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는 무쇠의 옛말… ‘세’는 숫자‘3’, 삼족오의 상징
진천, 삼국시대 제철단지 유적…까막골 지명도 있어

▲ 고구려를 상징하는 전설속의 동물 삼족오. 삼족오는 다리 셋 달린 까마귀를 뜻하지만 머리는 까마귀가 아니라 봉황처럼 볏이 달렸다. 삼족오는 태양을 상징한다. (그림. 김상윤 하늘다방 대표)
▲ 진천군 덕산면 석장리 백제시대 제철로 유적


기획취재 상산8경을 찾아서
① 임꺽정 이야기
② 미르 숲
③ 이심이 이야기
④ 소두머니의 전설
⑤ 거물래‧흑양군
⑥ 평사낙안

“진천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던 마을이야. 여기가 얼마나 오래된 곳이냐? 장관리 구석기 유적부터 신석기 유적, 석장리에 가면 초기 철기 유물까지 죄다 나오잖아. 지금도 발굴하면 발굴하는 대로 다 나와. 신기하지!

그 유적중에서 잘 살펴 볼 것이 대모산성인데 할미성이라고 해. 할머니를 ‘대모’라고 부르잖아. 할미성은 토성이거든. 할미성 위치는 제 아무리 큰 장마가 와도 물이 안 들어갈 자리에 위치해 있어. 대부분의 산성은 단성이거든. 눈여겨 볼 것은 할미성에는 내성, 외성이 있다는 거야. 학자들이 발표한 것을 보면 그 옛날에 통치자가 살았던 곳이란 말이지.

그래서 그 시대에 이곳에는 할미성을 쌓을 만큼 큰 힘을 가진 통치자가 있다고 봐야 돼. 할미성이 토성이잖아. 토성을 쌓을 수 있는 힘은 철기시대에 생겨. 철기는 산업혁명이야. 농기구도 만들고 무기도 만들고 그러면서 지배자가 탄생해.” (변해종. 진천군유도회장)

 

모든 사물은 연관돼 있다. 이 연관관계를 극단적으로 몰아가면 비약이 된다. ‘나비효과’ 란 개념도 현실로 긍정하기엔 극단적 느낌을 준다. 어디 나비효과 뿐이랴. 어릴 때 수없이 불렀던 노래가 있다.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이 노래는 결국 비행기에서 끝이 난다. ‘원숭이 똥구멍’에서 시작해 비행기로 끝나는 이 허무맹랑한 노래를 우리는 수도 없이 불렀다.

진천군 초평면 화산리에 까막골이라 불리는 동네가 있다. 화산삼거리에서 진천군청소년수련관으로 가는 방향에 있는 마을이다. 왜 까막골 일까? 까막골이란 지명을 쓰는 마을 중 ‘까마귀’가 많이 살고 있어 지명이 유래된 곳도 꽤 있다.

그렇다면 이곳 까막골도 같은 이유일까? 이에 대해 진천군향토사연구회 백원평 회장은 “까막골은 까마귀가 아니라 삼족오의 전설에서 유래된 마을”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변해종 진천군유도회장은 “까막골은 풍수지리상 봉황의 지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까막골 골짜기에는 봉황대가 있다. 봉은 수컷이고 황은 암컷으로 암수 한쌍으로 있다. ‘봉’은 용머리 근처 지형이고 ‘황’은 초평면 금곡리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 가운데 지역이 까막골로 봉황대가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곳에는 봉황의 먹이로 알려진 대나무를 뜻하는 죽정(竹亭)마을도 있다.

그렇다면 봉황과 삼족오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봉황과 삼족오 모두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이다. 물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삼족오는 일반적으로 ‘다리 셋 달린 까마귀’로 알려져 있다. 때론 봉황과 삼족오는 동일 시 되기도 하지만 모양과 형태는 완연히 다르다. 머리에 닭벼슬 마냥 볏이 달린 것 이외에는 공통점이 없다.

 

석장리 제련 유적과 삼족오

 

진천과 삼족오, 이 둘의 ‘검다’라는 말과 ‘철’, 셋을 뜻하는 ‘삼’에서 묘하게 연관된다. 진천군은 현재의 이름을 가지기 전에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조선시대에는 상산으로 불렸다. 진천군지에 따르면 삼한시대에는 수지(首知) 또는 신지(新知)로, 고구려시대에는 금물노군(今勿奴郡)으로, 신라 관할 이후로는 만노군(萬弩郡)으로 칭했으며 신라 제35대 경덕왕 때에는 흑양군(黑壤郡)으로 불렸다.

