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 홍강희 편집위원

▲ 홍강희 편집위원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 맞고 사경 헤매던 농민 백남기 씨 별세.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 국회통과. 이에 반발한 새누리당 국정감사 전면 보이콧. 미르·K스포츠재단에 얽힌 의혹 일파만파. 나라 안이 어수선하다. 박근혜 정권 들어 최대 위기라는 말도 있다. 도대체 박 정권 하에서의 최대 위기는 왜 그렇게 빈번한가.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 정권은 이 기본 명제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점수로 치면 낙제이다.

각설하고 혼란한 시국에 김영란법이 28일 시행에 들어갔다. 김영란법의 정확한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지난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약칭은 청탁금지법이다. 앞으로 공직자,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국회의원도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이므로 해당된다.

그리고 이들이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대접을 받거나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경조사 비용은 공무원 행동강령에 정해진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렸다.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교직원은 민간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시간당 100만원까지 사례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단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에 관계없이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면 안된다.

한 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선물 수요 위축에 따른 농림축산품 생산액 감소가 전체 8,193억~9,569억원(생산액의 9.3~10.8%), 충북은 966억~1,128억원(생산액의 10.4~12.1%)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했다. 주요품목은 한우, 인삼, 과일, 화훼, 곶감·버섯류 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음식업, 골프업, 유통업 등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돼 음식업 8조5000억원, 골프장 1조1000억원, 선물관련 산업 2조원 등 11조6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들은 5만원 넘는 선물 금지로 8000억원 한우판로가 막히고, 화훼 인삼농가가 항의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또 국내경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든데다 김영란법 한파로 더 심해졌으니 공직자들에게 만남과 외식을 권장하고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건전소비촉진 캠페인을 벌이자는 기사도 있다. 벼룩잡자고 초가삼간 태워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본질은 그 게 아니다. 그동안 이런 저런 특혜를 누려온 사람들 중 일부는 불만을 토로하나 결론적으로 말해 이 법은 필요하다. 우리나라 접대문화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만한 법이다. 또 혁신을 가져와야 한다. 국민권익위는 해설집에서 우리사회 폐습으로 작용하는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관행 근절을 위해 이 법이 추진됐다고 밝혔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부정청탁을 하고 뒷돈을 남발했는가. 채용·승진, 각종 수상·포상, 입학·성적, 사건무마, 불법 인허가·면허 등. 이런 것을 청탁할 때마다 금품과 향응이 오갔다. 돈과 지위가 있는 사람일수록 심했다. 그래서 ‘갑질’이라는 단어도 나왔다. 지금 할 일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해 온 ‘갑질’, 알게 모르게 받아온 금품과 향응을 배격하는 청렴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 법 시행으로 인해 내수경기가 죽는다는 걱정보다 나부터 깨끗하게 살겠다는 다짐을 하는 일이다. 김영란법의 또 다른 이름은 ‘더치페이법’이다. 情을 중시하는 우리는 더치페이가 왠 말 이냐며 멀리했으나 이제 각자 계산하는 시대가 왔다. 이렇게 하면서 사회는 발전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