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선정 ‘10월의 가볼만한 곳’비내섬 찾은 관광객 항의 빗발

한국관광공사가 ‘10월 가볼만 한 곳’으로 선정한 억새 군락지 충주시 앙성면 조천리 ‘비내섬’이 군사훈련으로 출입이 통제돼 관광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비내섬은 남한강변을 끼고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둔치로 가을의 상징인 억새가 군락을 이뤄 매년 10월이면 바람에 출렁이는 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루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영화나 TV드라마 촬영지로 각광을 받는 비내섬은 관광공사와 충주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돼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하지만 최근 육군 2개 부대가 번갈아 야외전술 훈련을 하느라 비내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2곳을 모두 차단,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충주시에 따르면 비내섬에서는 이달 중순부터 내달 5일까지 군사훈련이 진행 중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비내섬을 찾은 관광객들은 군 초소에서 ‘출입통제’를 하자 허탈하게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 최근 서울에서 비내섬 억새 군락을 보러 단체 관광을 왔던 관광객들이 비내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되돌아가며 충주시청에 전화를 걸어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비내섬에는 현재 군 병력과 탱크, 장갑차 등 군장비들이 들어서 있고, 군장비들의 마구잡이식 운행으로 인해 억새가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군 훈련을 알리는 홍보물은 불과 1곳에 설치된 현수막이 전부로 충주시청과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도 알리지 않아 이를 모르고 찾는 외지 관광객들이 헛걸음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온 한 관광객은 “관광공사에서 선정한 관광지가 실제로는 관광을 할 수 없는 곳이 됐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며 “국가 안보를 위해 군사훈련을 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 는 없지만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시기만이라도 피해 훈련을 하면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주시 관계자는 “훈련이 군사기밀이라 사전 통보 없이 이뤄졌다”며 “비내섬은 남한강이 접해 있어 매년 수개월 동안 군사 훈련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부대와 협의해 내년부터는 억새 피는 시기(10월)를 피해 훈련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TV드라마·영화 촬영지로 인기

한편, 올 초 종영된 SBS TV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분이(신세경 분)가 배를 타고 떠나는 장면과 돌아오는 장면이 비내섬에서 촬영됐다. 비내섬은 2011년 KBS1 대하드라마 ‘근초고왕’ 촬영을 시작으로 2012년 ‘광개토대왕’, 2013년 KBS2 수목드라마 ‘전우치’,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등의 촬영 배경이 됐다.

2014년에는 억새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목숨을 건 사투 장면을 연출한 MBC 인기사극 ‘기황후’가 촬영됐고, 백제 무령왕의 딸의 일대기를 다룬 ‘제왕의 딸 수백향’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2014년 KBS1의 주말 역사드라마 ‘정도전’에서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하는 장면 역시 비내섬에서 연출됐다.

지난해는 KBS1 대하드라마 ‘징비록’에서 선조가 왜군을 피해 의주로 몽진(蒙塵·임금이 난리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떠남) 중 임진강을 건너는 장면 역시 이곳이다.

1953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남과 북의 병사가 서부전선에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설경구·여진구 주연의 영화 ‘서부전선’도 비내섬이 배경이었다.

또 남한강을 찾아온 고니와 원앙, 백로 등 여러 종류의 철새도 볼 수 있다.

비내섬은 2012년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걷고 싶은 ‘전국 녹색길 베스트 10’에도 선정된 바 있다. 비내길 1구간은 앙성온천광장을 출발해 철새전망대와 남한강변 오솔길을 지나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7.5㎞ 구간이고, 2구간은 좀 더 멀리 비내섬과 새바지산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14㎞ 코스다.

비내길은 땀 흘리며 걷기를 마친 뒤 탄산 기포가 톡 쏘는 온천수에 곧장 몸을 담글 수 있는 앙성온천을 품어 더욱 인기다.

인근에는 내륙 수운의 중심지로 옛 영화를 간직한 목계나루, 강배체험관, 충주고구려비, 충주탑평리 칠층석탑 등 볼거리와 세계무술공원, 수석공원, 돌미로원, 라바랜드, 나무숲 놀이터 등 즐길거리도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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