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 김양희, 둘 사이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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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 김양희, 둘 사이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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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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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격외도리/ 한덕현 발행인
▲ 한덕현 발행인

충북도의회가 시끄럽다. 작금의 잡음은 통상적으로 나타나는 집행부와 의회, 그리고 여·야간 알력 뿐만 아니라 의회의 다수당을 차지하는 새누리당의 내홍까지 겹친다는 점에서 참으로 복잡한 양상을 띤다. 언론들은 후반기를 맡은 김양희 의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추이를 주목한다.

사실 지금의 분란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이시종 지사와는 뼈속까지 앙숙(?)인 김양희 의원이 후반기 의장을 맡은 것도 그렇거니와 두 사람 모두 이러한 역학관계를 쉽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의원 김양희’를 키운 건 당연히 이시종 저격수로서의 맹활약이다.

정치가 아무리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는 생물이더라도 두 사람이 지금까지 구축해 온 각자의 내성은 절대로 쉽게 섞이거나 희석되지 않는다. 시쳇말로 박근혜-유승민은 한 때 정치적 동반자라는 인연이라도 있지만 이시종-김양희 관계는 원초적으로 초장부터 엇나갔다. 때문에 김 의장 체제 이후 둘이 연출된 스킨십이라도 나눌라치면 도민들은 오히려 더 거북함을 느꼈다.

그래서 둘에게 필요한 것이 각자의 자존(自尊)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 공생을 도모할 수 있는 ‘정치력’일텐데 작금의 도의회 사태는 그 정치력의 한계만을 보는 것같아 안타깝다. 굳이 사태라고 표현한 것은 이번 일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게 되면 둘 다 아주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특위구성 과정의 갈등이다. 새누리당은 MRO 무산위기 책임을 물어 특위를 구성했고, 더민주당은 도의장의 표결방식을 문제삼아 의장불신임결의안을 기습적으로 제기했다. 양 당이 한바탕 공방을 벌인 뒤 이 지사는 MRO 좌초에도 불구 그 책임자인 전상헌 경제자유구역청장을 재신임하는 강수를 두었다.

전 청장의 재신임은 새누리당의 반(反) 김양희 세력이 없었다면 쉽지 않은 카드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이 지사는 김양희 의장의 근수를 재며 회심의 한방을 날린 셈이다. 정당 공천제의 족쇄로 인해 반 김양희 의원들이 끝까지 갈 수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정치9단 이 지사이지만 가장 최적의 타이밍에 먼저 치고 나옴으로써 이른바 대마를 살리는 데 일단 성공한 것이다. 어쨌든 이 지사로서는 특위와 관련해 자신이 가장 꺼려하는 집행부와 의회 간 다툼을 여야 간 정쟁으로 몰아가는 효과를 얻음으로써 MRO 실패에 대한 책임추궁에서 한발짝 물러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전상헌 청장에 대한 재신임은 여론을 등에 업기가 녹록지 않다. MRO (항공정비산업)는 2조원대로 추정되는 이란 투자유치와 함께 지금까지 이 지사의 최대 업적으로 포장돼 왔고 전 청장 또한 자신의 지난 3년 임기중 이를 2대 성과로 내세운 터라 두 사업의 좌절 내지 불투명함은 어떠한 명분을 들이대도 정당화될 수가 없다. 이 정도가 되면 전 청장은 이 지사가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하더라도 깨끗이 정리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정상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정책의 실패는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절대로 정상화되지 못한다. 과거 친일청산을 못한 원죄가 지금의 얼치기민주국가 대한민국을 만든 것과 똑같은 이치다. 재신임에 대한 이 지사의 변(辯)은 “전 청장은 청주공항 MRO사업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였다. 한데 결과는 ‘꽝’이다.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는 해명에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차라리 중앙 정치무대까지 섭렵한 이 지사가 직접 끌고가며 답을 낼 것을 주문한다.

정치공세로 받아들이더라도 고작 취임 두달여만에 야당에 의해 불신임안이 제기된 김양희 의장 역시 스타일을 톡톡히 구겼다. 의장 선출시 자당 소속 절반의 의원들에게조차 비토를 받은 터라 현재를 기준하더라도 표대결에선 절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의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 거수투표를 밀어붙였겠지만 본인의 태생적 아킬레스건을 고민했다면 이번에 차라리 정면승부를 벌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특위가 무산되더라도 야당이 요구한 비밀투표를 받아들일 경우 향후 의장으로서의 운신 폭은 더 넓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치에서 일이 복잡하게 꼬이게 되면 최선의 방책은 자진(自盡)도 무릅쓰려는 ‘원칙’의 곧추세움이다.

하지만 김 의장은 자신에 대한 의원 추종자들과, 의장당선의 결정적 등받이가 된 새누리당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처신으로 일관했다. 이 과정에서 더 노골화된 김양희 지지의원들의 동향이 앞으로는 되레 김 의장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김 의장 반대파들은 ‘인간 김양희’보다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의원들에게 더 많은 배타적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당장의 단맛에 취해 멀리를 못 보고 눈앞의 곶감에만 눈독을 들이게 되면 정치는 필연적으로 자가당착에 빠진다. 김 의장의 성패여부는 이들 맹신의 추종자와 새누리당의 치마폭에서 벗어나 얼마나 독자적 정치력을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이번 의장불신임결의안에 대해 야당 지지자들조차 “무슨 정책도 아니고 그깐 투표절차를 가지고 도의장을 들었다 놨다 하느냐”며 질책하는 여론을 김 의장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도민들은 ‘한번 저격수는 영원한 저격수’라는 과거 발언에도 불편함을 느끼지만 ‘앞으로는 저격수가 아닌 부드러운 포수가 되겠다’는 김 의장의 달라진 말에도 새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다.

정작 도민들이 바라는 건 자신을 드러내거나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한없이 강한 모습의, 바로 모성애적 리더십인 것이다. 이것만 갖춘다면 앞으로 이시종-김양희 복식조는 반드시 상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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