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선지현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집행위원

▲ 선지현 비정규직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집행위원

“실명위기에 350만원 합의라니요.” 국정감사에 많은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관심을 가진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를 고발하는 환경노동위원회 감사였습니다.

올해 초 메탄올 사용으로 실명 위기에 놓였던 삼성 재벌대기업의 3차 하청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언론의 잠시 주목을 받았지만 후속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계절을 두 번 보내고 나서야 추가로 2명의 하청노동자 역시 메탄올 사용으로 시력을 잃었고, 회사는 350만원에 합의를 하고 업체를 폐업시켰다는 언론보도를 접했습니다. 실명한 노동자에게 350만원이라니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기업에 전수조사를 하고, 임시건강진단을 밟겠다던 노동부의 약속은 거짓이었습니다. 하청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은 기업의 탐욕에 짓밟힌 채 잊혀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친기업정책은 노동현장을 위험으로 빠뜨립니다. 언제나 이윤이 먼저인 기업주들은 각종 규제완화와 특혜정책으로 비용을 절감하려 합니다. 특히 노동자들의 안전에 직결된 노동환경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에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각종 유해물질이 한 몫 합니다.

올해 국정감사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충청북도의 경우 2014년을 기준으로 발암물질 등 고독성 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이 총 95개로 나타났습니다. 1km이내 살고 있는 주민은 33만 명이 넘습니다. 주로 청주, 음성지역에 밀집해 있습니다. 특히 ‘디클로로메탄’이라는 2급 발암성물질 배출량이 가장 많습니다. 추가 실태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이 기업들의 대다수는 노조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추세를 반영하듯 정규직보다 많은 하청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을 겁니다. 관리감독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업무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지, 사고 시 대처시스템은 구축되어있는지 제출된 자료를 통해서는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7월에도 세종시(구 청원) 부강면에 있던 한 기업에 유해물질 유출사고가 있었습니다. 인근에 있던 한 사업장 노동자들이 기업주에게 예방조치를 요구하자 “사람이 다치지 않았는데 무슨 예방조치냐”며 대피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노조는 조합원들을 대피시켰고, 회사는 노조 대표자에게 사규 위반을 했다며 징계를 하겠다고 합니다. 노조가 있어도 이런 데 불법파견으로 일하는 수많은 제조업의 하청노동자들은 어떨까요?

메르스 진원지로 알려졌던 삼성병원에 하청노동자들이 3천여 명에 달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 업무들은 모두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담당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명찰을 달고 고층 아파트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는 기사들은 모두 비정규직노동자들입니다. 산재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 대다수가 2차하청, 3차 하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입니다. ‘30대 주요기업 중대재해 95%가 하청노동자’라고 하니 위험업무의 외주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기업주들은 ‘책임’까지도 외주화 시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사망해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고, 하청업체들은 폐업으로 책임을 회피합니다. 메탄올 사고로 노동자들이 실명에 처했음에도 기업주는 건당 28만6000천원의 과태료를 냈다고 합니다. 위험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기업주의 처벌은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입니다.

20대 여소야대 국회가 노동자들과 국민들에게 의미가 있으려면 국회 활동이 중요합니다. 한국사회에 가장 사회적 문제가 바로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그런데 계속되는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에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가망이 없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위험업무의 외주화 금지, 생명과 안전업무는 직접고용 의무화, 기업주의 책임과 관리감독 및 처벌 강화 등을 입법화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연이은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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