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연휴기간중인 지난 3일 충북도에 낭보(?)가 전해졌다. MRO사업의 최대 경쟁자인 경남도의 사업계획서가 국토부에서 ‘퇴짜’를 맞게 된 것. 국토부는 경남도와 손을 잡고 MRO사업을 추진 중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대해 보완요구를 했다고 발표했다. 카이의 사업계획서는 정비기술 확보, 정비인력 수급과 교육, 재원조달 방안과 투자계획이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충북도는 발빠르게 이 소식을 자체 보도자료로 작성해 배포했다. 경쟁자의 불행은 당연히 다른 한쪽에 행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같은 충북도의 민감한 반응은 꺼져가는 청주공항 MRO 불씨의 재점화를 기대했음이리라. 아시아나의 MRO사업 불참이 청주공항 MRO사업 실패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필자 또한 MRO의 심판관인 국토부에 대한 불신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1월 국토부는 국가 MRO사업 공모를 발표했고 1개월전 KAI와 경남도가 업무협약을 맺었다. 청주를 따돌리기 위한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보여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경남도-KAI가 단독으로 제출한 MRO 계획서가 보완요구를 받은 것은 뜻밖이다. “어느 한 곳만 선정해 지원하는 게 아니고 타당성이 인정되면 어디가 됐든 지원해 준다”는 국토부의 얘기도 다시금 귀가 솔깃해진다. 향후 도의회 특위가 충북 MRO의 미래를 위해 충북경자청과 고민을 함께 하는 모습도 가능하게 됐다.

그동안 도의회 특위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사업부지가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물론 공항 주변 농경지가 많아 부지 확대가 용이한 조건이긴 하다. 하지만 청주공항 개발 청사진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청주국제공항과 공군17비행단이 동거하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미 ‘군공항 이전 특별법’이 제정됐고 수원, 광주, 대구가 국방부의 타당성 검토를 마쳤다. 대구공항은 박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공군비행장과 동시이전이 급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도내 단체장, 국회의원 누구도 군비행장 이전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 지역구 모 의원은 “이전 특별법은 수원, 대구 때문에 만들어 진 것”이라고 일축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고도의 군사시설인 군비행장을 이전하는 것이 녹록한 문제는 아니다. 이전작업을 서두르는 수원, 대구, 광주와 청주가 여건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청주공항 활성화가 군비행장에 발목잡혀 있다는 현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개항 20년이 됐지만 중국 이외의 국제선 정기노선이 없다.

국방부는 겉으론 공항 활성화 협조를 말하면서 뒤로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도입 추진, 민간 항공기 이착륙 횟수 제한(SIOT 제한)을 시도했다. 최근에는 공군 최신예 전투기인 F-35A 운용기지를 청주로 정해 격납고 시설공사 용역까지 마쳤다.

국방부는 더 이상 청주공항 활성화를 함께 고민할 파트너가 아니다. 충북도 허울뿐인 ‘갑’ ‘을’ 선린관계를 기대해 선 안된다. 청주국제공항은 법적으론 군사시설법에 묶여있지만 실제 성별은 ‘군’이 아닌 ‘민’이다. 충주공군비행장이 청주17비행단을 이전하는 밑그림 속에 추진됐다는 정설(?)을 우리가 부인한다면 그게 바로 충청도 ‘핫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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