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팔은 왜 잘렸을까?
상태바
그녀의 팔은 왜 잘렸을까?
  • 김남균 기자
  • 승인 2016.10.12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적장애인에 ‘묻지마’ 직업소개로 대형 산재사고
안전교육 커녕 작업내용도 몰라 … 인권 사각지대
▲ 음성노동인권센터가 구인자와 구직자를 연결해주고 일정 수수료를 챙기는 직업소개소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업체들이 직업안정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불법 판치는 직업소개소
⓵ 위험 부르는 급조된 고용

구직자와 구인업체를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직업소개소가 대부분 법을 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업체가 법으로 정해진 수수료 이상을 공제하고 일부 업체는 ‘근로자파견사업’을 진행하는 등 불법행위가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이상 장기알선이 금지돼 있지만 일부 직업소개소는 출‧퇴근버스까지 운영하며 1년 이상 노동자들을 파견하고 20% 가까운 수수료를 챙겨갔다. 사실상 이들 업체들은 직업소개수수료를 명목으로 착취에 가까운 불법행위를 진행한 것이다.

직업소개소의 불법 행위는 취약 노동자들에게 금전적 피해만 안긴 것은 아니다. 노동력의 수행정도나 산업안전에 대한 교육 없이 작업장에 무차별 투입하면서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노동력의 수행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한 지적장애인은 직업소개소를 통해 모 회사 생산라인에 투입 된지 몇 시간만에 팔이 잘리는 대형사고를 당했다. 사전 안전교육 이나 노동 수행정도에 대한 점검만 있었다면 예방 될 수 있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만들어진 단기간 일자리는 인권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냈다. 근로계약서 작성과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위험한 화학물질을 취급하면서 안전교육은 커녕 보호장구 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발암물질을 취급하면서 물질의 정보조차 알려주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런 사실은 음성노동인권센터(공동대표 석응정)가 수개월에 걸쳐 진행한 직업소개소 전수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인권사각지대에서 감시의 눈길을 피해 불법행위가 만연해 있는 직업소개소 실태를 살펴본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만들어진 일자리가 노동법과 인권의 사각지대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60대 중반의 여성 A씨는 올해 4월 직업소개소인 B사를 통해 음성군 소재 C사에 채용됐다. A씨는 C사에서 10일 동안 일하기로 했는데 맡은 일은 기계 세척작업이었다. C사는 A씨에게 작업도구와 세척용제를 주면서 세척제의 성분이나 주의사항을 알려주지 않았다.

물론 보호장구도 지급하지 않았다. 어떠한 주의사항도 듣지 못한 A씨는 작업도중 갑자기 엉덩이 부위가 화끈 거렸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화끈거리던 부위는 화상을 입은 것처럼 피부가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병원 진료 결과 A씨는 3도 화상을 입었다.

A씨가 화상을 입은 원인은 세척제.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그가 사용한 세척제는 독성물질인 수산화칼륨이었다. A씨는 이 사고로 상당 기간 병원 치료를 받았고 수 개월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A씨가 입은 피해는 컸지만 그를 고용한 C사는 산재처리조차 거부했다. 물론 일을 하기로 한 기간의 임금도 주지 않았다. 그를 C사에 알선한 B 직업소개소는 하루에 1만원의 소개비를 받기로 했으나 그가 사고를 당해 문제가 커질 듯하자 소개비용을 받지 않았다.

 

작업 투입 첫날 팔 잘린 지적장애인

지적장애 3급 여성 D씨는 2년 전 끔찍한 일을 겪었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소개받은 회사에서 일하던 중 기계 로울러에 팔이 빨려 들어가 팔꿈치 이하를 절단해야 했다. A씨가 가지고 있는 지적장애 3급은 직업자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정 교육을 거치면 직업적 재활이 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D씨를 소개한 직업소개사나 그를 고용한 E회사도 그의 상태에 대해선 관심을 두지 않았다. 비장애인의 경우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장애인인 그에게 어떠한 직무교육도 없었다. 결국 D씨의 상태에 대한 고려나 교육 없이 작업에 투입됐고 바로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직업소개소를 거치다보니 사후 조치도 비인간적이었다. 법률상 고용책임이 있는 E회사는 산재처리만 했을 뿐 병문안 한번 오지 않았다. 당연히 보상 문제도 책임을 회피했다. 직업소개소는 법률상 책임을 미뤘고 병문안 한번 오지 않던 E사는 폐업을 했다.

중국 교포 F씨는 현재 다니는 G회사를 1년 넘게 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는 G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지도 않는다. 심지어 통근버스도 G사의 것을 이용하지 않는다. F씨는 월급을 직업소개소인 H사로부터 받는다. 그를 회사에 출‧퇴근시켜주는 차량도 H 직업소개소가 제공한다.

F씨는 G사가 자신의 임금으로 얼마를 책정했는지 알지 못한다. 단지 직업소개소가 20여만원의 소개 수수료를 제외하고 지급하는 금액만을 받는다.

이러한 직업소개소의 행위는 당연히 불법이다. F씨의 경우 직업안정법에서는 유료 직업 알선의 경우 3개월을 초과해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그 금액도 F씨가 받을 금액의 4%를 넘을수가 없다. 하지만 F씨를 소개한 H 직업소개소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산업재해 사고를 당한 A씨와 D씨의 경우도 가장 기초적인 노동법을 지키지 않은 경우다. 음성군 지역의 직업소개소 불법행위를 전수 조사한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만들어진 일자리가 노동법의 사각지대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만들어진 일자리에서 “△근로계약서 미작성 △4대보험 미가입 △주휴수당 미지급 △토‧일요일 근무 시 가산수당 미지급 △연차휴가수당 미지급 △1년 이상 근무자 퇴직금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직업소개소, 노동자 일당의 4% 이상 가져가면 안돼

직업안정법, 임금과 별개로 사업주에게 수수료 받아야...

직업안정법에서 정한 ‘직업소개란 구인 또는 구직의 신청을 받아 구직자 또는 구인자(회사)를 탐색하거나 구직자를 모집하여 구인자와 구직자 간에 고용계약이 성립되도록 알선하는 것을 말한다.

직업안정법은 민간이 하는 직업소개사업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무료 직업소개사업의 경우 반드시 신고해야 하고 유료소개압서의 경우 반드시 행정관청에 등록해야 한다.

특히 유료직업소개사업의 등록요건 및 준수할 사항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데 그 취지는 과다한 중간착취 및 고용질서 문란을 억제해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려는데 있다.

유료직업소개의 경우 소개 수수료도 일정비율 이상을 받지 못하게 제한을 두고 있다. 직업소개업체는 사업주와 노동자 양측에게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데 노동자에게는 받을 임금의 4% 이상을 넘을 수 없다. 또 사업주 측의 수수료까지 합쳐 지급할 임금의 20% 이상을 초과할 수 없다. 건설현장의 경우 10%로 폭은 더 제한된다.

직업안정법은 ‘직업소개’와 ‘근로자파견’ 그리고 ‘근로자공급’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만약 직업소개사업의 등록을 한 자가 단지 직업소개에 그치지 않고 근로자파견 내지 근로자공급사업까지 하게 될 경우 불법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