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신리 주민들 “보은군 못 믿어” 직접 증거 확보 나서
굴삭기 동원 불법 투기장소 확인…군, 애꿎은 규정 탓

마을에 있는 폐기물종합재활용업체(퇴비 생산)가 폐기물을 불법 투기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보은군 수한면 질신리 주민들이 보은군 행정처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보은군이 기존 적발사항에 대해서만 ‘영업정지 3개월’ 행정처분을 내리자 주민들은 이와 별개로 불법행위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담당 공무원에 대해서도 직무유기했다며 검찰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잇단 민원제기에도 적극적인 현장 조사가 진행되지 않자 최근에는 마을주민들이 직접 굴삭기까지 동원해 투기의혹 지역 현장 확인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는 해당 업체 공장 내에서 계곡으로 이어지는 관이 발견됐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보은군은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 보은군 수한면 질신리에 위치한 A폐기물조합재활용업체. 폐기물을 보관하는 공장 옆 흙을 걷어내자, 계곡까지 이어진 10여미터 길이의 플라스틱관이 발견됐다. 관에 연결된 모터를 작동하자, 사진에서처럼 많은 공장 내에서 발생한 오폐수가 쏟아져 내려와 계곡물과 뒤섞였다. 사진 보은사람들 제공.

2013년부터 주민들 고통 시작

폐기물처리업체의 불법 투기 의혹은 지난 8월 17일 처음 제기됐다. 의혹을 제기한 질신리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수십차례 투기 의혹 민원과 악취 민원을 제기했지만 보은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군수실 항의방문을 계획했고, 이 과정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세상에 알려졌다는 설명이다.

8월 17일 군수실에서 주민들을 대면한 정상혁 군수는 취재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군수를 책임자로 현장점검팀을 구성해 바로 현장 확인을 나가라. 빠짐없이 확인해 불법이 있다면 주민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라”라고 지시했고, 급하게 꾸려진 점검팀은 주민들이 지목한 서너곳의 불법투기 지역을 돌며 검사샘플을 채취했다.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 질신리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해당업체는 지난 8월 26일부터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오는 11월 25일까지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는 환경과 처분이다. 이와 별개로 농축산과에서도 비료관리법 위반으로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마을 곳곳에 방치돼 있는 폐기물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마을 사람들은 3개월 영업정지가 아닌 업체폐쇄와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보은군의 행정처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질신리 주민은 “검찰 고발 등 적극적인 노력도 하지 않고, 규정에 정한 행정처분을 한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여전히 악취로 고통받고 있는데 이게 군수가 말한 책임지는 행동이냐”라고 반문했다.

실제 환경과에서 처분한 영업정지 3개월에는 군수의 지시로 합동점검을 한 8월 17일 적발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처분은 공론화되기 이전 주민들 민원으로 업체 점검에 나선 지난 8월 2일 적발된 불법에 대한 처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며 보은군은 해당 업체가 ‘폐기물처리업자의 준수사항을 위반’했다고 적시하며, 공장 내 허가된 보관장소 외 보관 위반과 위탁능력 초과(170㎥ 초과)에 따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환경과 담당 공무원은 8월 17일 합동점검에서는 적발사항이 없었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한 채 “행정기관에서 할 수 있는 최대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답했다. 현행법에는 1회 적발시 최대 영업정지 1개월, 2회는 3개월, 3회는 6개월, 4회 적발 시 취소할 수 있다. 만약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을 때마다 점검에 나섰다면 이미 4회 이상 적발됐을거란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민들의 분노는 8월 17일 합동점검 후에도 잦아들지 않았다. 8월 30일 정 군수가 직접 마을을 방문해 처분내용을 설명하며 철저한 관리감독을 약속했지만 보은군에 대한 주민들의 행정 불신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결국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조사팀을 꾸려 지속적인 증거확보에 나섰다.

 

오폐수 확인하고도 증거 부족?

지난달 12일에는 해당업체가 오폐수(침출수)를 무단 방류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결정적인 증거도 찾았다. 공장에서부터 공장 아래 계곡까지 이어져 있는 플라스틱관이 땅속에 묻혀 있었다. 모터를 작동하자 악취를 풍기는 오폐수가 콸콸 쏟아져 나와 계곡물과 뒤섞였다. 당시에는 공장 가동도 하지 않았을 때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해당업체 대표는 자신도 몰랐던 일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업체를 운영한 지 10개월째다. 현재 주민들이 제가하는 문제 대부분이 전 운영자 시절 벌어진 일이다. 이제 와서 모든 것을 내가 한 것처럼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전 운영자 또한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주민들은 해당자료를 보은군에 제시했지만 보은군의 답변은 주민들의 기대와 달랐다. 환경과 공무원은 취재진에게 “전 운영자에게 물어보니 자연적으로 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그것을 처리하기 위한 장치라는 해명을 들었다. 사업장 침출수를 불법 방류했다고 확인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모터를 틀자 침출수가 관을 통해 쏟아져 나온 것에 대해 묻자 “혹시 침출수가 흘러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확인하고 있다”며 “검토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9월 27일에도 굴삭기를 동원해 수한면 거현리 3곳과 오정리 1곳을 파헤쳤다. 주민들이 불법투기라고 주장하자 해당업체가 정상적인 퇴비를 납품했다고 설명한 곳들이다. 굴삭기가 가동되자 곧 퇴비의 정체(?)가 드러났다. 파헤쳐져 나오는 검은색 뻘은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인 퇴비의 형상은 아니었다. 그 속에서는 기름덩어리와 아직도 썩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가 확인됐다.

▲ 지난달 27일 마을주민들이 굴삭기를 이용해 폐기물 불법 투기지역을 파헤쳤다. 퇴비라고 주장하는 투기물은 검은 뻘의 형태로 육안으로는 퇴비로 보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더욱이 이 곳은 주민들이 3년 전 보은군에 민원을 제기했던 곳으로 당시 담당공무원은 현장점검 결과 아무것도 묻힌 게 없다고 답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토지주들은 폐기물인줄 모르고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토지주는 “공장 가동 초기에 지역 주민들에게 홍보용으로 퇴비를 준다고 해서 받은 것”이라고 증언했다.

매립현장에서 증거물을 확보한 주민들은 환경과 담당공무원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날 확인한 장소 중에는 2013년 해당 공무원에게 불법 매립사실을 확인해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당시 환경과 A씨는 ‘현장 확인을 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측정했는데 정상이다’라는 식으로 거짓말만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저 모양인데 당시 확인했다고 한 A씨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냐”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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