰과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 완충지대로 작용했고 이날 양측간 충돌 없이 마무리 되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미군 장갑차 사망 여중생 추모 때 등장

 

사실 청소년들의 사회참여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사회 문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참여 기원은 과거 4·19민주화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고 김주열 열사는 당시 마산상고에 재학하는 고등학생이었다. 그는 3·15 부정선거에 참여한 뒤 실종됐고 이후 마산항 부근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것이 도화선이 돼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로 번졌고 결국 이승만 정권은 퇴진했다.

우리지역에서도 청주상고, 청주농고 등 고등학생들의 시위를 통해 4·19혁명을 이끌어 냈다. 당시 4·19 혁명 당시 고등학생들만 시위에 나선 것은 아니다. 4·19 혁명이후 치러진 제5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보은중학교 학생등 중학생 등이 부정선거 규탄 투쟁을 벌였다. 당시 보은중학생 800여명은 1960년 7월 19일 9시경부터 교문을 뛰어나와 가두시위를 전개했다. 학생들은 “공명한 선거를 이루어 4.19혁명을 완수하자”는 현수막을 들고 “부정선거 원흉을 엄단하라”고 외쳤다.

이후 1980년대 들며 사회운동의 중심지는 대학가로 이동했다. 하지만 1990년 들어 동구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2000들어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며 학생운동도 급격히 퇴조했다.

중·고생 등 청소년들이 다시 거리로 등장한 것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미선·효순 여중생 추모 촛불집회다. 이들은 자신들은 동년배 혹은 동생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며 촛불을 들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에도 중·고생들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촛불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친 정치적 투쟁이라는 측면에서 과거 미선·효순 미군장갑차 사망사건과 광우병 촛불집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중·고생 등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선데에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씨의 편법 특혜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고등학교 교사 E씨는 “아이들은 대학을 가기 위해 중·고 6년 동안 학원을 다니고 야간자습을 한다. 개인 취미생활도 없고 자유도 없다. 그런데 정유라 씨는 온갖 반칙을 동원해 대학에 입학하고 성적을 편법으로 받았다”며 “이 점에 대해 아이들이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고등학생 F군도 “우리도 알 것은 다 안다. 정유라가 대학가고 성적 받는게 말이 되냐. 정말 열 받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말처럼 반칙과 특권이 판치는 대한민국이 청소년들을 거리로 몰아낸 셈이다.

▲ 우진교통노동조합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투쟁에 동참하며 피켓을 시내버스 차량에 부착했다.
▲ 우진교통노동조합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투쟁에 동참하며 피켓을 시내버스 차량에 부착했다.

시내버스에도 ‘박근혜 하야’ 피켓

우진교통노조, 전 차량에 피켓 부착

 

박근혜 퇴진 투쟁이 각계 각층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청주시내버스 차량에도 퇴진 피켓이 부착됐다. 지난 8일 우진교통노동조합(위원장 홍순국, 이하 노조)은 성안길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정부 퇴진 투장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박근혜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최순실 일가와 함께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훼손했다”며 “유사이래 최대의 국정농단을 대통령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시민과 함께 박근혜 퇴진 리본달기 운동을 제안한다”며 “우진교통 시내버스 전 차량에 ‘박근혜 하야’ 피켓을 부착하고 운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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