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최근 전남 광주의 SKY대학 입학률이 높은 한 사립고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일부 교사가 학생 생활기록부 성적과 내용을 조작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입학초기 25명의 특별관리학생을 정한 뒤 2년 동안 36회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장의 묵인지시하에 이같은 일을 벌인 2명의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금전사례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면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가게’가 무색할 지경이다. 시대의 미래를 키우는 교사들이 최소한의 금도마저 저버렸다. 입시 경쟁에 눈먼 교장, 교사, 학부모, 학생이 공조한 조직적인 집단범죄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하게 관리받은 10여명 때문에 수백명의 학생들에게 평생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됐다.이에대해 교육계 일부에서는 “그 학교 뿐이겠는가? 사립학교 특성상 언제든 가능한 얘기”라는 반응이었다.

<충청리뷰>가 추석전 충주 A중학교에 대한 의혹기사를 싣게 된 배경도 마찬가지다. 학교 시설이나 학사행정의 문제점 보다도 시험부정 의혹에 주목했다. 전교생이 100명 미만인 A중학교는 한때 통폐합 대상에 꼽힐 정도로 농촌 미니학교였다. 하지만 2012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서 전국 3천여개 중학교 중 86위, 상위 2.8%의 성적을 거뒀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학력향상 우수학교로 주목받았다. 불가사의한(?) A중학교의 학력수준은 지역 교육계의 모범사례이자 의문부호였다.

그 의문부호가 본지 취재과정을 통해 실체를 드러냈다. 취재기자에게 털어놓은 재학생·졸업생의 증언은 놀라웠다. 감독교사의 방관하에 답안을 적은 쪽지가 돌았고 심지어 자리를 이동해 답을 베낀 사례도 있었다. 학업성취도 평가기간에 교사가 책상 배치를 바꾸도록 지시하고 부정행위를 유도하는 듯한 말을 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결국 축구부 창단 이후에도 보통학력 이상의 비율은 전국 평균치보다 월등히 높았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법인 이사장을 찾아가 시험부정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사장은 “해당 교사들이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답을 크게 쓰라고 한 것도 정확하게 표기하란 의미지, 컨닝할 수 있도록 크게 쓰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오해한 것이고 부정시험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취재기자에게 당당하게 부인하던 이사장은 하룻밤 사이에 태도가 돌변했다.

취재기자를 만난 재학생들을 찾아내 인터뷰한 내용의 보도를 원치 않는다는 확인서를 만들었다. 어른들이나 사용하는 손가락 지장까지 찍은 문건을 메일로 보내왔다. 본보는 해당 학생들의 심적부담을 감안해 기사중에 “재학생들의 증언내용은 담지 않았다”고 설명해야 했다. 일부 보호자는 취재기자에게 “학교에서 압박이 심해 가고싶지 않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일일이 인터뷰 학생을 면담한 이사장은 설립자의 3대 후손이다. 2대에 이어 현재 3대 이사장의 부인은 같은 법인소속 고교의 교장을 맡고 있다. 심지어 현 이사장의 삼촌이자 충주시 의원인 모씨는 ‘배움터지킴이’로 중학교에 채용되기도 했다. 이 정도라면 학교법인은 육영재단이 아닌 가족기업이 맞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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