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보다 강력…“박근혜 퇴진하라” 민심 대폭발
광우병은 촛불 … 최순실게이트 분노한 민심은 횃불

▲ 지난 3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항의하는 촛불집회가 성안길 입구 맞은편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예상보다 많은 15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임계점을 지났다.” 평소 정치문제에 대해 언급을 기피했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현 정국을 두고 한 말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표출된 민심은 단호했다. 정권에 대해 쓴 소리를 낸 노동·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권에 대해 지지를 보냈던 노년·보수층까지 등을 돌렸다. 심지어 교실에 있던 중·고등학생까지 목소리를 내며 거리로 나섰다. 아등바등하며 교실에서 야간자습해도 들어갈까 말까 한 대학에 반칙입학한 정유라 씨에 대한 청소년들의 분노는 상상이상이었다. 충북지역 80여 시민·사회·노동단체는 ‘박근혜정권 퇴진 충북비상국민행동’을 출범하고 매일 촛불을 밝히기로 했다. 비선실세 국정논란 사태로 불거진 분노한 민심을 살펴본다

참을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참여해 본 적 없는 집회에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5일 노동자 20여명이 일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A(47·복대동)씨는 고등학생 자녀와 부인과 함께 서울로 향했다.

토요일 회사일을 마친 시간은 오후 4시. 미리 얘기해 둔지라 집에 가서 자녀와 부인을 제네시스 승용차에 태우고 곧장 서울로 향했다. A씨가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그는 “내 머리에 털 나고 데모하는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중국 쑤저우 소재 국내 대기업 지사에 근무하는 B씨도 한숨을 쉬었다. 그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싸드 문제 때문에 위축된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는 얼굴 들고 다니기 민망하다”며 “우리보다 민주주의가 뒤처진 나라에서 사람들이 조롱할 때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삼겹살집은 운영하는 C씨도 곤혹스럽다. 얼마 전 까지 자랑스럽게 걸려있던 대통령 사진이 화근이 됐다. 그는 “삼겹살 먹던 손님이 조용히 부른다. (손님이) 벽면을 가리키며 ‘저기 박근혜 사진 내리거나 돌려놓으면 안 될까요? 괜히 화가 나 고기 맛이 떨어져요.’ 순간 저도 화들짝 놀랐다. 민심이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라며 곤혹스런 마음을 SNS에 올렸다.

이명박 정권 출범 당시 폴리페서란 비난까지 들었던 교수 D씨도 자괴감이 크다. 그는 사석에서 지인들에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너무 창피하다”고 말했다.

 

광우병 촛불은 약과

지난 3일 청주 성안길 입구 맞은편 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행사를 준비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집회 참석 인원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조합 조합원 200명이 참석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문의 전화도 많이 온다. 중·고등학생도 참석해도 되냐고 연락이 많이 왔다. 준비정도로 보면 300~400명 정도 올 것 같은데 얼마나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충북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주 까지만 해도 자신있게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단 주 1회 매주 목요일 촛불집회 일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막상 촛불이 켜지자 예상했던 인파보다 훨씬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300~400명 정도로 예상됐던 참석자는 촛불이 켜지자 1500여명으로 불어났다. 거리행진을 거치자 인파는 더 늘어났다.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광장 촛불 집회도 마찬가지였다. 촛불집회 추최 측도 참가 예상인원을 예측하지 못했다. 조심스럽게 기대치를 반영해 5만명 정도를 예상했다.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평상시 같으면 정보망을 통해 참여인원을 예측했지만 이날 만큼은 경찰도 소극적인 예측 정보만 내놓았다. 이렇게 예측된 인원은 2만명이었다.

이날 저녁 실제로 켜진 촛불의 규모는 상상이상이었다. 추최 측 추산 20만명, 경찰 추산 4만5000명이었다. 모두 예상치보다 훨씬 큰 규모였다.

촛불 집회도 양상이 바뀌었다. 조직된 대중보다 자발적인 시민의 참가가 늘어나면서 자유로운 분위기가 강했고 심지어 축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광화문 광장에 참석한 시민 중 눈에 띄는 것은 A씨처럼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었다. 특히 교복을 입은 중·고교생 청소년이 많았다.

자유발언대에는 70대 할머니, 이화여대 재학생, 20대 대졸 실업자, 70대 독립군 단체 관계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나섰다. 이들이 발언 중간 중간 수 만명의 참가자들은 할머니·이대·폐인·독립군 등을 연호했다.

집회에 처음 참석한 A씨 가족도 이런 분위기에 쉽게 녹아들었다. 이들 가족은 대규모 군중속에서 소리치고 몸을 흔들었다. 밤 11시경 집회 장소를 떠난 이들은 근처 신당동 떡볶이 골목에 들러 난생처음 참가한 집회 뒷 이야기를 나눴다.

집회 마무리도 깔끔했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은 밤 10시 30분경부터 “청소하는 노동자들의 수고를 생각하자. 주변의 쓰레기를 우리 손으로 치우자”며 주변 정리를 시작했다. 주요 언론들은 다음날 20만명의 인파가 참여했지만 쓰레기 없이 행사장이 말끔하게 정리됐다고 보도했다.

매일 시민들을 대하며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택시기사들도 성난 민심을 전했다. 택시기사 E씨는 “비판하는 말보다 창피해 하는 말들이 더 많다. ‘어디 낮 부끄러워 살수가 있나’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낯 부끄럽고 창피한 현실. ‘순실의 공화국’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민심은 꽁꽁 얼어붙었다.

 

청주, 8일부터 매일 촛불

80여개 시민단체, ‘박근혜 정권 퇴진 충북비상국민행동’ 결성

 

지난 3일 시작된 촛불집회가 8일부터 매일 개최된다. 지난 8일 민주노총, 충북참여연대 등 도내 8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박근혜 정권 퇴진 충북비상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을 결성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최순실 국정개입이라고 불렸던 희대의 국정 농단 사태는 결국 대통령 박근혜가 몸통이었다”며 “전국의 촛불과 국민의 함성과 함께 하면서 박근혜 정권 퇴진이 피할 수 없는 역사임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행동을 출범하고 오늘부터 시국농성에 돌입하며 매일 촛불집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행동은 성안길 입구 맞은편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했다. 청주에 이어 도내 7개 시·군 지역에서도 촛불집회가 진행된다. 제천은 9일 6시30분 제천시민회관 광장, 충주 10일 신연수동 엔제리너스 앞, 괴산 9일 7시 괴산 시계탑 앞, 단양 10일 7시 시외버스터미널 앞, 옥천 9일 7시 농협옥천군지부 광장, 진천 11일 7시 진천군청 주차장에서 열린다. 12일에는 서울시청 광장앞에서 제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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