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것만으로 판단 못해…주변 환경요인도 살펴야
인권교육 필요성 대두…시민들 장애인 인식 개선해야

▲ 김 씨의 친누나가 담당 시청직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동생을 보살필 길이 막막하다며 시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17년간 가족과 떨어져 농장부부와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에서 지낸 김 씨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형제들이 김 씨를 보호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최근 장애인인권유린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농장주인 A씨는 김 씨의 친형에게 연락해 앞으로 가족들이 김 씨를 돌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 씨의 친형이 A씨를 임금체불 혐의로 고발했고 다른 가족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김 씨의 친형이 동생을 돌볼 수 없다고 하면서 현재 누나 집에서 잠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이 곳도 오래 머물 수 없는 형편이라 발 빠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집에 돌아왔지만…살길 ‘막막’
17년간 지내온 비닐하우스 농장을 떠난 김 씨는 현재 첫째 누나 집에서 지내고 있다. 올해 8월 이후 줄곧 동생을 돌봐온 김 씨의 누나는 걱정을 쏟아냈다. 작은 집에 현재 남편과 딸, 자신이 함께 지내기조차 힘든데 동생까지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의 누나는 “아무래도 가족들의 눈치가 보인다”며 “아직까지 큰 불평 없이 도움을 주고 있지만 하루 빨리 동생을 독립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동생이 자꾸 밖으로 나가 관리하기가 힘든다”며 “나도 몸이 성치 않은 상황이고 나이도 많아 앞으로 내가 돌보지 못하면 동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사단법인 충북농아인협회 청주시지부가 김 씨에게 자립생활 교육 등 지원에 나서 한시름 덜었다. 농아인협회 청주시지부 김영식 지부장은 “김 씨가 그간 사회로부터 17년간 격리되어 살아왔다”며 “더 이상 격리 돼선 안 되며 우리사회 속에서 하나의 구성원으로 함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립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이 끝나면 농아인 주간보호센터의 지원을 통해 김 씨의 자립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또 그동안 김 씨의 누나가 관리했었던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을 김 씨가 직접 관리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 씨 몫의 정부지원금은 최근 까지 생활이 어려웠던 김 씨의 누나가 일부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의 누나는 “생활이 어려워 어쩔 수 없었다”며 “2년 전쯤부터 동생 몫으로 적금을 들어놨고 자립교육이 끝나면 돈을 마련해 생활공간을 마련해 줄 계획”이라고 답했다.

청주시도 김 씨의 자립생활을 위해 필요한 여러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청주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산남동에 위치한 영구임대아파트에 들어가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입주 대기기간 동안 장애인 복지관 등 여러 단체와 연계해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애인복지 구멍 ‘숭숭’
청주시는 지난 4월 전국 최초로 장애인실태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이후 ‘축사노예’, ‘타이어 노예’ 등 장애인 학대 및 착취 사건이 잇달아 시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충북도내 복수의 사회복지전문가들에 따르면 청주시의 조사방식으로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장애인인권유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시가 진행하는 전수조사방식이 주민등록상 거주지에 거주유무를 확인하는 것뿐”이라며 “서류상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청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이순희 관장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착취문제들은 모두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발달장애인들은 특성상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가지고 문제여부를 판단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 환경요인들도 반드시 실태조사에 반영해야한다”며 “지속적인 사례관리와 전문사회복지사의 현장투입으로 전반적 실태조사를 실시해야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청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과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등 장애인복지계는 지난 6월 달장애인실태조사를 진행하게 해달라며 청주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이유로 관련 자료를 제공받지 못해 실태조사가 이뤄지진 못했다. 만약 그때 발달장애인실태조사가 진행됐다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장애인인권유린 사건들이 보다 빨리 해결될 수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이 관장은 “청주시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들의 개인정보를 시로부터 넘겨받아 실질적 실태조사를 진행하려 했다”며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상 타인의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장애인종합복지관에는 없어 실태조사를 진행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당공무원들도 현행법을 어겨가며 업무를 진행 할 수 없으니 답답해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에 발달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예외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달장애인들에게는 단순 개인정보의 보호보단 당장의 생존•생명권 보장이 시급하기 때문이다.실질적인 장애인 실태조사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장애인 인권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행동하는복지연합 양준석 사무국장은 “장애인인권유린사건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며 “장애인도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권리가 있고 우리는 그것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충북참여연대 오창근 사회문화 국장도 “시민들의 인권감수성을 높이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장애인은 단순히 먹여주고 재워주는 등 돌봐주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달장애인 지원조례 제정하라’
충북도 사단법인 충주시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24일 충주시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지원조례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착취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발달장애인법을 시행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충주시는 그동안 법에 명시된 내용 중에 무엇을 실현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발달장애인 지원 체계 구축과 발달장애인 가족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충북장애인부모연대도 지난 19일 오후 옥천군청 정문에서 발달장애인 노동착취 대책 마련을 촉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도 사람이다”며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노동착취와 폭행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발달장애인이 온갖 착취의 대상이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 한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장애인부모연대는 충북도에 발달장애인 지원 조례제정•소득 보장을 위한 자산 형성 지원 사업 실시•가족지원 체계 구축 및 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충북도는 이달 내 공식자리를 마련해 관련 사안을 논의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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