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을 넘나드는 축사 악취로 충북 일부 시·군 사이에 감정싸움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25일 증평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1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청주시와 진천군에 '시·군 경계 악취 유발 지역을 가축사육제한구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군이 악취 발생지역으로 지목한 곳은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옥수리와 진천군 초평면 일원이다. 현재 이곳에는 돈사 2곳과 닭·개 농장 1곳씩 4개 농장이 자리잡고 있다.

옥수리와 초평면은 증평·진천·청주 간 행정구역 경계가 맞닿는 지점이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증평 초중리 아파트 단지는 옥수리 돈사와 700m도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발생한 악취가 행정구역을 넘어 증평군으로 흘러들자 자치단체가 자치단체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남의 땅을 가축사육제한 구역으로 묶어달라는 민원 자체가 월권으로 비칠 수 있지만, 이는 법에서 인정한 정식 요청이다.

지난 6월 개정·시행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선 '지자체 간 경계지역에서 인접 지자체의 요청이 있으면 환경부령에 따라 해당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일정한 지역을 지정·고시해 가축 사육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청주시와 진천군은 증평군의 요구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가축사육제한구역으로 지정하려면 일정 지역에서 농림·상업 등 관련 행위를 제한하는 지형도면 작성과정이 필요한데 양 시·군에서는 이를 추진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형도면을 작성하려면 보통 1억원 가량의 용역비가 들어가지만, 양 시·군의 내년도 예산 편성안에도 이 항목은 반영되지 않았다.

축산업계 반발은 물론 자신들에게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어 증평과 달리 그렇게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민원 발생 소지가 있는 시설은 외곽 경계지역에 들어서는 상황에서 도내 4개 시·군으로 둘러싸인 샌드위치 증평군으로선 이웃 지자체의 이 같은 외면에 맘만 상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이 같은 요청을 수용해 제한구역으로 지정한 사례가 없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예산 편성이 이뤄지도록 해당 지자체를 계속해서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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