여기서 ‘흑양’(黑壤), ‘금물노’(今勿奴)는 모두 ‘검다’라는 뜻과 연결돼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진천의 옛이름(鎭川 古號)이 ‘흑양’, ‘금물내’(金勿內), ‘금물노’ 또는 만노(萬弩)라 한다. 우리 고어에는 ‘만’(萬을 ‘거물’이라 한다. 진천은 ‘거물래’ 인고로 ‘흑양’(黑壤)의 ‘흑’과 ‘만노’(萬弩)의 ‘만’은 모두 ‘거물’의 뜻을 써온 것이다. 금물(金勿)은 거물을 소리로 쓴 것이며 ‘내’(內), ‘노’(弩)(쇠뇌 노)는 다 ‘래’의 소리를 쓴 것이다.

고구려어로 ‘거물래’, ‘금물노’는 ‘검은 들판’을 뜻한다. 신라시대의 지명인 ‘흑양’도 마찬가지로 ‘검은 들판’이다.

여기서 ‘검은 들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철이다. 진천의 흙에는 철의 성분이 포함돼 있고 그래서 검다. 또 이 때문에 진천의 쌀이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진천군 덕산면 석장리에서 3~4세기 시대의 백제 ‘제철로’ 유적이 발견됐다. ‘제철’은 철광석과 연료를 이용해 철을 분리해 내는 과정이다. 이곳에서는 원료에서 제품 생산까지 일련의 철 생산 공정을 보여주는 30여 기의 철 생산 관련 시설과 함께 취사 및 제사와 관련된 유구가 국립청주박물관 조사팀에 의해 확인되었다. 이곳에서 사용된 철은 철광석과 사철(沙鐵)이 사용됐다.

이영희(인재개발원) 교수는 고대철강사에서 “석장리유적은 제련에서 단야까지 일련의 공정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제철로만 해도 커다란 장방형·원형·방형 등 크고 작은 여러 형태의 것이 발굴돼, 백제의 높은 제철기술이 입증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석장리 백제 제철단지는 고구려 장수왕의 수중에 들어가 고장 이름도 금물노군으로 바뀌었다. ‘금물노’란 ‘검은 들판’을 뜻하는 고구려 말이다. 고구려 관할 아래 있던 이 제철터는 484년에 이르러 신라 영토가 된다. 이름도 만노군으로 개칭했다가 다시 흑양군으로 고쳐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진천은 예로부터 ‘무쇠’의 고장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다리 ‘셋’, 즉 ‘3’은 삼족오의 상징을 대표한다. 이를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세’다. ‘세’는 ‘쇠’의 옛말과 발음이 같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은 삼국유사에 천제(天帝)의 아들로 그려진다. 하늘에서 내려온 해모수와 백두산 근방에 살았던 여추장 유화가 혼인해 낳은 아들이 주몽이라는 것이다.

삼족오는 다름아닌 태양 즉 ‘해’를 상징한다. 고구려는 한때 진천을 지배했다. 군사적 요충지이자 철 생산지, 넓은 들을 가지고 있는 진천을 지키기 위해 고구려는 엄청난 공을 들였을 것이다.

이 지역에 고구려의 전설이 흘러 내리는 것은 당연할 것. 고구려를 상징하는 ‘삼족오’의 전설이 없다면 이상하지 않을까?

 

태양광산업은 우연의 일치?

진천, 태양을 상징하는 ‘삼족오’ 전설 품어

 

지난 9월 23일 송기섭 진천군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진천군 미래신성장동력 산업으로 태양광산업을 선정하고 이를 집중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군수는 “태양광 산업 기업유치를 위해 혁신도시에 자리잡은 R&D 연구센터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또 에너지 자립형 ‘생거 에코타운 조성’ 사업을 진행한다. 이 사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밝혔다.

진천군이 태양광 산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자신감 때문이다. 이미 진천군 관내에는 한화큐셀공장이 입주해 있고 혁신도시에도 태양광기술지원센터 등 태양광 핵심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정도면 이미 태양광 산업의 기틀이 자리잡은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진천은 삼족오의 전설을 품고 있다. 태양과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의 전설을 품은 진천군이 이제 태양광산 산업을 통해 비상을 꿈꾼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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