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윤호노 충주담당 차장

▲ 윤호노 충주담당 차장

金樽美酒 千人血(금준미주는 천인혈)
금동이의 좋은 술은 일천 백성의 피요
玉盤佳肴 萬姓膏(옥반가효는 만성고)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燭漏落時 民淚落(촉루낙시 민루락)
촛농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歌聲高處 怨聲高(가성고처 원성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았더라.

 

춘향전 중 이몽룡이 변사또 생일에 남루한 거지 행색으로 참석해 붓을 들어 관장들의 포학에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다.

이달 서울중앙지법은 정모씨 등 17명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약관들은 누진 체계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가구에 대해선 요금을 감액하고 있고, 각 나라의 전기요금 정책은 사회적 상황과 전력 수요 등에 따라 다양하게 정해진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정씨 등은 2014년 8월 한전이 위법한 약관을 통해 전기요금을 부당하게 징수한 만큼 정당하게 계산한 요금과의 차액을 반환해야 한다며 각자 8만~133만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전국 법원에서 이번과 같은 취지의 소송은 6건이 진행 중이며, 이번 판단은 나머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가정용에만 적용하는 전기요금 누진제가 부당하다며 제기된 소송을 기각한 것인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누리꾼들과 시민들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더욱이 올해 살인적인 폭염으로 온 국민이 고생하자 누진제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나온 뒤여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컸다.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1단계부터 6단계까지 전력 사용량이 많을수록 각 단계별로 누진적으로 요금이 부과되도록 설계돼 있다. 문제는 이 누진제가 주택용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상가에 적용되는 일반용은 kwh당 105.7원, 산업용은 81원으로 사용량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반면 가정용은 누진 2단계 요금만 돼도 125.9원으로 일반용과 산업용보다 비싸다.

게다가 2015년 전체 판매 전력량에서 주택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지만 산업용은 53%, 일반용은 20%다.

전력을 가장 적게 쓰는 가정은 큰 폭의 누진 구조로 전기료 부담이 크고,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용이나 일반용은 누진제도 없는데다 가격도 낮아 형평성 시비가 불거지는 것이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냉방을 위한 전기요금 인하 여론이 들끊자 정부와 여당은 한시적(7~9월)으로 가구당 20%씩 인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조처는 한시적인 ‘찔끔 인하’로 국민들에게 체감하는 효과가 미미하다. 여기에 한전은 국민에게 요금폭탄을 매기고 자신들은 초과이윤으로 성과급 잔치를 수년째 벌여 논란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안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준미주 천일혈이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