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요(堯)임금 때 소부(巢父)라는 이와 허유(許由)라는 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 두 사람은 막역한 친구 사이로 청렴 결백하고 어질기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둘 중 특히 소부는 나무에 까치집을 짓듯 집을 짓고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소부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요임금은 자신의 덕이 허유만 못한 것을 깨닫고 대신 천자의 자리에 앉아 달라고 그에게 간청했습니다. 그러나 허유는 “뱁새가 깊은 숲에 깃들어도 몸을 두는 곳은 한 가지에 지나지 않고 생쥐가 강물을 마셔도 제 배를 채우는데 지나지 않는 것이니 임금이시여 그만 돌아가시오. 내게 천하를 줘도 나는 쓸데가 없소”하고 임금의 청을 사양하고 소부에게 찾아가 그 이야기를 전 했습니다.
그러자 소부는 얼굴을 붉히며 “자네 가 가만히 숨어 있었다면 그런 더러운 소리가 왜 귀에 들어왔겠는가. 쓸데없이 나돌아다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듣는 게 아닌가. 자네는 이제부터 친구가 아니니 다시는 찾아오지 말게“하고 꾸짖었습니다. 그리고는 허유의 등을 떠 밀어보냈습니다.
졸지에 친구를 잃고 쫓겨 나와 몹시 상심한 허유는 그 길로 맑은 시냇가로 찾아가 눈과 귀를 씻었습니다. “공연히 쓸데없는 말을 듣는 바람에 좋은 친구와 의를 끊었네” 하고는 심산(深山)으로 들어가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번중부(樊仲父)라는 사람이 물가에서 소에게 물을 먹이다가 허유가 그 물에 귀를 씻었다는 말을 듣고는 “아이고, 이 더러운 물을 내 소에게 먹이다니…”하고는 소를 끌고 가 버렸습니다.
12월 18일의 대통령선거와 6월 13일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금 온 나라가 ‘청운의 큰 뜻’을 펼치려는 이들로 열기가 뜨겁습니다.
위로는 ‘대통령 꿈’에 취해 있는 이들이 벌써부터 사자후(獅子吼)를 토해내고 있으며 아래로는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이들이 러시를 이뤄 말단 행정조직마저 마비직전이라고 합니다. 작든 크든 권력이란 참으로 좋은 모양입니다. 그러기에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너도나도 앞을 다퉈 그것을 잡으려고 허공을 향해 손을 휘 젖고 또 그 때문에 마지막 ‘양심’조차 버리기를 마다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권력이 마약과 똑 같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듯 싶습니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마약이나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돌아 나오지 못하는 정치권력이나 매 일반인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눈앞의 유혹에 장님이 되어 허우적댑니다.
왜, 그 옛날 의 현자들이 임금의 자리도 마다했는지, 왜 그 교훈이 2천년의 시공을 넘어 오늘 우리에게 전해져 오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권력은 좋은 것이지만 그것은 마약이요, 독(毒)인 것입니다.
요즘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 이 날이 갈수록 재미납니다. 민주주의가 좋은 이유를 비로소 알만 합니다. 시절은 이제 막 백화제방(百花齊放)의 맹춘(孟春)으로 접어드는데 하늘은 여전히 부옇고 세상은 소란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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