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 대선 출마 기정사실화 되자 선거법 위반 소지 차단 의혹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가운데 그의 고향 음성군 생가에 마련된 포토존 동상이 철거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가운데 그의 고향 음성군 생가에 마련된 포토존 동상이 철거됐다. 성역화, 우상화 논란이 빚어지면서 음성군이 자체 철거 결정을 내린 것. 군은 2010년 8월 반기문 총장의 업적을 기리고 생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사진 찍을 공간 제공을 위해 포토존 동상과 기념관을 마련했다.

음성군 원남면 상당 1리 반기문 생가는 전형적인 농촌 초가집으로, 이 집은 1970년 새마을사업 때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조됐다가 2002년 3월 철거된 것을 2010년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복원했다. 생가는 단출하지만 주변은 그렇지 않다. 먼저 생가 앞 정자의 내부는 반 총장의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보기 드문 영웅이 반씨 문중에 태어나’로 시작하는 시는 한자와 한글로 적혀 걸려 있다.

반 총장의 족보도 거대한 돌판 위에 새겨져 있다. 여기에 반기문 기념관, 평화랜드가 완공돼 관광객들에게 그동안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왔다. 기념관으로 들어서면 만국기와 유엔 휘장이 눈에 들어온다. 전시실은 반 총장의 일대기를 담고 있는데 태몽부터 시작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오지 않은 현존 인물을 기념관이나 동상 등을 세워 우상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외 비판일자 기념물 모두 철거

더욱이 아직 임기가 남아 있어 동상을 제작해 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여러 곳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음성군은 반 총장을 브랜드화해 사업을 벌였다. 음성군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동상은 어떤 인물이 좋은 업적을 남겼을 때 사후에 후손들이 그의 업적을 존중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며 “아직 반 총장의 임기도 끝나지 않았는데 세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고, 사후에 그의 일생을 평가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때 세워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월 2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는 반기문 박물관에 세워진 동상을 문제 삼았다. 전 변호사는 “원래 링컨, 간디 등 유명인사들의 동상을 설립하곤 한다. 누가 살아있는 사람 동상을 만드나, 그것은 독재자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비난했다. 이후 미국의 일간신문인 워싱턴포스트지가 이 문제를 잇따라 보도했다. 이 신문의 일본 도쿄 지국장인 안나 파이필드는 지난 8월 15일자에서 반 총장의 고향인 음성을 다녀 온 르포를 게재, 개인 우상화를 환기시켰다.

파이필드 기자는 “반기문 ‘성역화’가 여러 면에서 북한을 연상시킨다”고 비난했다. 반 총장이 북한 김일성처럼 개인숭배를 받고 있다고 본 것이다. 국내외 비판이 일자 음성군은 반기문 박물관 내의 개인 기념물을 모두 철거하게 된 것. 언론이 비판한 반기문 동상도 마찬가지 운명을 맞았다. 아울러 음성군 입구에 설치됐던 반 총장 모형물, 모형물 옆에 설치됐던 비둘기, 유엔마크, 지구본 등도 모습이 사라졌다. 반기문 브랜드사업이 6년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일부에서 개인 우상화 문제를 제기해 이달초 전부 철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선관위 요청은 없었고 수거된 동상 등은 보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이 현재 차기 대선 예비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그가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보니 개인 기념 시설물이 ‘공직선거법에 위반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나오게 됐던 것.

대선출마 위한 ‘사전작업설’

따라서 선거법 위반 소지를 사전에 없애기 위해서 사전작업을 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반기문 팬 카페 ‘반딧불이’ 관계자는 “반 총장의 생가, 기념관은 전체 면적이 330㎡도 안 되는 공간에 작은 동상으로 포토존이 설치된 것인데, 성역화와 우상화 논란으로 철거된 것이 아쉽다”며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국제 정세가 위기인 상황에서 외교관계 뿐 아니라 난국을 헤쳐 나갈 혜안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데 반 총장이 유일한 자산”이라며 “반 총장 개인 출세를 차치하고, 굳이 정치를 떠나서라도 우리 국민이 반 총장을 활용한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군은 반 총장이 대선에 불출마하거나 재설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동상 등을 원상 복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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