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행동주의자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이은자 前 공무원
 

▲ 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시공사 펴냄.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행동주의자인 제레미 리프킨이 쓴 이 책은 서양문화의 저변에 담겨져 있는 육식문화, 특히 소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신에게 제물로 바치던 신석기 시대부터 햄버거에 이르는 현대 육식문화까지의 역사적 변천과 여러 가지 사례, 통계와 분석 등을 통하여 소가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인류가 육식을 섭취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것을 잃게 되는지를 참담하리만치 진실 되게 보여주고 있다.

소고기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사랑받는 먹거리 중의 하나이다. 소는 인간보다 7배의 곡식을 사료로 사용하고, 세계 곡물 수확량의 1/3이 소와 다른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소고기 단백질 1파운드 생산에는 식물 보다 15배나 더 많은 물이 소요된다. 반면에 거의 10억에 달하는 사람들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인간은 양질의 소고기와 더 많은 육우 생산을 위해 잔인하게 짐승을 학대한다. 성질이 유순한 양질의 고기를 얻기 위해 고환을 끄집어내 거세기로 힘줄을 자르고, 서로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화학연고제나 전자 뿔 제거기나 톱으로 뿔을 잘라 제거하며, 새끼를 낳으면 분리시켰다.

또 젖은 인간이 빼앗으며, 짝을 결별케 하고, 운신조차 어려운 우리에 가두어 놓았다.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한 밀집사육은 숱한 전염병 발생과 항생제 남용을 유발시킬 수밖에 없다.

이어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소에게 항생제와 성장촉진 호르몬제를 투여하고, 해충 박멸을 위해 독성 강한 살충제를 비행기로 살포하며, 목초지에 제초제를 뿌리고, 닭장이나 돼지우리의 분뇨를 수집하여 육우사료에 섞기도 한다. 체중을 좀 더 빨리 불리기 위해 산업오수와 기름을 첨가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연구자들은 심지어 체중을 늘리기 위해 시멘트 가루도 사료첨가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한다.

이제 신종 플라스틱 정제를 사용하면 소의 되새김질되는 내용물의 20파운드 가량을 재활용할 수 있고 건초보다 훨씬 저렴해 비용이 대폭 절감된다고 하니 소고기를 먹는 것이야말로 온갖 유해물질 덩어리를 먹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소는 환경과 생태계의 문제이자 해답

이 작품은 또 소고기 산업이 얼마나 해로운지, 불결한지, 잔인한지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헨리 포드가 자신의 자동차 조합 공정을 시카고의 소고기 공장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바와 같이 효율성을 중시하는 해체과정에서 근로자의 작업환경과, 노동자의 주권이 유린되는 안타까운 역사도 들려준다. 효율성을 내세울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은 하락하는 셈이다.

중국은 2000년 이후 소고기 소비량이 유럽 전체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최근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을 먹어 치우는 나라가 소고기에 식탐을 보이자 뉴질랜드 목축업자들은 양 대신 수익이 5배나 많은 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소고기 쟁탈전은 육우 목축을 위해 다국적기업, 각국 정부, 목축업자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생물군의 영토를 불도저로 밀고 벌목하고 불태워,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 과정을 송두리째 파괴하면서 지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중남미 열대우림 자연에서의 풍부한 다양성이 없다면 미래의 새로운 식량, 의약품, 섬유, 에너지 공급원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소는 환경과 생태계의 문제이자 해답인 셈이다.

소의 무지막지한 식성과 이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환경의 훼손과 생태계의 파괴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소고기 생산을 위한 불량하고 비위생적이고 유해한 사료와 가축 환경은 인간의 건강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이 작품은 물질문명의 발달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날로 육우소비가 증가하는 현 시대에 육식의 위험과 폐해를 알리고 우리의 육식문화에 깊은 자성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육식문화를 초월하는 것은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생태계를 되살리며, 건강한 자연과 건강한 인간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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