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지시 대구공항 이전 가속도, 충북 내년 대선 겨냥해야
겉으론 공항활성화 협조, 뒤로는 미사일·신예기 청주 배치 발목

정부와 대구시가 올해 안에 대구공항·K2기지 통합이전 후보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있은 지 한달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경북 성주를 사드 배치 후보지로 정하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TK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대구 군공항 이전 카드를 활용한 것. 수원, 광주는 국방부에 이전 건의서를 제출해 이미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수원·대구·광주시 도심에 위치한 군공항의 이전작업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청주군비행장의 경우 시·군통합이 성사되면서 오창, 율량 2지구, 내수읍과 접한 도심 접경 시설이 됐다. 고도제한·개발제한 등 각종 제약으로 민관 사업이 십수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도의회 MRO특위 활동 과정에서 사업부지 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충북도가 확보한 MRO부지는 15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군비행장과 부대시설이 차지한 면적이 450만㎡에 달한다. 따라서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군비행장 이전일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대표 공약으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의 위기를 역으로 청주군공항 이전 작업을 재점화할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2013년 3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이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특별법 대상에 해당된 군공항은 청주 충주를 포함 모두 16곳이다. 우선적으로 도심 속에 위치한 수원·대구·광주 3곳이 이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반면, 전투기 소음피해로 비행장 이전을 요구하는 대규모 주민집회까지 벌어졌던 청주는 잠잠하다. 일부에서는 법원이 전투비행장 소음 피해 주민들에게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주도 2009년 7천여 피해주민이 300여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에 따라 정부는 해마다 약 10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5년 소음피해 소송에 대비한 보상예산이 1300억원에 달한다.

재정부담이 가속화되자 국방부는 2014년 5월 ‘군 공항 이전사업단’을 창설했다. 국회가 이전특별법을 통과시킨 데 따른 후속조치다. 하지만 ‘기부 대 양여’라는 방식을 채택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일단 지방자치단체가 군 공항을 이전시키려면 다른 지역에 대체 공항을 만들어 기부하는 조건이다. 그러면 군에서 현재 갖고 있는 군 공항 기지를 양여하는 물물교환 방식이다. 공군기지를 짓기 위해선 최소 660만㎡(약 200만평)의 부지 확보가 필요하다. 그만한 부지를 찾기도 어렵고 소음 피해 반대민원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2014년 처음으로 이전 건의서 ‘적합’ 판정을 받은 수원 군공항도 경기도내 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접촉하고 있지만 반발이 만만치않은 상태다.

따라서 청주공군비행장의 경우 이전특별법 보다는 충주공군비행장 통합을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과거 5공 전두환 대통령이 청주 이전을 전제로 충주공군비행장 건설을 추진했다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이다. 류재평 위원장(57 청주전투비행장소음피해대책위)은 “대통령이 연두순시 오시면 주민대표들 건의사항 중에 항상 공군비행장 이전을 포함시켰다. 그때는 소음피해가 극심해서 암소가 유산되기도 하고 토양이 기름 오염되서 식수를 먹지 못하는 동네도 있었다. 5공 말기에 청주비행장 이전시켜 준다는 얘기가 나돌았고 노태우 대통령이 선거때 공약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전두환- 정종택 청남대 4시간 독대

청주공군비행장에 민간공항을 개항시킨 산파역은 정종택 전 장관이었다. 정 장관이 청주공항 개항을 추진한 것은 공군비행장 이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5공 시절 정종택 의원(당시 정무장관 겸임)의 보좌관을 역임했던 송병우씨는 청남대 전두환 대통령 독대 비화를 소개했다.

“80년대 전 대통령이 청남대 휴가차 내려왔을 때 정 장관님과 단둘이 약주도 하면서 4시간을 독대한 적이 있다. 그때는 이미 청주공군비행장에 중부권신공항 건설방침을 정한 시점이었다. 내친 김에 정 장관께서 공군비행장 이전을 간곡하게 건의했다. ‘대통령께서 처음으로 건설하는 민간공항인데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민관겸용은 한계가 있다’고 설득했다. 결국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라고 수긍해 국방부장관에게 이전검토를 지시했고 충주공군비행장 건립이 추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0년 충주공군비행장 완공직전 청주17비행단 일부가 충주로 이전돼 이듬해 19비행단으로 기동했다. 하지만 후속적인 이전작업은 중단되고 말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청주공항활성화대책위 이욱 전 사무국장은 “충주비행장으로 17비행단이 이전하는 시점에 중동에서 걸프전이 벌어졌다. 바짝 긴장한 국방부가 제동을 걸면서 결국 완전 이전을 하지 못한채 충주 19비행단을 창단하게 됐다. 몇년뒤엔 정부가 영종도 국제공항 건설계획을 수립하면서 청주공항의 개발 청사진이 위축된 면도 있다. 청주군비행장을 대체할 방편으로 충주군비행장을 만들고 이전작업을 추진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류재평 위원장은 “정부가 쥐꼬리만한 소음 피해배상금을 내세워 도시지역 군비행장 이전을 미루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군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된 이후에 변재일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청주군비행장 이전을 물어봤다. 그런데 ‘그건 수원·대구공항 때문에 만든 거지, 청주는 가능성이 없다’고 딱잘라 말해 서운했던 적이 있다. 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장기과제라는 이유로 중대한 지역이슈를 고의적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공군비행장 소음피해 주민소송 2차 진행중
2009년 1차 소송 7천여 주민 300여억원 손해배상 판결

청주공군비행장(17비행단) 인근 주민들은 항공기 소음피해를 겪은 지 30년만인 2006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정치권이나 행정기관의 도움없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고 류재평 위원장(57 청주전투비행장소음피해대책위)이 앞장섰다. 소송은 2년이 지난 2008년 1심 재판부는 4139명의 피해주민에게 총 127억원(3년치)을 배상토록 했다.

소음 정도가 80웨클(항공기 소음단위) 이상 90웨클 미만 거주자에 대해서는 월 3만원, 90이상 95 미만은 월 4만5천원, 그 이상 지역 거주자들에게는 월 6만원씩 거주기간을 감안해 지급토록 판시했다. 국방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주민들은 2009년 2심에서도 승소해 5년치 + 지연이자(연 20%)를 포함 총 234억원을 배상받게 됐다. 또 청원군 내수읍 2개 아파트 주민들은 별도의 손배소송을 제기해 3천여명이 총 45억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청주와는 달리 수원, 광주, 대구 전투비행장 손배소송에서는 85웨클 이상으로 배상기준을 높였다. 이미 비행장 주변이 도시화돼 다른 소음(배경소음)을 감안해 수인(참을 수 있는) 한도를 더 높인 것이다. 이에 불복한 광주는 대법원까지 상고했으나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 반면 도심을 벗어난 군산, 강릉, 서산, 충주비행장 주민들은 청주처럼 80웨클 이상 배상을 받았다. 충주전투비행장은 2013년 3700여명 주민들에게 53억원 배상판결이 내렸다.

류재평 위원장은 “지자체와 정치권의 아무런 지원없이 피해주민 자력으로 장기간 소송을 마쳤다. 전국 소음피해대책위 국회 토론회를 4번 했는데 지역구 변재일 의원은 한번도 못봤고 오히려 청주 오제세 의원이 꼬박꼬발 참석한 기억이 있다. 군비행장 소음피해 배상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법원이 배상범위를 좁혀가고 있다. 공군도 비행소음 저감에 신경써서 이번 2차 소송재판부가 소음측정 재조사 결과 1차 소송때보다 배상지역이 30%이상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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