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벌 ‘에이즈’ 낭충봉아부패병, 충주서 벌통 800여통 소각
한봉업 붕괴 위기, 양성판정 벌 살처분 대상 포함 정책 촉구

토종벌 농가들이 토종벌 괴질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 퇴치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한국한봉협회 충북지회는 최근 충주시 신니면에서 감염된 벌통을 태우는 ‘낭충봉아부패병 화형식’을 가졌다. 이번 행사에는 100여명의 토종벌 농가가 참석해 벌통 800여개를 소각하고 정부에 근본적인 방역대책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대국민 호소문과 정부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낭충봉아부패병 피해실태를 전하고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농민들은 “낭충봉아부패병은 2010년부터 전국을 휩쓸기 시작해 토종벌의 98%를 폐사시켰다”며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뚜렷한 해법이나 예방책을 내놓지 못해 토종벌 농가는 완전히 파탄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폐사한 31만 6000여 군(群)의 토종벌을 2015년까지 복원하기로 약속했지만 6년이 지나도록 복원율은 제로 상태”라며 “방역 및 복원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낭충봉아부패병이 살처분 대상 질병에 포함되지 않아 바이러스가 계속 번지고 있다”면서 “감염 벌통의 이동 제한만으로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없으며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낭충봉아부패병을 살처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에 생기는 바이러스 질병으로 애벌레나 성봉의 소화기관에 침투해 병을 일으킨다. 감염된 벌이나 애벌레는 몸체가 부풀면서 폐사하며 특히 토종벌의 피해가 심각하다. 감염된 애벌레 한 마리가 반경 6㎞ 내 성봉 10만 마리를 감염시킬 정도로 엄청난 전염력을 가졌지만 현재로선 소각 말고는 이렇다 할 방제방법이 없다.

올해 대유행, 복원율 6년간 제자리

농림축산식품부는 2010년 전국 토종벌의 76.7%인 31만 6000여 군의 벌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한국한봉협회는 피해 규모가 전체의 98%인 42만 2000여 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이에 농식품부는 토종벌 종보전 증식사업과 방역약품지원, 토종벌증식관리 시스템 도입 등 복원대책을 추진했다.

지난해까지 31만 7000여 통의 벌을 살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토종벌 복원율은 제자리다.

한봉협회가 밝힌 2016년 전국 토종벌 사육현황은 약 1만 여 통이다. 지난 3월부터 1만 여 통을 시작으로 증식을 시도했지만 지난달 벌통 수 역시 1만 통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6000여 개의 벌통에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해 토종벌 수가 늘지 않은 까닭이다.

충북지역에서는 2375개의 벌통을 3월에 키워 현재 2000여 개의 벌통만 남았다. 제대로 증식됐다면 9만 여 통이 돼야 한다.

충북의 경우 2010년 토종벌 양봉 체계가 무너진 이후 일부 종 복원에 성공해 전국에서 복원 실적 1위를 달성했지만, 올해 바이러스가 다시 유행하면서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박찬홍 한봉협회 충북지회장은 “정부는 2010년 폐사한 31만 7000통의 토종벌을 2015년까지 복원하기로 농민들과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며 “어려움에 처한 토종벌 농가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피력했다.

한봉협회 한 회원은 “토종벌이 계속 죽는 것은 낭충봉아부패병 방역의 기본이 되는 바이러스 감염원 차단 방역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며 “벌이 날아다니기 때문에 이동제한 조치로는 소용이 없다. 감염 벌통을 소각 처분해 감염원을 없앤 후 체계적인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다른 회원도 “사실상 방역대책이 없어 질병이 발생해도 거의 신고하지 않는 실정”이라며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 발효로 꿀 수입마저 확대돼 토종꿀 시장은 붕괴상태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충북도, 도내 전수조사 실시방침

농민들은 낭충봉아부패병 확산을 막기 위한 전국 토종벌 전수 검사, 양성판정 벌 살처분, 토종벌 방역관리 전문가 양성, 토종벌 사육 등록제 실시, 국유림을 활용한 토종벌 육종 및 사육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한봉협회 관계자는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멸망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있다”며 “기존 방역과 복원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농가의 호소가 지속되면서 충북도는 오는 11월까지 도내에서 사육되는 모든 벌통에 대해 낭충봉아부패병 감염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전수 조사 대상은 580개 농가의 벌통 4100개다.

조사 결과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됐거나 잠복 감염된 것으로 판명나면 소각 등 방역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또 효율적인 방역을 위해 감염벌통 소각비 국비 지원, 발생농가 중심의 지역단위 이동 제한 시행 등 대책을 농식품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한편, 2008년 일부 지역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이 병은 2010년 전국으로 확산돼 그 해 국내 토종벌 98%를 초토화시켰다. 이후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면서 전국에서 90% 이상의 토종벌 농가가 벌 치는 일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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