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한가위 축제 in 니가타 2016’ 행사 청주방문단 21명 참석
달인간장, 파절이 양념, 쌈장에 일본인 환호, 30m 장사진 인기만점

<외고/김동진 삼겹살거리발전위원회장>

▲ 김동진 삼겹살거리발전위원회장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일본 니가타시에서는 ‘한일 한가위 축제 in 니가타 2016’이라는 한류행사가 열렸다. 니가타 주재 한국총영사관이 자체 기획한 이 행사는 대한민국의 한가위를 앞두고 니가타 사람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됐다.

총영사관측은 청주시문화재단 김호일 총장을 비롯 재단 관계자들과 시청 공무원, 시의원, 청주 농악단과 청주삼겹살 상인회, 젓가락 공예가 등 모두 21명을 초청했다. 청주삼겹살 시식시연팀은 삼겹살거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함지락, 삼남매, 야간비행 3곳이 참여했다. 이밖에 서울에서 난타 공연단과 태권도 시범단, 국악공연팀, K팝 그룹 등 20여 명의 문화사절단도 초청받아 참여했다.

지난 11일 일요일 오후 2시 일본 니가타시 쇼핑 중심가에 있는 반다이 시티파크에서는 현지 일본인들로 때아닌 장사진을 이뤘다. 천여 평 남짓한 도심 옥상공원의 한 모퉁이에서 시작된 행렬은 공원 한 켠을 감싸 안을 정도로 눈에 띄게 길었다. 삼겹살의 치명적인 고소함에 이끌려 온 사람들이었다. 30미터쯤 돼 보이는 줄은 시간이 가도 줄어들 줄을 몰랐다. 점심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이라 특별히 허기를 느낄 만한 때가 아닌데도 사람들은 이탈 없이 명랑하게 청주삼겹살을 기다렸다.

주로 도심 공연시설로 운영되는 시티파크의 중앙 무대에서는 가수들이 요란한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댔다. 목소리가 아닌 온 몸으로 노래를 부르는 듯했다.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한국노래를 부르는 듯했으나 가만히 들어보면 받침 발음이 조금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케이팝 그룹 샤이니와 빅뱅을 흉내 내고 있는 이들은 며칠 전 열린 니가타 케이팝 대회에서 입상한 팀들이었다. 관중들도 가만있질 못하고 온 몸을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케이팝 음악 소리는 공원의 모든 소리를 동시에 하이톤으로 끌어올렸다,

산초나무 수제젓가락도 관심

청주삼겹살 시식행사는 당초 오후 2시부터 시작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미리부터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20분 정도 앞당겨 시작됐다. 니가타 시의회 의장 초청으로 여유 있게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 청주방문단은 이동 중인 버스 안에서 한국총영사관 직원으로부터 당황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시식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감당이 되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 청주삼겹살거리 상인 세 명은 공원 바로 옆에 있는 호텔 숙소로 뛰다시피 했다. 청주에서 준비해 온 조리복장을 주섬주섬 차려입고 행사장으로 갔다.

시식 행사장은 차분히 줄을 서 기다리는 니가타 사람들보다 오히려 이런 행사를 처음 해보는 총영사관 직원들의 분주함으로 산만했다. 니가타 총영사관 직원 대여섯 명이 두어 명의 아르바이트 학생들과 함께 벌써 20분 이상 시식행사를 해온 터였다. 바로 전날 점심때 처음실시했던 삼겹살 시식행사를 어깨너머로 봤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일을 시작한 것이었다. 직원들은 연신 땀을 훔쳐내면서도 밀려오는 인파에 서빙이라도 하듯 즐겁게 사람들을 맞고 있었다. 니가타에서 근무한 이후로 이렇게 신나게 일을 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공원 주변을 따라 설치된 10여 개의 부스에서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니가타 거주 한국교포들이 비빔밥, 김밥, 떡볶이를 파는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매출이 꽤 괜찮을 것 같았다. 바로 옆에서는 일본 사람들이 튀긴 돼지고기를 이용한 몇 가지 음식을 팔고 있었다. 삼겹살 시연팀과 함께 니가타 한국총영사관의 초청을 받은 젓가락 작가 이중국(58) 씨도 부스 하나를 따로 받아 점잖게 젓가락을 만들어 팔았다. 산초나무로 만든 수제 젓가락에 인두로 글을 새겨 한 짝에 3만원 안팎에 팔고 있었다.

