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적 지위, 의료서비스 개선 걸림돌…가격 경쟁력도 없어
전·현직 충북대병원 관계자들 “의사진이 변해야” 한 목소리

 

▲ 충북대병원이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의료진의 서비스 개선의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충북대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 의료 관계자와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교수진을 비롯한 의사진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병원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 평가를 두고 그동안은 수요자 인식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했다. 객관적 의료수준은 떨어지지 않는데 큰 병원으로 가려는 소비자 인식이 병원 운영을 어렵게 하고, 수도권 쏠림현상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감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구체적인 수치에서도 충북대병원이 다른 국립대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내부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재수술 빈번, 직원들도 수술 기피

“직원들 사이에서도 수술은 큰 병원에 가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술 후에도 완치가 안 되고, 재발해 재수술을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병원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 직원의 넋두리에서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충북대병원의 고질적인 문제는 서비스정신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분쟁으로 이어지는 첫 번째 이유는 의료진의 실수지만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고, 제때 설명을 해줬다면 환자나 환자가족이 소송까지 가지 않았을 일도 많다”며 의료진의 서비스 정신 부족을 지적했다.

환자에 대한 서비스가 부족한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충북대병원이 충북 유일의 급성기병원 상급종합병원이라는 점을 들었다. 응급환자와 중증환자가 선택의 여지없이 충북대병원으로 오게 되는 독점적 상황이 서비스 개선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전만 하더라도 충남대·건양대 등 상급종합병원이 수두룩하다. 춘천에도 한림대병원·강원대병원이 있고, 전북에도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이 경쟁하는 구도다. 서비스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충북과 제주만 상급종합병원이 하나밖에 없다. 의료분쟁도 같은 맥락이다. 의료분쟁이라는 것이 사망하거나 큰 장애를 남기는 수준이 아니면, 치료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응급환자와 중증환자가 많다보니 치료 도중 사망하는 일도 잦은 것이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판단하니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좀 더 근본적인 데서 원인을 찾았다. “충북대병원의 의료수준이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장비는 어느 병원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최신형, 고가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의료진이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파벌이 존재하고, 교수진은 여전히 서울대 출신 비중이 높다. 한마디로 지역 밀착형 의사진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강원대병원과 제주대병원이 국립대병원으로 전환되면서 충북대병원이 이들 병원보다 우위에 있지만 기존 국립대병원과 비교하면 병상수 등 규모적인 면에서 언제나 하위권이었다”며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고지원도 꼴찌, 악순환 계속

충북대병원은 대학병원 가운데 제주대병원과 강원대병원 다음으로 모교출신 의사비율이 낮은 병원으로 꼽힌다. 많은 의사들이 의사인생의 종착역이 아닌 중간역 쯤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경험을 쌓는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실제로 이직률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환경이 환자서비스 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도종환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충북대병원은 낮은 국고지원을 지적했다. 최근 10년간 정부가 국립대병원 13곳에 지원한 예산은 총 2572억원에 달한다. 그 중 충북대 몫으로 배정된 것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127억원이다. 도 의원은 “수도권 중심의 의료 인프라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에 적정수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의료인프라 부족은 수도권 쏠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구조를 만든다.

내년부터 의생명진료연구동 건립비 31억원(3년간 154억원 예상)이 투입되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충북대병원은 2014년에 13억 5000만원의 출연금을 요구했지만 한푼도 반영되지 못했다. 2015년에는 25억 5000만원의 요구액 가운데 87%인 22억 1500만원이 반영되기도 했지만 올해는 36%가 반영되는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서도 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도세때문이겠지만 예산을 따내는 업무를 수도권 큰 병원처럼 시스템화하지 못한 원인도 있다. 얼마나 설득력 있고, 타당한 자료를 만들어서 중앙정부를 설득하느냐가 관건인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대병원 ‘수익성 위주 평가’는 부적절
‘병든 국립대병원 이대로 괜찮은가’ 주제로 토론회 열려

국립대병원의 경영실적을 수익성 위주로 평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열린 ‘병든 국립대병원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토론회에서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은 2015년부터 교육부가 시행하고 있는‘국립대병원 경영평가’에 대해 이 같이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국립대병원은 공익적 의료를 행하는 의료기관의 역할과 의대 학생들의 수련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으로서 역할, 의학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의 역할 등 다양한 역할이 있다”며 “그런데 수익성 위주로 평가하게 되면 특정기능만 과대평가되고, 다른 기능은 과소평가돼 균형적인 발전에 장애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익성을 위해서는 수입을 늘려야 한다.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환자 수, 또는 환자 1인당 진료비를 늘리거나 의료 외에 부대사업을 활발히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불필요한 진료를 높여 국민의료비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립대병원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 교육부가 수행하는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가 주체가 되어 국립대병원을 각 영역별로 공공성 평가하는 것으로 대체하자”고 제안했다.

이상윤 책임연구위원은 국립대병원이 지역 내 공공 병원간 인적 교류, 교육훈련 기회 제공 등을 기획해, 지역 내 공공병원의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국립대병원이 지역 내에서 지방의료원, 보건소를 아우르는 공공병원 네트워크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인력을 확충하고 정규직 고용을 늘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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