지난해 동아시아문화도시 행사에서 청주의 대표 아이콘으로 부상했던 젓가락 축제의 주인공이다. 현지 일본 문화와 초청받은 한국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연출하려 한 의도가 느껴졌다. 청주농악팀 11명은 행사 때마다 길놀이 공연으로 행사 분위기롤 띠우고 사람들의 흥을 돋웠다. 사람들이 흥겨운 농악소리에 맞춰 어깨춤을 추며 농악단 뒤를 따라다녔다.

청주삼겹살 시식코너에서는 달인간장에 적시거나 구운소금을 뿌려 구운 삼겹살 3~4첨과 구운 김치, 파절이, 쌈장, 상추를 손님들에게 조금씩 내주었다. 일회용 접시에 담아 놓으니 그리 빈약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음식이라고 내놓기에는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참을 기다려 삼겹살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데!’를 연신 입에 달았다.

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거나 환한 미소로 감사를 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정말 놀라운 것은 누구 하나 더 달라고 보채는 사람이 없는 모습이었다. 가끔 우리 청주삼겹살거리에서 무료 시식을 할 때 보았던 몰염치와 무질서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짜로 주는 것도 감사한 데 무슨 염치로 더 달라고 할 수 있느냐하는 반응이었다. 주는 것에 감사하고 받은 것에 만족하는 듯한 표정에서 성숙된 일본 시민문화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났다.

인파몰려 시의원까지 일손도와

사실 이날 행사에 앞서 삼겹살 시식행사는 바로 전날에도 있었다. 일정 상 10일 토요일 낮 12에 예정된 시식행사였지만 미리 와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나머지 10분 정도 앞당겨 시작했다. 청주삼겹살이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해 시식행사를 하는 자리인지라 약간 긴장이 되기도 하고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리 시식팀이 미리 고기를 구워본 것이 문제였다.

삼겹살의 고소한 냄새가 번지면서 대한민국 삼겹살의 원조도시로 니가타 사람들에게 미리 홍보된 청주시의 청주삼겹살을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주말인데다 무료시식 행사여서 연세가 지긋한 노인들부터 꼬마들에 연인들, 특히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일찌감치 모여들었다. 무대에서는 청주농악팀의 길놀이 공연이 귓전을 울리고 아래에서는 청주삼겹살을 고소한 냄새가 니가타를 진동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총영사관에서 지원한 일본 여대생 두 명 포함 다섯 명이 시식제공을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시식코너 입구에서 일회용 접시와 청주삼겹살 홍보전단지를 나눠주면 두 곳에 마련된 구이판에서 구운 고기와 구운 김치를 받은 뒤 옆에서 파절이와 상추, 쌈장을 받아 부스 앞에 마련된 공동식탁에 앉아 맛을 보는 흐름이었다.

삼겹살을 간장에 적셔 굽는 손길이 바빠지고, 파절이를 무치느라 쌈장을 떠주느라 모두들 분주했다. 그래도 밀려드는 사람들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마침 손이 놀고 있는 청주방문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함께 온 정태훈, 육미선 청주시의원과 시청 담당팀장도 손을 보탰다. 지역 신문사와 방송사에서는 유별나게 줄이 긴 삼겹살 시식코너의 분위기를 한참 동안 취재했다.

오후 2시까지 2시간 정도 진행하기로 한 시식행사는 고기가 동이 나는 바람에 오후 1시 반에 완전 중단됐다. 당초 하루에 삼겹살 25킬로그램씩 오전 오후 두 차례 300명 정도,이틀에 모두 네 차례 50킬로그램을 500~600명 정도에게 시식하기로 했던 행사였다.

대한민국 삼겹살에 대한 일본사람들의 폭발적인 선호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인지, 일본 사람들도 공짜라면 사족을 못쓰는 탓인지는 몰라도 우리의 시식행사 규모는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삼겹살 25킬로그램을 1인당 시식 분량으로 나눠보니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간 셈이 되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예정돼 있던 두 번째 시식행사는 아예 취소됐다. 삼겹살이나 상추, 파 등은 일본 현지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더 구입할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청주삼겹살의 가장 큰 특징인 달인간장과 파절이 양념, 쌈장은 현지에서 구할 수 없기 때문에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청주삼겹살이 머잖아 K푸드의 하나로 세계적인 음식이 되더라도 달인간장, 파절이 양념, 쌈장 등은 청주삼겹살의 고유한 지적재산권을 가져야 한다는 우리 나름대로의 소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틀 간 두 차례의 시식행사를 통해 청주삼겹살을 맛 본 니가타 사람들은 자그마치 13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K팝과 더불어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K푸드의 하나로서 청주삼겹살도 당당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내년 이맘 행사가 다시 열리면 그때는 무료 시식 대신 제대로 값을 받고 K푸드로서 판매해보자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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